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앵글 Triangle (2009)

2020.05.24 01:01

DJUNA 조회 수:1062


크리스토퍼 스미스의 [트라이앵글]은 미국 배경의 호주/영국 합작 영화입니다. 사실은 찍기도 호주에서 찍었어요. 그런데 왜 미국영화인 척하는 걸까?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금 밑에 이야기할게요.

영화의 주인공인 제스는 자폐인인 아들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입니다. 잠시 휴가를 즐기려고 친구 소유의 트라이앵글이라는 이름의 요트에 타요. 요트는 수상쩍은 상황에서 사고를 당하는데, 다행히도 여객선 한 척이 지나갑니다. 사람들은 여객선에 오르지만 안은 텅 비었고 안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왜 이 이야기의 배경이 미국이어야 하냐고요? 그거야 제스를 태운 요트가 플로리다의 항구를 떠나 버뮤다 삼각지대로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영화에는 버뮤다 삼각지대를 언급한 대사가 전혀 없지만 이 이야기를 다른 어딘가에서 풀면 좀 그렇잖아요. 분위기를 쌓을 수 있는 전설이 이미 있다면 최대한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유령선 장르와 타임 루프 장르 모두에 속해 있는 영화입니다. 둘 중 제가 조금 더 좋아하는 건 유령선 장르입니다. 귀신 들린 집의 서브 장르인데 '왜들 귀신 들린 집을 그냥 떠나지 않는 거지?'라는 장르의 질문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요. [트라이앵글]은 호텔 대신 여객선이 배경인 [샤이닝]을 의도한 작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 [샤이닝]의 레퍼런스가 여기저기 보여요.

단지 [샤이닝]과는 달리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에 어느 정도 해답을 주고 있습니다. 그 답은 타임루프예요. 제스와 일행이 여객선에 올라간 뒤로 시간이 계속 반복이 됩니다. 제스는 여객선 안의 끔찍한 참사를 막으려 하지만 사람들은 갇힌 시간 속에서 계속 반복해 죽어나가지요.

이게 아주 말이 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스는 다음 루프 때 요트에 오르는 사람들을 아주 쉽게 막을 수 있습니다. 이미 과거의 자신이 요트에 타고 있으니 사람들은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믿겠지요. 중반 이후의 제스는 지금까지의 기억이 누적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이 문제점은 만드는 사람들도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열린 것처럼 보이면서도 갇힌 시간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이를 은근슬쩍 넘긴 것이지요. 그리고 이 모든 건 그리 정신이 온전하다고 할 수 없는 여자의 주관적 관점에서 보여지기 때문에 논리를 너무 엄격하게 따질 필요는 없어요.

가끔 사기를 치는 영리한 상대와 익숙한 카드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재료는 모두 친숙하고 이게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알겠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시간 반의 러닝타임을 상당히 교묘하게 끌어가고 있고, 그러는 동안 아주 효과적인 호러 장치들을 끼워넣습니다. 이 모든 걸 끌어가는 멜리사 조지의 열연도 인상적이고요. 야심은 없지만 그게 큰 단점은 되지 않아요. (20/05/24)

★★★

기타등등
호주 퀸스랜드에서 찍었는데, 퀸스랜드의 별명도 플로리다처럼 선샤인 스테이트라고 합니다.


감독: Christopher Smith, 배우: Melissa George, Joshua McIvor, Jack Taylor, Michael Dorman, Henry Nixon, Rachael Carpani, Emma Lung, Liam Hemsworth, Bryan Probets

IMDb https://www.imdb.com/title/tt118706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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