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2011)

2011.12.22 16:29

DJUNA 조회 수:19036


정지영의 [부러진 화살]은 2007년에 일어났던 '석궁 테러 사건'의 재판을 소재로 하고 있지요.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교수 지위 확인 소송에서 계속 패소하자 담당판사였던 박홍우를 찾아가 석궁으로 위협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캐릭터의 성격과 이름이 조금씩 바뀌고 몇몇 허구가 추가되긴 했지만, 보도자료와 당시 기사를 보니, 재판 과정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게 없나 봅니다.


[부러진 화살]은 엉겁결에 주인공 김경호의 변호를 맡게 된 박준(실제 인물은 박훈) 변호사의 관점에서 1심 이후 이어진 항소심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떻게 봐도 좋은 '장르적 법정물'이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가 나오려면 법정에서 제대로 규칙과 논리가 지켜지는 것이 중요한데, 영화가 그리는 법정은 이와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보면 울화통이 터집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법정에서는 이래서는 안 되니까요.


[도가니]처럼 컴컴한 이야기를 상상하실 텐데, 엉뚱하게도 영화는 밝습니다. 네, 물론 여전히 울화통이 터져요. 하지만 영화는 바꿀 수 없는 현실 안에서 위축되는 대신, 현실을 앞에 놓고 신나게 비웃습니다. 여기에는 주인공 김경호의 캐릭터도 한 몫 합니다. 그는 부당한 일을 당한 피해자지만 단 한 번도 피해자 행세를 하지 않습니다. 원칙을 고수하고 법을 열심히 배우고 그 위치에서 판사와 검사를 공격하죠. 그의 융통성 없는 꼴통 캐릭터는 영화에 상당한 코미디 재료를 넣어주고, 그 때문에 [부러진 화살]은 거의 캐릭터 코미디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영화는 투박합니다. 유머는 거칠고 대사는 문어체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며 구색 맞추기 위해 넣은 몇몇 캐릭터와 이야기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지요. (왜 '고참 영화감독'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런 투박함을 당연하다고 보는 걸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재미가 사라지는 건 아닌데, 그건 영화의 투박한 모양이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우직한 태도와 은근슬쩍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속도도 빠른 편이라 지루하지 않고요. 예상 외로 신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런 소재로 이런 성격의 영화가 나오다니 신기하죠.(11/12/22)


★★★


기타등등

박홍우는 바로 정봉주 2심에서 유죄판결을 내린 바로 그 판사라는군요. 그럴싸한 타이밍.

 

감독: 정지영, 출연: 안성기, 박원상, 나영희, 김지호, 문성근, 김응수, 이경영, 진경, 김준배, 박수일, 한기중, 정원중, 박길수, 다른 제목: Unbowed


IMDb http://www.imdb.com/title/tt208576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7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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