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순간 (2020)

2023.08.18 23:12

DJUNA 조회 수:959


이상준의 [너의 순간]은 원래 2021년에 [유령 이미지]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작품이죠. 코로나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한동안 창고에 있다가 얼마 전에 [너의 순간]이라는, 제가 절대로 그냥 기억할 수 없는 제목을 달고 개봉되었습니다. 그 동안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차기작인 [사랑의 고고학], [만인의 연인]과 같은 영화들이 먼저 개봉되었고요.

영화의 주인공은 정후라는 사진작가입니다. 캠핑카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던 정후는 영이라는 여자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둘은 곧 가까워지고 연인이 됩니다. 사진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었던 영은 정후의 사진작가 아버지를 찾아가는데,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정후는 그게 마음에 안 들어요.

척 봐도 사진과 사진작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내내 누군가는 사진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요. 그 중 상당수는 여러 책에서 따온 인용구이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작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를 위해 할머니가 갖고 있는 흑백사진을 설명해주는 손녀, 해변에서 거의 몸이 굳은 채로 어머니의 자살을 찍게 된 아들 이야기 같은 것 말이죠.

이들이 잘 연결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영화는 여러 모로 피상적입니다. 이것들을 조립해 구조를 만들고 여분의 의미를 넣을 능력이 없어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이 영화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정후가 정말 재미없는 캐릭터라는 것입니다. 자기도취적인 젊은 남자 예술가인데,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깨달을만한 통찰력이 없고 자기 바깥의 사람들에 대한 이해력도 없습니다. 그 바깥의 사람들 중에는 여자친구 영도 포함됩니다. 영은 척 봐도 주인공 같은 사람이 여자친구로 상상할 법한 인물이에요. 심지어 이름부터 그렇지요. 아마 그 상상의 재료는 적당히 오래된 일본 소설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심지어 영은 일본어로 내레이션을 하기도 합니다.

내용과 상관없이 영화는 지나치게 뽀샤시한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옥자연 배우를 이런 뽀샤시한 화면으로 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배우 얼굴을 잘 읽는 감독이었다면 다른 접근법을 취하지 않았을까요. (23/08/18)

★★

기타등등
사진작가 이상일이 정후의 아버지로 나옵니다.


감독: 이상준, 배우: 옥자연, 우지현, 이상일, 차희, 강숙, 다른 제목: Your Moment, Ghost Image, 유령 이미지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7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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