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림 (2022)

[인드림]은 신재호(구 신동엽) 감독의 신작입니다. 작년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올해 6월에 (아마도) 롯데시네마 단독으로 잠시 개봉했다가 얼마 전에 OTT와 VOD로 풀렸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자각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홍화는 아버지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제약회사의 실험에 참여한 뒤로 다른 사람의 꿈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연쇄살인자 재인도 같은 능력을 갖고 있어요, 재인은 홍화의 친구 지은을 납치하고 홍화에게 접근합니다. 홍화는 재인을 잡기 위해 형사 상준을 만납니다.

자각몽은 호러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이고 [인드림]이라는 제목으로 이 소재를 다룬 작품도 이게 처음은 아닐 겁니다. 독창성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 소재죠. 그리고 이 영화는 신재호보다 각본을 쓴 이현철의 관심사가 더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현철은 두 자매가 악귀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귀접]이라는 영화를 감독한 적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주인공 위치인 홍화와 상준이 아주 선하기만 한 인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상준은 지금은 동료 형사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고 있습니다. 홍화의 마음 속에서는 식물인간이 되어 집안 재산을 갉아먹는 아버지부터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이웃, 편의점에 오는 변태 손님에 이르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살의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을 더 어두운 회색지대로 몰아갑니다.

이건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의 재료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가능성을 발전시킬 생각이 없습니다. 대신 매우 재미없는 악당인 재인을 통해 이 이야기를 정리하려 하죠. 홍화의 꿈 속에 기어들어가 "너희들도 나랑 다 똑같아! 죽여! 죽여! 죽여!"를 외치는 이 남자를 보다 보면 '내가 왜 이런 영화에서도 아저씨 개똥철학을 듣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만 듭니다. 그리고 재인의 설교가 길어지면서 캐릭터를 갖고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보죠. 홍화는 자기 남편과 바람을 피워 결혼 생활을 망친 지은과 여전히 친구 사이이고 지은이 납치당하자 친구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재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친구를 죽이고 싶었어!"라고 단순화하는데, 척 봐도 이게 그렇게 쉽게 정리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지 않습니까. 영화는 성준이 저지르는 일련의 행동에도 재인의 논리를 적용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역시 하다 만 이야기가 됩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선과 악의 스펙트럼이 아니라 개별 관계와 행동의 복잡성입니다. '나는 나쁜 생각을 품고 있는데 한다/안 한다'에서 멈추면 안 되지요. 꿈이라는 재료로 우린 더 복잡하고 재미있는 걸 할 수 있습니다.

서스펜스물로서 영화는 긴박감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 이유 중 절반은 재인 때문입니다. 저는 여성 희생자를 다루는 몇몇 방식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이걸 그냥 장르 관습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건 홍화를 연기한 서효림입니다. (23/08/15)

★★

기타등등
구 에이프릴이었던 윤채경이 기능성 단역으로 잠시 나옵니다.

감독: 신재호, 배우: 서효림, 김승수, 오지호, 이설구, 윤채경, 주수정, 다른 제목: In Dream

IMDb https://www.imdb.com/title/tt22505246/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58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