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 공작의 초상 The Duke (2020)

2023.11.27 23:20

DJUNA 조회 수:1365


[웰링턴 공작의 초상]을 넷플릭스에서 보았습니다. 로저 미첼의 마지막 극영화입니다. 생전에 베네치아에서 상영되었고 사후에 개봉되었지요. 이 영화 이후 엘리자베스 2세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찍었고 그게 마지막 영화인 것 같습니다. 전 일리야 밀스타인의 전시회에 다녀 온 뒤로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밀스타인이 뉴요커에 실린 이 영화 리뷰에 삽화를 그렸고 그게 전시회 그림 중 일부였거든요.

켐튼 번튼이라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은퇴한 버스 운전사이고 독학한 아마추어 극작가였던 번튼은 내셔널 갤러리에서 프란체스코 고야가 그린 웰링턴 공작의 초상화를 훔쳤다는 죄로 체포되었어요. 내셔널 갤러리에 자기 발로 찾아가 훔친 그림을 돌려주었으니 당연한 결말이었죠. 번튼은 이전에도 법과 충돌한 적이 있었습니다. 은퇴한 노인들에겐 텔레비전 수신료를 받지 말아야 한다며 계속 수신료를 안 내다가 네 번이나 체포되었었죠.

그러니까 무지 영국적인 영화입니다. 엄청난 일을 저지른 독특한 괴짜 이야기인데, 이건 결국 계급투쟁과 연결되거든요. 이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사회비판적인 이야기이고 부조리에 맞서는 사람의 투쟁 이야기인데, 이게 주제와 상관없이 좀 사랑스러움으로만 소비될 가능성이 있어요. 번튼의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영화의 법정 장면이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스러움을 트집잡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일링 스튜디오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전통적인 매력이 있고 그 매력이 영화에 무게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번튼과 주변 캐릭터를 통해 그려내는 희비극적인 드라마에는 짧은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애잔한 울림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영화에서 당연한 것들이 있지요. 진 브로드벤트와 헬렌 미렌과 같은 노련한 베테랑 배우들의 명연기요.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지만 그래도 될 수 있는 한 사전정보는 모르고 가는 게 좋습니다. 영화가 그리는 사건의 최종진상이 밝혀진 것도 2012년이 지나서였습니다. (23/11/27)

★★★☆

기타등등
고야의 웰링턴 공작 초상화는 [닥터 노]에도 살짝 나오고, 이 영화에서도 그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감독: Roger Michell, 배우: Jim Broadbent, Helen Mirren, Fionn Whitehead, Anna Maxwell Martin, Matthew Goode

IMDb https://www.imdb.com/title/tt11204094/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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