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3 21:37
[웨더 스테이션]이라는 러시아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감독 이름이 조니 오라일리예요. 러시아어 능숙한 아일랜드 사람으로, 두 나라를 오가면서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메리 셀레스트스러운 미스터리를 담은 추리물입니다. 러시아의 외딴 황야에 기상학자 두 명과 잡일을 하는 보육원 출신 19살 소년이 살고 있는 기상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구조요청이 와서 가보니 기상학자들도 없고 소년도 없습니다. 마당엔 총에 맞아 죽은 새가 뒹굴고 있고 문에는 총구멍이 나 있고요. 두 형사가 기상대에 남아 사건을 풀어가는데, 그러는 동안 며칠 전 기상대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이 번갈아가며 보여집니다.
우선 좋은 점을 말하라면, 이 영화는 좋은 추리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영화 속 세계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리스트에 올려놓고 그 으스스함을 즐겼을 수도 있겠어요. 사라진 시체들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외부인들 입장에서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했을 거고요. 얼핏보기에 불가해하거나 수상쩍은 의미가 있을 거 같은 단서들이 과거 장면에서 엉뚱한 것으로 판명되는 과정 역시 추리물과 추리물의 한계에 대한 재미있는 코멘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어요.
그런데 이것들이 너무 건성으로 묶여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뭔가 괜찮은 걸 생각해내긴 했는데, 그것들을 너무 성급하게 엮었던 거죠. 과거와 현재는 무리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의 스토리를 계속 방해합니다. 둘의 연결점도 조금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고요. [버라이어티]의 리뷰어는 할리우드 리메이크의 괜찮은 소재가 될 거라고 제안했는데 이해가 가요. 다시 한 번 제대로 만들면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소재의 영화입니다.
(14/12/23)
★★☆
기타등등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리스트에 오른 사건들 대부분이 이런 사건들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어차피 미래 사람들이 당시 사람들의 사정을 모두 알 수는 없잖아요. 우리가 절대로 알아낼 수 없는 이런 자잘한 것들이 겹쳐서 불가해한 미스터리를 만들어내는 거겠죠. 과거의 모든 일들을 이성을 통해 완벽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는 자만 자체가 이런 미스터리의 진짜 이유인 것입니다.
감독: Johnny O'Reilly, 배우: Pyotr Logachev, Vladimir Gusev, Sergey Garmash, Aleksey Guskov, Anton Shagin, Sergey Yushkevich, Marina Aleksandrova, Egor Pazenko, 다른 제목: The Weather Station
IMDb http://www.imdb.com/title/tt134662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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