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없어 거짓말 [TV] (2023)

2023.09.22 00:33

DJUNA 조회 수:1336


[소용없어 거짓말]은 [포커페이스]와 비슷한 설정을 공유하는 드라마입니다. 주인공은 사람들의 거짓말을 100퍼센트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 단지 [포커페이스]에서와는 달리 [소용없어 거짓말]의 주인공 솔희의 능력은 초자연적인 것 같습니다.

설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타로 카페를 운영하는 목솔희는 '라이어 헌터'입니다. 사람들의 거짓말을 가려내며, VIP 손님들에게 고액의 수수료를 받고 있죠. 솔희는 어쩌다보니 이웃에 이사온 작곡가 김도하와 엮이게 되는데, 강도하는 몇 년 전 일어났던 여자친구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적이 있기 때문에 본명을 숨기고 활동하고 있으며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둘은 연애를 하는데, 도하가 자신이 여자친구의 실종사건에서 결백하다고 말하는 걸 솔희가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말은 거짓입니다.

전 이 드라마가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그건 두 가지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 전 이 드라마의 타겟 시청자가 아닙니다. 로맨스 물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고 그게 16부까지 이어지면 좀 피곤해요. 이 장르에 속한 한국 드라마의 관습도 좀 피곤하고. 계산 착오였던 거죠. 전 로맨스 비중이 이렇게 클 줄 몰랐습니다. 김소현 드라마라는 걸 잊지 말았어야 했는데.

둘,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전 이 드라마가 여러 모로 계산을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김도하의 비중이 목솔희보다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탐정을 중심에 놓는 게 당연한데 말이죠. 탐정이 탐정일만 한다면 조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탐정이 용의자와 연애도 하잖아요. 당연히 주인공이어야죠. 무엇보다 탐정의 특별한 능력이 이 드라마의 존재이유인데.

하지만 드라마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김도하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 여기는 거죠. 그리고 여기서 또다른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 인물을 한국 로맨스 드라마에서 흔해 빠진 '완벽한' 남자로 만들어요. 늘 걸작만 만들어내는 천재적인 작곡가이고 미남이고 선량하고 무엇보다 결백합니다. 주변사람들은 이 남자를 사랑하거나 그 천재성을 질투해 증오합니다. 다시 말해 이 사람에겐 캐릭터의 개성 대신 극단적인 설정만 있습니다. 각본은 이 남자에게 살인자라는 누명을 썼다는 장황한 사연을 넣어주는데, 늘 말하지만 사연은 개성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굉장히 재미없는 남자가 재미있을 수도 있는 주인공의 가능성을 갉아먹으며 드라마 가운데에 주저앉아 있는 것입니다.

아쉬운 건, 이 남자의 설정을 꽤 잘 쓸 수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전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와 연애를 했는데, 오로지 잠꼬대에서만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살인 자백처럼 해석됩니다. 이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철저하게 목솔희 관점으로만 사건을 봐야 하고 결정적인 순간까지 이 남자가 결백한지, 살인자인지 알 수 없어야 합니다. 전 이게 김도하 역을 한 배우 황민현을 더 잘 써먹을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가 연기였는지 모르겠는데, 아무리 솔직한 장면을 연기할 때도 이 배우의 눈은 도저히 속내가 읽히지 않았단 말이죠.

물론 이렇게 해서는 관습적인 로맨스물을 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로맨스 장르 영역에서 특별히 좋은 게 없습니다. 코미디 영역에 있는 주인공 가족의 사연, 카페 주변 이웃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모두 필러이며 없어도 되고요. 드라마는 추리물이 될 때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구조나 흐름이 나쁘지 않아요. 범인의 정체는 쉽게 짐작할 수 있고 범인을 동기를 짜는 방식은 솔직히 많이 지루하지만, 막판에는 주인공의 능력도 그럭저럭 잘 사용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고 해서 그게 꼭 진실이 아니다'라는 설정이 조금 더 치밀하게 활용되었다면 좋았겠지만요. 그렇다면 추리와 스릴러에 집중하고 조금 위험해져도 되잖아요.

결국 전 이 드라마가 그러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굳이 과보호하고 과대표하면서 가능성을 망쳐버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드라마 후반 어느 장면에서 정말 욕지기에 가까운 불쾌함을 느꼈습니다. 가난 속에서 가족에게 학대당하고 그나마 희미하게 움켜쥐고 있던 꿈에 다가가기도 전에 어이없이 살해당한 여자친구가 죽기 전에 돈많고 빽있는 옛 남자친구에게 미안할 거 없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었다는 게 밝혀지는 부분요. 전 이 모든 게 한국 드라마가 계급과 성을 다루는 나쁜 습관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23/09/22)

기타등등
글쎄, 지금 한국 대중이 자기가 좋아하는 히트곡을 쓴 작곡가의 얼굴을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궁금해할까요. 일단 한 명일 리가 없고 그 사람들 상당수는 외국인일 거고.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도 있지만 몰라도 그렇게 알고 싶지는 않잖아요.


연출: 남성우, 노영섭, 각본: 서정은, 배우: 김소현, 황민현, 윤지온, 서지훈, 이시우, 진경, 박경혜, 안내상, 서정연, 다른 제목: My Lovely Liar,

IMDb https://www.imdb.com/title/tt27203727/
Hancinema https://www.hancinema.net/korean_drama_My_Lovely_Liar.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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