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왕 (2011)

2011.04.26 22:39

DJUNA 조회 수:14108


구역이 붙어 있는 마포서와 서대문서는 전쟁 중입니다. 특히 온갖 반칙을 일삼으며 실적올리기에 열을 올리는 마포서 팀장 황재성 때문에 서대문서에서는 불만이 대단하지요. 새로 서대문구에 들어온 경찰대 출신 팀장 정의찬은 황재성을 이겨 '올해의 포상왕'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야 임신한 여자친구를 위해 전세 계약금을 만들 수 있거든요. 이 때 그들 앞에 승점 2000점 짜리 사건이 터집니다. 그것은 바로 마포구와 서대문구를 들쑤셨던 마포 발바리 사건.


여기서부터 전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는 가벼운 장르 코미디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연쇄 성폭행범 이야기가 들어오는 겁니다. 코미디라는 게 검열 없이 어떤 소재든 다 다룰 수 있는 것 같죠. 살인, 전쟁 심지어 세계 종말도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준적인 장르 코미디가 제대로 다룰 수 없는 소재들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성폭행과 미성년자 가혹행위가 그런 소재입니다. 그리고 임찬익의 [체포왕]에는 두 개가 모두 나와요. 전 여기서부터 집중하기가 힘듭니다. 그 뒤에도 코미디가 계속 나오는데, 전 웃을 수가 없어요. 소재가 무엇인지 잊기가 힘듭니다.


그렇다고 제가 [체포왕]을 무조건 비난하는 건 아닙니다. 이 영화가 소재를 다루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게 보이거든요. 최근 들어 한국 장르 영화가 이 소재에 대해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영화는 실적에 집착하느라 성범죄 해결에 건성인 경찰의 태도를 비판하고, 성범죄가 어떻게 벌어지고 희생자들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알려주며, 이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합니다. 이들은 종종 나이브해보일 수도 있지만 가짜 알리바이처럼 보이지는 않아요. 영화의 태도는 진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전히 장르 코미디이니 신경 쓰이는 거죠. 중반 이후 코미디를 접고 신파로 빠지는 한국 코미디 공식이 이럴 때는 고맙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소재와 장르가 계속 신경 쓰이는 걸 제외하면, [체포왕]은 괜찮습니다. 종종 투박하고 촌스러워보이는 건 사실입니다(롯데 배급의 내수용 한국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그 일관된 분위기 있잖습니까.)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노련하고 첫 번째 추격전과 같은 건 기술적으로도 좋으며 괜찮은 농담들이 있어요. 아마 저처럼 소재와 장르의 결합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관객들은 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겁니다. (11/04/26)


★★☆


기타등등

1. 박중훈의 실제 막내 딸이 막내 딸로 잠시 출연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닮은 걸 몰랐는데, 나중에 VIP 시사회 사진 보니 닮았어요.


2. 이 영화에서 성폭행범으로 나오는 모 배우는 이제 이런 역으로 그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이러다간 배우에게 진짜 악감정 생기겠어요.

 

감독: 임찬익, 출연: 박중훈, 이선균, 이성민, 김정태, 안용준, 고주연, 임원희, 주진모, 이한위, 다른 제목: The Apprehenders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The_Apprehenders.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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