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임하우스 골렘]을 보았어요. [페인리스]의 감독 후안 카를로스 메디나가 감독한 영국 영화입니다. 전 외국 감독들이 과거의 영국을 자기식으로 해석하는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도 그 부류 중 하나입니다. 전 이 영화를 여러 가지 면에서 재미있게 봤는데, 잘 만든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영화에서는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다룹니다. 하나는 더 라임하우스 골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악당이 저지른 연쇄살인입니다. 다른 하나는 엘리자베스 크리라는 뮤직홀 배우가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사건입니다. 골렘 사건은 스코틀랜드 야드의 존 킬데어 경위가 맡게 되는데, 이 사람은 동성애와 연관된 스캔들에 얽힌 뒤로 경력이 막혀서 지금까지 살인사건 수사를 한 적이 없었지요. 킬데어는 엘리자베스 크리의 남편 존이 골렘일 수도 있다고 의심합니다. 그러니까 골렘 사건을 해결하면 엘리자베스 크리가 교수형 당하는 걸 막을 수 있는 거죠.

영화는 이 두 사건을 분주하게 오가면서 진행됩니다. 특히 두 번째 사건에서는 엘리자베스 크리의 과거사가 꼼꼼하게 재현되지요. 가난했던 어린 시절, 뮤직홀 전설인 댄 리노의 극단에 들어가 스타가 된 과정, 존 크리와의 결혼 기타등등 이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로 빅토리아조 영국의 여성 역사, 성역사, 퀴어 역사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크리라는 캐릭터 자체가 정말 흥미진진해요. 어떤 각도로 보더라도요.

이 영화의 기둥으로 존재하는 여장연기 배우인 댄 리노는 실존인물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다른 실존인물도 나와요. 칼 마르크스, 조지 기싱. 영화의 원작은 피터 애크로이드라는 작가의 소설이고, 애크로이드는 자신의 소설에 실존인물을 넣는 버릇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 영화에서는 칼 마르크스와 조지 기싱이 골렘이 되어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모두 킬데어의 상상이지만요.

나오는 모든 장면들이 다 재미있고 쓸만한 의미가 있는 영화인데, 이것들이 잘 붙어 있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재미있기는 한데 최선은 아니고 대체로 잡다해요. 예를 들어서 엘리자베스 크리가 킬데어에게 과거 이야기를 해주면 재미있어서 잘 보긴 합니다. 그래도 왜 킬데어가 '골렘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저기서 저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걸 막을 수 없죠. 실제로 부하 경관도 그런 이야기를 하긴 합니다만. 그러니까 그 자체로는 재미있는 이야기 도막들이 다른 이야기 도막들이 움직이는 걸 계속 방해해요. 이건 정보량의 많은 긴 소설을 2시간 안쪽의 소설로 압축하느라 허둥지둥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23/10/31)

★★☆

기타등등
티빙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감독: Juan Carlos Medina, 배우: Bill Nighy, Olivia Cooke, Douglas Booth, Daniel Mays, Sam Reid, María Valverde, Henry Goodman, Morgan Watkins, Eddie Marsan,

IMDb https://www.imdb.com/title/tt4733640/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5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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