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단 (2016)

2016.02.27 18:17

DJUNA 조회 수:7579


구모의 [무수단]은 2016년에 나온 첫 한국 호러영화입니다. 보도자료에서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장르로 내세우고 있고 사실 그렇게 호러 자극이 많은 영화도 아니지만 장르는 호러가 맞죠. 밀리터리 호러, SF,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을 겁니다. 네, 맞아요. [프레데터]. 이 영화가 나온 뒤로 우후죽순 쏟아졌다가 비디오로 직행한 수많은 아류작들을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근데 그런 영화의 배경이 한반도 비무장지대인 거죠.

설정은 이렇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원인불명의 이유로 실종, 사망 사건이 일어나자 특전대 엘리트 출신인 조진호 대위와 생화학 주특기 장교 신유화 중위를 팀장과 부팀장으로 한 특임대가 구성됩니다. 이들의 임무는 24시간 동안 비무장지대에서 사고의 실체를 밝히라는 것이죠. 하지만 상부에서는 뭔가를 숨기고 있고 대원들은 한 명씩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프레데터] 아류라고 했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도입부입니다. 연출과 편집이 거칠고 익숙하고 뻔한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지만 그래도 관객들의 시선을 잡는 데엔 어려움이 없죠. 무엇보다 남한 군부대를 그리는 디테일이 좋아요. 감독이 잘 아는 영역인 모양이고, 기자간담회에서 들어보니 여기에 꽤 자부심도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이 도입부는 실망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돈과 기술이 없다는 거죠. 영화는 대원들이 상대하는 '사람이 아닌 뭔가 무섭고 끔찍한 존재'를 제대로 그릴 능력이 없습니다. 돈도 없지만 상상력도, 영화적 테크닉도 부족해요. 이 영화의 괴물 무수단은 존재감이 없는 걸 넘어서 그냥 나오지를 않습니다. 발 루튼식 그림자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아예 안 나와요. 그러다가 막판에 등장할 때는... 아, 슬퍼요. 딱 50년대 싸구려 괴물영화 수준입니다. 50년대 영화라면 즐겁게 웃기라도 하죠.

SF로서도 영화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북한군복을 입은 명계남이 나와서 으하하 만화악당 웃음을 웃으며 정체를 밝히는 장면은 거의 [똘이장군]을 보는 것 같습니다. 뻔한 반공영화 클리셰인 것도 문제지만 뻔한 SF 클리셰인 게 더 큰 문제죠. 제한된 기술로 유명한 80년대 영화의 아류작을 만들어서 성공을 하려면 원작을 넘어서는 아이디어가 필수적인 겁니다. 이 정도론 모자라요. (16/02/27)

★★

기타등등
무수단은 북한이 실험 중인 미사일의 명칭이고,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칠보산 동남단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12호의 곶이라고요. 보도자료에 있는 걸 그대로 옮겼습니다.


감독: 구모, 배우: 이지아, 김민준, 도지한, 김동영, 오종혁, 박유환, 정진, 서현우, 다른 제목: Musudan

IMDb http://www.imdb.com/title/tt544714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7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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