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2014)

2014.09.06 16:53

DJUNA 조회 수:9456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각색하는 데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원작이 지나치게 '문학적'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학적'이라는 말은 원작이 영화가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언어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죠. 죽어가는 소년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그가 유일하게 잘 다룰 수 있는 도구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야기이니까요. 영화 각색을 위해 이 언어를 덜어내면 조로증에 걸린 소년의 죽음을 다룬 신파가 남습니다.

각색자들도 신파로 빠지는 위험은 최대로 피하려 한 것 같습니다. 영화는 원작보다 유머가 많은 편이고 극중 인물들도 꼭 필요할 때에 필요한만큼만 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비슷한 소재를 다룬 한국 멜로드라마에 비해 특별히 더 쿨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한국 멜로드라마 작가들이 이런 태도를 연습한지 꽤 되었는데, 그동안 이에 맞는 통속성의 틀이 만들어졌죠. [두근두근 내 인생]은 그 틀 안에서 능숙하게 잘 움직이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언어를 덜어내는 대신 영화는 1인칭에 갇혀 있던 이야기를 조금 풀어 조금 다양한 관점으로 원작의 내용을 바라보려 합니다. 특히 부모의 비중이 조금 늘었어요. 원작에서 우리가 오로지 주인공 소년 아름의 관점을 통해 사람들을 본다면, 영화에서 아름의 주변 사람들은 종종 아름의 해석을 통하지 않은 그 자체의 인물로 그려집니다. 아름의 텍스트와 실제 우주의 차이를 조금 더 꼼꼼하게 그렸다면 원작과 영화의 관계가 더 재미있어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영화는 그 정도 야심은 없나 봅니다. 아마 지금까지 이재용이 만든 영화 중 그의 에고와 개성이 가장 덜 드러난 영화일 거예요.

캐스팅은 만족스럽습니다. 송혜교와 강동원이 이런 역을 맡기엔 지나치게 '스타'스럽다고 하는 불평을 들었는데, 상당부분을 고등학생으로 나오고, 나이들어서도 철없는 유치함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는 30대 배우를 골라야 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걸요. 아름을 연기한 조성목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워낙 특이한 역이고 감독의 연출 지도 안에 갇혀 있어서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려면 다른 작품들을 조금 더 체크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일단 분장을 지운 진짜 얼굴부터 익혀야겠죠. (14/09/06)

★★★

기타등등
태티서 카메오는 워낙 튀어서 감독의 사심이 개입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감독: 이재용, 배우: 강동원, 송혜교, 조성목, 백일섭, 허준석, 김소진, 이동민, 김고운, 최윤석, 이성민, 김갑수, 이적, 김인태, 다른 제목: My Brilliant Life

IMDb http://www.imdb.com/title/tt383782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6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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