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소녀 The Artifice Girl (2022)

2023.07.07 01:46

DJUNA 조회 수:2523


프랭클린 리치의 [A.I. 소녀]는 불안하고 수상쩍은 도입부로 시작합니다. 리치 자신이 연기하는 천재 프로그래머 개러스는 체리라는 이름의 미성년 여자아이와 수상쩍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금 지나면 영화는 개러스와 체리의 관계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종류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체리는 인공지능이고 개러스는 인터넷의 성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체리를 이용하고 있었죠.

이제 모든 게 설명이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관객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으로 영화를 보게 됩니다.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게 성인 남자와 미성년 여자아이의 관계 이야기라는 건 바뀌지 않으니까요. 아무리 영화가 그 여자아이처럼 보이는 것이 물리적 육체를 갖고 있지도 않고 인간 아이가 아닌 존재라고 계속 우리에게 말을 해도요.

리치도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치가 이를 돌파하기 위해 택한 방식은 최대한 진지해지는 것입니다. 영화의 드라마도 진지하고 영화의 과학도 진지하고 캐릭터들도 진지해요. 영화를 보면서 이 진지함을 무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배우들이 진지함을 넘어 다른 무언가를 하기가 힘듭니다. 진짜로 대사가 많거든요. 각본만 보면 영화는 그냥 3막 연극으로 각색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좋은 연극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늘 말하지만 연극처럼 보이는 영화라고 그냥 녹화된 연극은 아니지만요.

엄청난 밀도의 하드 SF라는 면에서 영화는 여러 모로 알렉스 갈란드의 [엑스 마키나]와 비교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훨씬 저예산으로 만들었죠. 이 영화의 유일한 사치는 3막에서 늙은 가레스 역으로 랜스 헨릭슨을 캐스팅했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CG에 대한 영화이면서 이 영화엔 CG의 비중도 높지 않습니다. 사실 특수효과나 CG는 전혀 안 중요합니다. 과학적, 철학적 아이디어와 이 아이디어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캐릭터들이 더 중요하지요.

하드하다고 해서 영화가 미래의 예측과 과학적 정확성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영화는 여전히 장르적인 관습을 따라요. 그리고 체리는 '인간과 닮은 아름다운 비인간존재'로서 장르적 매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몸'이 생긴 체리를 보여줄 때 가레스를 허약한 늙은이로 만든 것도 관객들이 품었을 수도 있는 의심을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당연히 배우 중심 영화입니다. 프랭클린 리치는 각본가와 감독으로서도 좋지만 배우로도 상당히 좋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쓴 각본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장점도 연기에서 한몫을 했겠죠. 이 연기를 이어받은 랜스 헨릭슨도 보고 있으면 찐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A.I. 소녀 체리를 연기한 테이텀 매튜스예요. 아역배우에게 쉬울 수가 없고, 아역배우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관습적 연기에서 벗어난 캐릭터라 더욱 좋아요. (23/07/07)

★★★☆

기타등등
이 영화도 이야기를 위해 가장 당연한 무언가를 은근슬쩍 무시합니다. 아무리 가레스가 천재라도 백지상태에서 체리를 만든 건 아니죠. 같은 분야의 연구를 다른 사람들도 하고 있을 거고요. 3막의 배경인 미래 세계엔 체리와 같은 존재가 그냥 일상이 아닐까요?


감독: Franklin Ritch, 배우: Tatum Matthews, Lance Henriksen, Sinda Nichols, David Girard, Franklin Ritch, Ivana Barnes, Thomas Hamby, Alyssa Moody, Lucy Noelle

IMDb https://www.imdb.com/title/tt20859464/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187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