폭로 (2022)

2023.09.23 00:02

DJUNA 조회 수:1573


[폭로]를 감독하고 각본을 쓴 홍용호는 현직 변호사입니다. 지금까지 [증인]이나 [침묵]과 같은 법정물의 각본에 참여했고 [배심원들]이라는 단편영화를 감독했어요. [폭로]는 첫 장편감독작이고 작년에 전주에서 상영되었으며 이번 주에 개봉했습니다. 아마 롯데 단독인 거 같아요.

본드살인사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살인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은퇴한 배우인 성윤아가 수면제에 취한 남편의 얼굴에 본드를 부어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됩니다. 용의자는 가정폭력 희생자. 다이어리엔 살인계획처럼 보이는 문장들이 적혀 있고 남편 이름으로 거액의 보험을 들었지요. 무엇보다 알리바이나 다른 유력 용의자가 없어요.

당연히 결론이 난 사건 같았는데, 국선변호인 이정민이 사건을 맡게 되자 상황이 바뀝니다. 일단 성윤아가 범행을 부인합니다. 그리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의 결함이 조금씩 드러나요. 하지만 성윤아의 행동이 조금 이상합니다. 왜 이 사람은 유죄판결을 받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렇게 불안하게 행동하는 걸까요. 이 사람이 숨기고 있는 게 뭘까요?

미니멀한 영화입니다. 법정 묘사에는 미국 법정물의 극적인 드라마는 없죠. 이건 감독이 법조인이라 사실성이 없는 불필요한 과장을 피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원래 한국 법정이 그런 쇼를 허용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탐정역인 이정민은 딱 유능함과 정의로움만을 갖고 있고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로지 성윤아만이 주인공에 걸맞는 감정의 복잡성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언제나처럼 유다인은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밋밋하다고 할 수는 있는데 영화는 그래도 계속 극적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아무래도 진상이 궁금하고 이정민은 관객들이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좋은 탐정입니다. 영화 전체가 성실하게 만들어진 고전추리소설의 분위기를 풍겨요.

그렇다면 진상은? 당연히 스포일러입니다. 하지만 노련한 관객이라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단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아주 적고 가장 악당스럽게 나오는 시누이는 범인일 리가 없으며 주인공은 누군가를 보호하려 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영화는 일반 법정물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특정 인물을 바라봅니다. 무엇보다 살인 도구 자체가...

영화의 힘 상당부분은 아주 드라이하다고 할 수 있는 살인사건 이야기가 극도로 억압되어 있지만 절절한 멜로드라마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단지 영화가 이걸 제대로 살렸는지는 모르겠어요. 일단 전 회상장면으로 사연을 설명하는 건 여러 모로 좀 쉬운 것 같아 보입니다. 그 묘사가 관습적이기도 했고요, 이 드라마의 기반이 되는 건 극도로 억압된 감정인데 이렇게 분리해버리면 그냥 쉬운 게임이 되어버리지 않나요? 특히 배우에게는요. 절제된 스타일 자체는 단점이 아니지만 후반에서는 적어도 냉정한 표면과 격렬한 갈등의 레이어들을 살릴 필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23/09/23)

★★☆

기타등등
1. 엔드 크레딧이 뜰 때 '천주 교회의 가르침과 상관이 없는 예술적 창작물'이라는 말이 뜨는데 웃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하긴 가톨릭 이야기꾼이 교회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면 그게 무슨 재미겠습니까.

2. 무개성적인 한국어 제목보다 영어 제목이 더 영화의 정서를 잘 드러내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같은 제목의 할리우드 영화가 있지요.


감독: 홍용호, 배우: 유다인, 강민혁, 공상아, 주보영, 정새별, 이소윤, 다른 제목: Havana

Hancinema https://www.hancinema.net/korean_movie_Havana.php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59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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