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중지 Cease Fire! (1953)

2023.08.01 23:42

DJUNA 조회 수:726


종종 할리우드에서 만든 한국전쟁 영화에 대한 불평을 한 적이 있지요. 한국이라고 나오는 곳이 캘리포니아 어딘가 같다. 한국전이 무대이면서 너무 미국인들만 나온다.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른다. 한국인이라고 나오는 엑스트라들이 중국계거나 일본계거나 하여간 한국인이 아닌 티가 너무 난다. 기타 등등.

오웬 크럼프의 1953년작 [사격중지]는 놀랍게도 이 혐의에서 거의 벗어나 있는 영화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오웬 크럼프가 할리우드 사람이 아니라 미군에서 선전영화를 찍던 전문가였기 때문이죠.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크럼프는 할리우드에서 직업배우들을 기용해 영화를 찍는 대신 당시 한국에 있던 미군들을 기용해 실제 한국에서 찍었습니다. 그것도 실제 전쟁터 근처에서 실탄과 진짜 폭탄을 쓰면서요. 그리고 그 영화는 3D였습니다.

영화의 시대배경은 1953년 7월 27일. 그러니까 정전협정이 있던 날입니다. 그 날 전쟁터에 나갔던 미군들의 이야기가 중심이고 중간중간에 회담을 취재하는 종군기자들의 이야기가 조금 삽입됩니다. 캐릭터나 스토리가 튀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당시 전쟁터에 나갔던 군인들의 경험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이 묘사에는 거짓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 생생함이 있습니다. 실제 군인 배우들의 투박한 연기는 오히려 사실성에 도움이 됩니다.

한국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과 한국인 묘사입니다. 우선 그냥 다큐멘터리로 1950년대 한국의 시골마을을 보여주면서 시작해요. 심지어 내레이터는 단군 이야기까지 합니다. 앞에서 캐릭터가 그렇게 튀는 영화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눈에 뜨이는 군인 중 한 명이 한국인입니다. 통역인 킴요. 근처 마을 출신이고 아내가 임신 중이라는 개인 정보도 있고 결말도 이 사람에게 맞추어져 있습니다. 한국인은 모두 한국인이 연기하고 있고 1950년대 한국 사람들이 쓰던 진짜 한국어가 들어옵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만든 한국전 영화 중 이렇게까지 한국과 한국인을 배려한 작품을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정상인 건 [사격중지] 쪽이죠. (23/08/01)

★★★

기타등등
1. 3D는 아니지만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 배우 중 리카르도 카라스코는 이 영화를 찍고 전사했습니다. 그건 촬영이 정전협정 이전에 진행되었다는 이야기일까요.

3. 킴을 연기한 배우의 이름은 Cheong Yul Bak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포스터에도 얼굴이 박혀 있어요. 위치도 제법 높습니다. 두 번째.


감독: Owen Crump 배우: Roy Thompson Jr., Henry Goszkowski, Richard Karl Elliott, Albert Bernard Cook, Johnnie L. Mayes, Cheong Yul Bak, Howard E. Strait, Gilbert L. Gazaille, Harry L. Hofelich, Charlie W. Owen, Harold D. English, Edmund Joseph Pruchniewski, Otis Wright, Ricardo Carrasco, John Maxwell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45616/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7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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