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언니들 (2016)

2016.04.05 01:25

DJUNA 조회 수:10824


[수상한 언니들]은 제가 거의 건드리지 않는 장르인 한국 에로물에 속해있습니다. 전 이 세계의 역사나 관객들의 취향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요. VHS 시대에서 출발해서 VOD시대까지 이어진 수십 년의 역사를 대부분 전해 듣기만 했지요. 하지만 감독 노진수의 작품은 [노르웨이의 숲]을 본 적이 있고 그건 꽤 재미있었습니다. (옆에선 제가 영화에서도 언급되는 [수상한 가정부]도 봤다고 우기는데, 안 봤습니다. 봤다면 그렇게 완벽하게 잊어버렸을 리가 없죠.)

에로영화 버전 [아메리카의 밤]입니다. 오수진 감독은 7년 전에 [하늘소녀]라는 아트하우스 영화를 찍었다가 망했습니다. 재기를 노리고 있는 수진에게 일본 AV 여자배우가 주연인 에로 영화 제안이 들어옵니다. 처음엔 거절했어요. 하지만 돈이 궁했고 영화가 만들고 싶었고 여자들이 만드는 에로 영화도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결국 수진은 대부분 여자들로만 구성된 스태프를 끌고 영화를 찍으러 시골로 내려갑니다. 하지만 청일점 스태프인 조감독은 주연 여자배우를 꼬셔서 달아나버렸고, 즉석으로 술집 직원을 캐스팅해 새로 찍으려 하자, 이번엔 남자배우가 여자들과는 일을 못하겠다면서 가버렸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글로 쓰면 상당히 재미있는 상황인데, 사실 이게 다 후반 섹스신을 위한 설정입니다. 이 영화가 남자배우를 '설정덕후'라고 놀려대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죠. 하여간 어떻게든 두 여자의 섹스신을 영화의 절정에 넣어야 하는데, 그를 위해 이 사람들을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몰아 붙여야 하는 거죠. 당연히 그 과정은 덜컹거리고 많이 억지입니다. 진짜 주제와 이야기를 신경 쓰는 영화라면 당연히 과정을 중요시하겠지만 이 영화는 아니죠.

하지만 이성애자 남성감독이 만드는 목표 뚜렷한 에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들만으로 구성된 팀이 에로 영화를 만든다는 설정은 여전히 꽤 재미있고, 그 덜컹거리는 타협과 생색 속에서도 종종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배우를 하나씩 잃어가는 수진이 자기 상황을 반영하는 남성 영화 감독을 주인공으로 한 홍상수스러운 각본을 썼다가 결국 자신이 그 감독 역할을 하는 설정 같은 건 억지지만 그래도 흐름은 그럴싸해요. 심지어 이 영화는 (심하게 얼렁뚱땅이긴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여성 동성애 영화'이기도 하네요. (16/04/05)

★★

기타등등
감독이 미인인 건 설정상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모든 여성 스태프가 젊고 예쁜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건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요. 이것도 장르의 특성일까요.


감독: 노진수, 배우: 고원, 이채담, 황지후, 라희, 엄지혜, 박정윤, 다른 제목: Summer of Director Oh

IMDb http://www.imdb.com/title/tt548617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detail.nhn?code=14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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