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1 22:52
[레이드: 첫번째 습격]의 줄거리는 거의 비디오 게임 설명처럼 들립니다.
악당들이 부글거리는 30층 건물이 있습니다. 중간인 15층에는 최종보스가 살고요.
한무리의 SWAT팀이 1층부터 15층까지 올라가 최종보스를 체포해야 합니다.
물론 습격 몇 분만에 SWAT 팀원 대부분이 전멸하고 주인공 혼자만이 싸움이
가능한 상태로 남는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과연 이게 말이 되나요? 우선 여긴 어딘가요? 도대체 얼마나 타락했길래,
갱들이 경찰들을 무참하게 학살하고도 시치미 뚝 뗄 수 있는 건가요?
설마 인도네시아가 정말 그런가요? 왜 이 사람들은 전화로 구조요청을 하지
않는 걸까요? 휴대전화가 없다면 남의 것을 빼앗거나 가져와 쓰면 되는 거고
일반 전화기도 있을 텐데. 아무리 사정이 있다고 해도 목숨보다 중요한가요?
그리고 이 말도 안 되는 습격작전은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경찰은 갱단이
따라올 수 없는 경찰만의 이점이 있고, 이런 경우엔 그걸 누리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그러나 논리를 꼼꼼하게 따지는 건 별 의미 없는 일입니다. [레이드]에서
중요한 건 논리가 아니에요. 피와 살이 터지는 거친 액션을 1시간 반 넘게
흐르게 할 수 있는 동기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걸 고려해보면
[레이드]의 각본은 썩 좋은 편이에요. 비디오 게임 같다고는 하지만 명쾌해서
거의 우아하기까지한 기본 설정이 있고, 결국은 통속적인 멜로드라마로 귀결되긴
하지만 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국면 전환도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제가 던진 질문 중 일부는 부분적으로나마 설명이 됩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시작할 때보다 말이 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액션입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인도네시아의 전통무술 실랏인데,
보면 좀 무섭습니다. 작정하고 사람을 죽이려고 고안된 동작들의 연속이죠.
여기에 영화는 총, 칼 기타등등의 무기들과 주변의 온갖 물건들을 추가합니다.
이것들이 총동원된 싸움터 안에 머무는 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순식간에 온 몸이 난도질당하거나
머리가 으깨진 시체가 되어 바닥에 굴러다닐 가능성이 농후하죠. 사람들이 죽어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쌓이는 시체들이 너무 많아서 보는 동안 종종 기분이 나빠질 정도입니다.
실랏 때문에 [아저씨]와 비교가 되던데, 솔직히 주인공 라마는
[아저씨]의 원빈 캐릭터보다 훨씬 야무집니다. 싸우는 동안에도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려요. 그냥 싸움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상황 파악이 빠르고 임기응변이
밝고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죠. 제대로 대사나 캐릭터 묘사 같은 건 거의
없지만 무술 자체가 캐릭터화가 되어 있어서 공허한 아바타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듭니다.
결말의 강도는 생각보다 가벼운 편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면 괜찮은
드라마의 마무리처럼 보이고 이치에도 맞습니다. 물론 영화는 속편의 가능성도 열어둡니다. 소문에
따르면 2,3편이 그 뒤를 이을 거라고요.
(12/05/01)
★★★
기타등등
인도네시아 영화지만 감독인 가렛 에반스는 웨일즈 사람이죠. 원래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첫 단편인 [사무라이 모노가타리]도 일본어로 찍었다고요.
그것도 카디프에서.
감독: Gareth Evans, 출연: Iko Uwais, Joe Taslim, Donny Alamsyah, Yayan Ruhian, Pierre Gruno, Ray Sahetapy, Tegar Satrya,
다른 제목: The Raid: Redemption, 습격
IMDb http://www.imdb.com/title/tt189935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7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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