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4 14:40
연상호의 [서울역]은 [부산행]의 프리퀄로 홍보되고 있죠. 꼼꼼하게 따지면 [부산행]이 [서울역]의 속편일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두 작품이 하나의 우주에서 벌어지는 연속된 사건이라고 하길래 챙겨봤어요. 특히 [부산행]의 노숙자와
첫 번째 감염자가 [서울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체크해봤죠.
근데 생각만큼 긴밀하게 연결되는 영화들은 아니었어요. 두 영화를 연결하는 흐름이 있긴 합니다. 서울역 근방에서 좀비 역병이
퍼졌고 그게 [부산행]의 액션과 이어집니다. 하지만 일단 계절이 다르고 앞에서 언급한 두 캐릭터들도 일대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이 연결성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겠어요.
[서울역]은 놀랄만큼 대중적인 블록버스터였던 [부산행]과는 달리 철저하게 연상호스타일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그건 이 영화가
그리는 세계가 추하고 폭력적이고 어리석으며 그 세계를 사는 사람들도 특별히 다를 게 없다는 것이죠. 당연한 일이지만 희망 따위는
없습니다. 주인공인 가출소녀, 남자친구, 아버지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뚫을 수 있는 긍정적인 힘 같은 건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상황은 점점 나빠져만 가죠. 물론 시스템이 엉망인 건 말할 필요도 없어요. 경찰 혐오는 노골적이고요.
[부산행]과 [서울역]은 연결성보다 차별성에 더 주목해야 할 작품들입니다. [부산행]은 한국 중년 남자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고 그들에게 거의 아부하면서 '주류화'가 된 영화였죠. 하지만 [서울역]엔 이런 태도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영화의
아저씨들은 대부분 혐오와 냉소의 대상입니다. 이 둘이 서로에게 해독제가 되어주면 좋을 거 같은데, 안 되더라고요. 두 영화의 아부와 냉소주의는
섞이지 않고 그냥 따로 남습니다.
연상호의 애니메이션 속 좀비들은 [부산행]의 좀비들보다 더 무섭습니다. 애니메이션의 특유의 그림 표현 때문이겠죠. 하지만 전체적인
액션이 좀 갑갑해요. 모두들 마땅히 움직여야 하는 것보다 1초 정도 늦게 움직인달까. 액션의 리듬이 끊기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게
꼭 애니메이션의 한계 때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16/08/14)
★★★
기타등등
실사영화였다면 심은경 캐릭터가 훨씬 야무졌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감독: 연상호, 배우: 심은경, 류승룡, 이준, 다른 제목: Seoul Station
IMDb http://www.imdb.com/title/tt384567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2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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