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동영상 : 절대클릭금지 (2012)

2012.05.25 14:51

DJUNA 조회 수:13536


김태경의 [미확인 동영상]은 멀리서는 [링]에서, 가까이서는 [회로]나 [폰], [착신아리]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테크놀로지 공포담입니다. 여기에다 [장화, 홍련]에서 시작된 청담동 호러의 미술과 비주얼을 끌어들여 여자귀신영화를 만들었으니, 이 정도면 전통적인 K-호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의 아이디어는 사이버수사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공대생이 컴퓨터에서 금지된 동영상을 훔쳐 여자친구의 동생에게 뇌물로 주는데, 알고 봤더니 그게 저주걸린 파일이었다는 것입니다. 폰트부터가 꼭 호러 영화 티저 예고편 같이 생긴 이 동영상은 전파되고 클릭될수록 파일명의 숫자가 하나씩 늘어나고 내용이 변형됩니다. 이 동영상을 보는 사람은 마지막 장면에서 자기 자신을 볼 때 죽는데, 파일명이 'n/108' 운운으로 시작되는 걸 보면 동영상의 최종 살인 목표수가 108명인 모양입니다. 이 정도면 대량 학살인데, 영화 내내 매스컴을 거의 타지 않는 게 신기하죠.

김태경의 전작들도 그랬지만, [미확인 동영상]은 기술적으로 그렇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 아닙니다. '남의 몸에 들어가는 귀신'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피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연기 지도가 나쁘고, 비호러와 호러 장면의 연결이 덜컹거리며, 논리와 이야기의 흐름은 들쑥날쑥입니다. 호러 장면에 지나치게 힘을 주어 효과를 망치는 것도 여전하고요. 하긴 마지막에 대해서는 저도 이해하려고는 합니다. 지금의 충무로 환경에서 호러영화를 만들며 그런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거지.

[미확인 동영상]이 다른 테크놀로지 공포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테크놀로지 자체를 이해불가능한 공포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를 이용하는 사람들에 강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인터넷 환경을 보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상태가 매우 기형적이고 위태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프라이버시의 침해, 인터넷 마녀사냥, 툭하면 올라가는 '**녀' 소동과 같은 것은 모두 호러물의 소재죠.

하지만 영화가 이를 제대로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일단 영화가 피해자들, 그러니까 과거의 가해자들을 그리는 방식은 이상할 정도로 인터넷 마녀사냥의 매커니즘과 비슷해요. 그들의 가장 자극적인 편린만을 보여주고 관객들에게 '증오해! 분노해!'라고 자극하는 것이죠. 모바일 환경과 휴대전화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프라이버시의 침해와 CCTV의 빅 브라더식 공포를 뒤섞어 하나로 만든 건 계산 착오고요. 더 수상쩍은 것은 영화가 이런 현상들을 일종의 '여성적 히스테리'로만 이해하려는 흔적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미확인 동영상]은 현재 한국 인터넷 환경에 대해 통탄하며 기사에 악플을 다는 평균 정도의 편견을 가진 한국 남성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어 인터넷 환경에서 가장 노골적인 가해자들은 오히려 이들이죠. 다시 말해, 비판 대상에 대한 이 영화의 이해의 깊이는 굉장히 얕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비판의 대상 안에 넣는 자성의 과정을 일부러 외면하고 있습니다. 다 너네들이 나쁜 겁니다.

배우들은 모두 험한 환경 속에서 몸을 열심히 굴리고 있지만, 연기 대부분이 히스테리와 관습적인 불평으로 채워져 있으니 결과물이 좋을 수 없죠. 특히 박보영은 호러 배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연기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의 동글동글한 이미지가 자꾸 튀어요. 강별은 박보영보다 결과물이 나은데, 마녀사냥 현상을 그린다며 억지로 란제리 밸리 댄스까지 시키며 노출을 시키는 건 영 걸립니다. 하긴 가장 걸리는 건 박보영이 거의 [찍히면 죽는다]의 박은혜의 모 대사를 연상시키는 헛소리를 귀신 앞에서 읊어댄다는 것이죠. 이게 무슨 의미인지를 알고 일부러 넣은 건지, 그냥 무심했던 건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전자였어도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12/05/25) 

★★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제가 좋았던 유일한 것은 CCTV 카메라의 빨간 점으로 형상화된 귀신의 이미지인데, 이건 다른 분위기의 영화에 넣었다면 더 잘 쓰였을 겁니다. 


감독: 김태경, 출연: 박보영, 강별, 주원, 이맑음, 최지헌, 이정민, 강해인, 수민, 남경읍,  다른 제목: Don't Click

IMDb http://www.imdb.com/title/tt193578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90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