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새 (2022)

2022.12.31 20:22

DJUNA 조회 수:1290


[공작새]는 [신의 딸은 춤을 춘다]를 만든 변성빈 감독의 첫 장편영화입니다. 전작의 주연배우였던 해준이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신명을 연기했습니다. 애당초부터 해준을 염두에 둔 각본이었겠지요. 다른 식으로 생각이 안 됩니다. 주인공 신명은 수술비를 모으고 있는 트랜스젠더 왁킹댄서입니다. 대회에 나갔다가 자신만의 컬러가 없다는 이유로 수상에 실패한 날, 신명은 아버지 덕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장례식에 간 명은 아버지의 제자인 우기로부터 유언을 듣는데, 명이 호창농악 전수자인 덕길의 49재 농악 추모굿을 올리면 유산을 받게 해주겠다는 것이죠. 어쩔 수 없이 명은 호창에 눌러 앉아 추모굿을 올리기로 결심하는데,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과 계속 충돌하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 무척 친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악이라는 소재, 전라도 시골 마을이라는 배경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가 유행하던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의 분위기가 납니다. 트렌스젠더 캐릭터가 튀지 않느냐고 물으실 수도 있지만, 당시에도 MTF 트랜스젠더는 꽤 잘 보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신명과 마을 사람들의 고민이 아주 기초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새 쿨한 LGBTQ+ 영화들은 이런 식으로 주제를 다루지 않죠.

한마디로 여러 모로 촌스러워보이는 영화인데, 아마도 의도였던 것 같고, 단점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영화의 드라마는 이 촌스러운 단계 안에서 가장 진정성이 높아요. 일단 캐릭터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명이 농악과 왁킹 댄스를 접목하는 과정은 너무 직설적인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면이 오히려 힘있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영화의 중심은 당연히 신명을 연기한 해준일 수밖에 없습니다. 엄청나게 섬세한 연기 같은 걸 기대할 수는 없고, 그건 이 영화와 잘 맞지도 않습니다. 타인을 정교하게 모방하는 명연기 대신 당사자성이 반영된 정직함이 더 어울리죠. 무엇보다 [공작새]는 댄스 영화이고 이 장르에 맞는 퍼포먼스가 필요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해준은 그냥 모든 면에서 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2/12/31)

★★★

기타등등
아카데미 비율입니다.


감독: 변성빈, 배우: 해준, 김우겸, 고재현, 황정민, 케이스핏, 다른 제목: Peafowl,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20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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