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2023)

2023.08.04 23:46

DJUNA 조회 수:1781


김성훈의 [비공식작전]을 보았습니다. 부천영화제 때 극장에 세워진 광고판을 보기 전엔 있는지도 몰랐던 영화였어요. 당연히 이 영화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굳이 그걸 챙길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냥 하정우, 주지훈이 나오고 [끝까지 간다]의 감독이 만들었다는 것만 알고 봤어요.

실화 기반 영화였습니다. 영화 도입부를 보니 무슨 사건인지 알겠더군요. 1986년에 레바논에서 있었던 도재승 서기관 피랍 사건이었습니다. 길고 지루한 교섭 끝에 간신히 돈을 지불하고 1987년에 풀려났지요.

그렇다고 실화를 충실하게 따라가는 영화는 아닙니다. 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도재승과 같은 실존인물에서 따온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스토리는 거의 허구이고 주인공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가 실화를 따라갔다면 외국 캐릭터들의 비중이 훨씬 컸을 거예요. 번 고먼이 전직 CIA로 잠시 나오는데, 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겠지요.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위해 고생하고 심지어 돈도 날린 사건인데 허구의 한국인들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라 좀 미안하기도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 1번은 하정우가 연기한 외교관 민준입니다. 어쩌다가 납치당한 외교관의 암호 신호를 받고 레바논에 갔는데, 거기서 주지훈이 연기하는 한국인 택시운전사 판수를 만나고 둘은 액션 스릴러 영화에 나올만한 온갖 일들과 엮이게 됩니다. 카체이스도 나오고 총격전도 나오고. 작정하고 장르 액션 버디 코미디로 만들어진 영화라 [교섭] 때처럼 액션이 드라마와 따로 논다는 생각은 상대적으로 덜 듭니다.

두 주인공 캐릭터도 [교섭]의 느끼함은 덜합니다. 두 사람 모두 결점투성이의 평범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인데, 그래도 옳은 일을 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내용이거든요.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성장이 따르고, 여기에 주제가 더해지니까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친숙한 주제도 더 그럴싸하게 있게 다가옵니다.

단지 레바논의 한국인 택시운전사가 어쩌다보니 한국인 외교관 구출작전에 엮이게 된다는 설정은 아무래도 인위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종종 멈추어서서 이를 설명하는데,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거든요. 막판의 주제가 날아가겠지만, 전 그냥 이 택시운전사가 레바논 사람이었다면 이야기가 더 잘 먹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관계 없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마리아인 주제가 추가되었겠지요. 하지만 캐스팅과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비공식작전]의 가장 큰 단점은 영화 외적인 것입니다. 이미 [모가디슈]와 [교섭]이 나왔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안한 '못사는 나라'에 갇힌 한국 사람들이 탈출한다는 내용에는 데자뷔가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 이 영화들이 이렇게 연달아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어요. (23/08/04)

★★★

기타등등
장소연 배우가 납치된 외교관의 아내로 나오는데 대사 하나 없어요.


감독: 김성훈, 배우: 하정우, 주지훈, 김응수, 박혁권, 유승목, 김종수, 임형국, 장소연, 최정우, Burn Gorman, Marcin Dorociński,Fehd Benchemsi, Anas El Baz, Nisrine Adam 다른 제목: Ransomed

IMDb https://www.imdb.com/title/tt27795356/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7876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9 씬 (2024) DJUNA 2024.04.11 1439
468 뒤주 (2024) [1] DJUNA 2024.03.29 1803
467 다우렌의 결혼 (2023) [2] DJUNA 2023.12.17 1119
466 싱글 인 서울 (2023) DJUNA 2023.11.29 2335
465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2022) [1] DJUNA 2023.11.20 1033
464 신체모음.zip (2022) DJUNA 2023.09.04 1774
463 타겟 (2023) DJUNA 2023.09.01 1471
462 보호자 (2020) [5] DJUNA 2023.08.22 1700
461 너의 순간 (2020) DJUNA 2023.08.18 959
460 달짝지근해: 7510 (2023) [6] DJUNA 2023.08.16 2202
459 인드림 (2022) DJUNA 2023.08.15 966
458 콘크리트 유토피아 (2023) [4] DJUNA 2023.08.10 3856
» 비공식작전 (2023) DJUNA 2023.08.04 1781
456 더 문 (2023) [3] DJUNA 2023.08.02 2301
455 롱디 (2023) DJUNA 2023.05.20 2145
454 스트리머 (2023) DJUNA 2023.05.18 1930
453 옥수역 귀신 (2022) [1] DJUNA 2023.04.20 238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