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해도 좋다는 말을 들어서 여기에 그대로 옮깁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큐브릭 생각이 나는 이야기인데요... 그래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쪽은 결과가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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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블로그에서 청연 리뷰를 보았습니다.

지금은 영화일에서 많이 멀어져 있지만, 청연 관계자로 3년 넘게 일을 하고 개봉을 하기까지 관계된 일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제목도 사람들이 가물가물해 하는 영화이지만, 제게는 '집나간 말썽쟁이 자식'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무엇보다 저희가 영화를 만들 때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가

그래도 몇몇에게는 잘 전달이 되었다는 마음에 뒤늦게 뿌듯합니다.



허나 글 뒷부분에 마음에 좀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요.

영화 음악에 대해 지적을 하셨는데



영화의 시작부터 완성까지를 지켜본 이로서 조심스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청연의 음악이 '미하엘 슈타우다허'의 음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촬영의 완성도나 cg등을 위해 현장 편집본이나 가편집본을 보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물론 윤종찬 감독이 작업을 했고, 영화 상 사용된 클래식 곡들은 감독님이 손수 작업을 하신 것들입니다. (편집본에는 더 많은 음악이 사용되었고 최종 편집본에서도 이런 음악을 그대로 쓰길 원하셨으나 저작권료 문제로 몇 곡은 사용을 못했습니다.)



1년 가까이 촬영을 하고

1년 넘게 후반 작업을 하다 보니

누구나 자연스럽게, 혹은 어쩔 수 없이 원래의 곡들에 익숙해졌고

이 때문에 미하엘 슈타우다허 감독이 영화 음악을 꽤 많이 작업을 하셨는데도

영화 상에서는 거의 쓰이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음악 감독의 역할이 본의 아니게 많이 줄어버렸고,

음악 감독보다는 윤종찬 감독이 더 큰 역할을 했던 게 사실이지요.

  (한 영화제 시상식에서 미하엘 슈타우다허 감독이 '청연 음악 감독'으로 수상을 할 때

본인도 참 당황해 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청연'이 '잘 자란 아이'가 되기를 원했던 입장에서

음악 부분이 한없이 안타깝긴 합니다.

또 명백히 참여한 스태프들 모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작품인데 누구 탓인 걸 따지는 게 우습기도 하고요.



그래도

열악한 촬영 현장을 열심히 왔다갔다 하며 음악작업을 하고

음악 사용 과정에서 여러번 속이 상하셨을 법 한데도 다른 스태프들에게 내색 한번 하지 않던

미하엘 감독님을 알기에

그저 결과물만 가지고

'게으른 음악 감독'이라는 평을 받는 건

제가 마음이 좀 불편해서

메일 드립니다.



카리스마 있게 온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윤종찬 감독의 스타일과

수줍고 낭만적인 옆집 소녀 같은 미하엘 슈타우다허 감독의 스타일이

서로 타협점을 잘 찾지 못한 결과 정도로 정리하는 게 나을 듯 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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