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에서 [블로우 더 맨 다운]이라는 영화를 아무 사전 정보 없이 보았습니다.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섬네일의 그림이 궁금했고 그랬어요. 브리짓 새비지 콜과 다니엘 크루디가 공동감독 겸 각본가입니다. 둘 다 장편영화 감독은 그 때가 처음이었고 지금은 두 번째 작품을 같이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프리스와 메리 베스라는 자매입니다. 둘은 얼마 전에 엄마의 장례식을 치렀어요. 그리고 몇 분 지나기가 무섭게 메리 베스는 살인을 저지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쇄살인마처럼 느껴지는 남자가 덤벼든다면 적극적으로 자기 방어를 해야죠. 메리 베스는 작살로 남자의 목을 찌르고 돌로 얼굴을 두둘겨 팹니다. 그리고 언니 프리시와 함께 시체를 상자에 넣어 바다에 버려요. 몸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칼로 팔을 잘라내 넣었고요.

작살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눈치채셨겠지만 이 영화의 배경은 어촌입니다. 메인주에 있는 아이스코브라는 작은 마을이에요. 첫 인상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동생 메리 베스가 어떻게든 마을을 뜨고 싶어 안달인 것이 이해가 되지요.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이 마을이 지루함과 거리가 먼 곳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아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겐 지루한 곳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영화가 조금씩 끄집어 내는 비밀과 그 비밀을 둘러싼 사람들은 결코 보기 재미없지 않습니다.

코엔 형제스러운 스릴러입니다. 폭력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등장인물 어느 누구도 사건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이야기지요.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게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남자들도 경찰, 잠재적 시체 등등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이 영화의 줄거리를 끌어가는 에너지와 동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들입니다. 그리고 평균 연령대가 높아요. 다른 영화에서는 수다스러운 조연으로 머물 수 있었던 노년층 할머니들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동기와 행동은 우리의 선입견에서 상당히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90여분이 살짝 넘는 짧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꽤 많은 일들이 분주하게 일어나요. 영화가 끝날 무렵엔 시작할 때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 와 있어요. 그렇다고 반전을 들이밀며 관객들을 놀래키는 것에 집착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 전체가 은은하게 심술궂은 덤덤함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그게 또 이 이야기에 잘 어울려요. (23/08/07)

★★★

기타등등
옛 영국 뱃사람 노래에서 제목을 빌려 왔습니다. 사실주의적인 영화지만 중간중간에 뱃사람들이 그리스 코러스처럼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


감독: Bridget Savage Cole, Danielle Krudy, 배우: Morgan Saylor, Sophie Lowe, Annette O'Toole, Marceline Hugot, Gayle Rankin, Will Brittain, Skipp Sudduth, Ebon Moss-Bachrach, June Squibb, Margo Martindale.,

IMDb https://www.imdb.com/title/tt8299768/
Daum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3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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