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웨이 캠프 Sleepaway Camp (1983)

2020.08.22 16:32

DJUNA 조회 수:1048


오늘 영화는 로버트 힐칙의 [슬리퍼웨이 캠프]입니다. 1983년에 만들어진 슬래셔 영화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데, 미국에서는 나름 컬트팬이 있어서 속편도 몇 편 나왔습니다. 반전이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기도 해요.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이라도 그 반전과 마지막 장면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요. 중반 이후 반전을 밝히겠습니다. 그게 영화 무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거든요.

영화는 보트 사고로 시작됩니다. 아버지와 두 남매가 요트에서 놀고 있는데, 그만 보트가 뛰어드는 바람에 끔찍한 사고가 납니다. 8년 뒤, 생존자인 안젤라는 사촌인 리키와 함께 여름 캠프에 놀러갑니다. 소극적인 안젤라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데, 그 사람들이 한 명씩 잔인하게 죽어나갑니다. 단지 안젤라를 강간하려고 했던 요리사는 죽지 않고 심각한 화상을 입은 채 살아남는데, 그냥 죽이는 건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일까요? 안젤라? 그건 너무 쉬운 답이 아닐까요?

80년대 슬래셔 영화들은 지금 다시 보면 이전처럼 무섭거나 자극적이지 않은데, [슬리퍼웨이 캠프]는 그 기준으로 보더라도 폭력 묘사가 가벼운 편입니다.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 잔인하게 많이 죽이긴 하는데, 모든 묘사가 조금씩 간접적이라고 할까요. 보통 미국 영화 속 틴에이저들은 20대 배우들이 연기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대부분 진짜 틴에이저 배우들이 연기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수위 조절을 해야죠.

이 영화가 무섭지 않은 또다른 이유는, 영화의 눈높이가 가해자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13일의 금요일]에서는 아무리 제이슨이 인기를 끌어도 관객들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죠. 그렇게 안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보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슬리퍼웨이 캠프]를 보는 관객들은 안젤라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죽거나 고통받길 바랍니다. 특히 주디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주디의 죽음이어야 하고요. 주디는 정말 그 타이밍에 죽긴 하는데, 그 묘사가 좀 가벼워서 아쉬운 구석이 있긴 합니다.

그렇다면 반전은 무엇인가요? 일단 범인은 안젤라입니다. 너무 뻔해서 반전이냐고요? 아니에요. 알고 봤더니 안젤라는 남자아이였습니다. 8년 전 사고로 안젤라는 죽었고 형제였던 피터가 살아남았는데, 정신이 좀 이상한 마사 이모가 그 아이를 안젤라라고 부르면서 여자애로 키웠던 거죠. 이 사실을 알고 영화를 다시 보면 안젤라를 연기한 펠리사 로즈의 연기 디테일이 보입니다. 복선도 풍부하고요.

왜 이런 반전을 넣었는지는 이해가 됩니다. 이 영화는 추리물이기도 한데 그냥 안젤라가 범인이면 재미가 없잖아요. 반전이 있어야 하지요. 영화는 리키가 사촌을 지키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를 흘리다가 다시 안젤라가 범인이라고 밝히는데, 이것만으로는 충격을 주기엔 모자랍니다. 뭔가 더 있어야죠. 안젤라가 남자애라는 건 '안젤라를 보호하기 위해 피터가 죽였다'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반전의 레이어가 생겨요.

그래도 지금 관점에서 보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슬리퍼웨이 캠프]는 트랜스젠더 악마화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아무리 좋게 이해해주려도 해도 '안젤라는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에 살인자'라는 논리로 빠지니까요. 요새 같으면 이런 식의 반전으로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80년대는 많이 무딘 시대였지요.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안젤라는 트렌스잰더가 아닐 수도 있지요. 안젤라가 그렇게 된 마사 이모의 정신적 학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후반의 회상장면은 (아빠가 게이라는 게 드러나는 부분을 포함해서) 어떤 식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데... 음, 근데 영화 속 캐릭터의 정신상태를 진단하는 건 무의미한 일입니다.

[슬리퍼웨이 캠프]는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다'의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영화 자체는 흔한 슬래셔예요. 캐릭터 설정과 반전에는 게으른 편견과 혐오가 반영되어 있고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안젤라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소수자라고 느끼는 틴에이저 아이에게 다수의 정상성이 얼마나 폭압적으로 다가오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고요. 영화 자체를 좋아할 수는 없어도 계속 할 말이 생깁니다. 사방에 난 빈 구멍을 채워주고 싶은 욕망 때문일 수도 있어요. (20/08/22)

★★☆

기타등등
80년대에 두 편의 속편이 나왔는데, 안젤라 역의 배우가 다릅니다. 파멜라 스프링스틴이라는 배우가 연기했어요. 2003년에 원작의 감독 로버트 힐칙이 앞의 두 편을 무시하고 다시 펠리사 로즈를 기용한 속편을 냈는데, 2008년에야 비디오 영화로 풀렸고 평도 나빴습니다. 1992년에 캐리 체임버스가 주연한 네 번째 속편이 제작을 시작했는데, 그만 중간에 회사가 망해버렸습니다. 그 동안 찍은 촬영분과 앞의 세 편에서 따온 클립을 편집해 2012년에 다섯 번째 속편이 나왔어요.


감독: Robert Hiltzik, 배우: Felissa Rose, Jonathan Tiersten, Karen Fields, Christopher Collet, Mike Kellin, Katherine Kamhi, Paul DeAngelo, Thomas E. van Dell, Loris Diran, John E. Dunn, Willy Kuskin, Desiree Gould, 다른 제목: Nightmare Vacati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8632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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