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셀 Vessel (2012)

2012.10.04 22:17

DJUNA 조회 수:8244


지금까지 주로 코미디쇼 제작에 관여했던 클라크 베이커라는 젊은이가 얼마 전에 [베셀]이라는 13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며칠 전 파라마운트에서는 이 영화를 장편화하기로 결정했고, 이 영화는 그의 장편 감독 데뷔작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궁금해서 유튜브를 뒤졌는데, 영화가 있었습니다. 화질은 별로였지만. 그래서 봤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이 파일은 감독의 동의없이 무단으로 올린 것 같더군요. 유튜브와 비메오에 감독이 직접 올린 파일들은 지금 모두 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이미 봐 버렸는걸. 어차피 얼마 전까지는 다들 그냥 볼 수 있었던 것 같고.

영화의 액션은 보스턴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일어납니다. 남자주인공처럼 보이는 남자는 예쁜 스튜어디스에게 수작을 걸고, 그들 사이에는 혼자 여행을 하는 어린 소녀가 귀염질을 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재난영화 도입부죠. 그런데 창 밖을 내다보던 남자는 이상한 물체가 비행기를 향해 접근하는 것을 발견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를 믿지 않지만, 곧 비행기는 거대한 외계인의 우주선 안으로 빨려들어갑니다.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소개하면서 [에일리언], [괴물], [미지와의 조우]와 같은 영화들을 언급하더군요. 한마디로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 생각이 별로 없었다는 말입니다. 10분 동안 논스톱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좀 뻔해요. 그리고 전 이런 식의 외계인들이 별로입니다. 항성간 우주선을 만들 정도로 발달한 종족이 왜 샤워도 제대로 안 하는 끈끈한 짐승처럼 구는 건지 전 전혀 이해가 안 갑니다. 같은 목적이 있다고 해도 이를 훨씬 우아하게 해치울 수도 있는 건데.

하지만 영화는 이 진부한 소재를 비교적 민첩하게 엮어냅니다. 일단 오골오골한 도입부를 넘기면 속도가 빠릅니다. 진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스토리 전개는 가차없고요. 엄청나게 잔인무도하지는 않지만 표현의 강도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앞에서 설정에 불만을 늘어놓았지만 CG와 특수분장을 적절하게 조합한 외계인의 묘사는 효과적입니다.

괜찮은 단편입니다. 괜찮은 B급 장편영화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있고요. 이 앞뒤로 이야기를 붙여 장편을 만드는 동안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올 수도 있을 거예요. 물론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붙이는 동안 더 지루해질 가능성도 있겠지만. (12/10/04)

★★☆

기타등등
[베셀]이라는 제목은 중의적입니다. 더 이상 설명하면... 하긴 이런 언급 자체가 스포일러일 수도 있겠군요.  

감독: Clark Baker, 출연: Brandon Bales, Julie Mintz, Walter Phelan, Alan Pietruszewski, Taylor Pigeon, Whit Spurgeon

IMDb http://www.imdb.com/title/tt216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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