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 (2016)

2016.04.05 00:36

DJUNA 조회 수:11746


소율과 연희는 마지막 남은 경성의 기생학교 대성권번 출신 단짝친구입니다. 그런데 소율이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오라버니'인 윤우가 일본유학에서 돌아오면서 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해요. 필명으로 활동하는 작곡가인 윤우는 [조선의 마음]이라는 자작곡을 부를 가수를 찾고 있었는데 소율 대신 연희를 선택한 거죠. 질투심에 불탄 소율은 그 이후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합니다.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예술가들을 다룬 구식 멜로드라마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어요. 조금은 40년대 할리우드 여성영화 Woman's film 같기도 하고, 조금은 여주와 서브여주의 위치가 바뀐 한국 멜로드라마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아마데우스] 같기도 해요. 단지 [해어화]는 [아마데우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게 하나 있습니다. 소율에게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단지 그 재능이 자신이 원하는 장르에 있지 않을 뿐입니다. 이 영화의 아이러니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자기 논리가 충분히 서 있는 영화입니다. 소율은 결코 마음을 쉽게 줄 수 없는 캐릭터지만 그 캐릭터가 그 상황 속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죠. 단지 보면서 좀 갑갑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건 이 세 명의 주인공들이 지나칠 정도로 장르 전형성에 갇혀 있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소율과 연희는 익숙한 한국 멜로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들처럼만 행동합니다. 각본이 약간의 일탈도 허용하지 않아요. 영화를 보고 있으면 한국 여성들의 관계를 조금 다르게 다룬 영화에 대한 갈증이 올라옵니다. 심리묘사도 스토리에 끌려가는 구석이 있고요.

영화는 전적으로 한효주와 천우희라는 두 여자배우의 어깨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천우희는 예쁘고 사랑스럽고 캐릭터는 손쉽게 관객들의 동정과 공감을 얻습니다. 한효주는 훨씬 까다로운 역할을 맡았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소율은 딱 연속극 악당이니까요. 관객들이 이 캐릭터에게 공감하는 건 불가능. 하지만 그 당연한 핸디캡을 짊어지고 가면서도 이해는 끌어내야 하는 거죠. 전 상당히 성공한 거 같은데, 이 영화의 원래 목표지점이 어디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6/04/05)

★★★

기타등등
91년 장면이 조금 나오는데, 한효주는 노인 분장을 하고 나오지만 다른 캐릭터는 그냥 나이 든 배우를 쓰더군요. 이해는 가는데 그래도 신경 쓰였습니다.


감독: 박흥식, 배우: 한효주, 천우희, 유연석, 박성웅, 장영남, 이한위, 류혜영, 이규정, 다른 제목: Love, Lies

IMDb http://www.imdb.com/title/tt548617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0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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