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한국사회는 동성애자 사회

2005.04.12 22:11

미카엘 조회 수:3248

내 생각에 한국 사회는 동성(애자) 사회(homo social)다.
우리 사회의 남자는 게이이고 여자는 '레즈비언'이다.
남자들은 터치를 가장한 패싸움을 즐겨 벌인다.
그렇게 격렬히 만지고(싸우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그들은 액션과 폭력과 터치의 구분이 없는 인류다.
남자는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아껴주고 키워주고 자리를 대물림한다.
여자를 가운데 둔 삼각 관계에서도 지지고 볶고 질투로 진을 빼는 대신
협상하거나 친구가 되거나, 여자를 제물 삼아 함께 성장한다.
(보 비더버그의 <아름다운 청춘>이나 알폰소 쿠아론의 <이투마마>를 보라).
남자에게 여자와의 사랑은 남성 연대만큼 중요하지 않다.

반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레즈비언'이 되는 방식은
남성의 타자, 대리인으로서이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여성들은 몸만 '여자'지,
남자의 사고 방식을 머리에 이고 지고 그의 비위 맞추기를 일상 노동으로 삼으며 산다.
생각해 보라. 여자들이 '진짜' 이성애자라면,
남자의 벗은 몸을 보고 쾌락을 느껴야 하지 않나?
그러나 대부분의 이성애자 여자들에게 남자의 벗은 몸은 공포요, 폭력이다.
성기 노출이 성폭력이 될 수 있는 것은 여성이 그것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불쾌해하는지 그들이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이성애자이면서도 남자의 벗은 몸이 아니라
(남성의 시선으로)여자의 벗은 몸을 보고 성욕을 느낀다.
우리는 남자의 안경을 너무 오래 쓴 탓에 아예 남자의 눈을 가지게 되었다.
사랑은 여자의 일이다.
사랑(관계)을 유지하기 위한 감정 노동, 육체 노동. 그 모든 비용은 여자의 몫이다.
여성이 그 일을 그만 두는 순간,
이기적인 여자라는 비난과 함께 대부분의 연애는 끝이 난다.
성별 사회에서 여자에게 사랑은 사회적 관계, 생존, 돈, 자아 실현, 성취 등
인생의 모든 것(everything)이기 쉽지만,
남자에게 사랑은 언제나 다시 올 버스, 여러 버스 중 한 대(a part)일 뿐이다.

남자가 사랑에 울고불고 할 때는 자기가 찬 것이 아니라 채였을 때,
즉 게임에 지고 거부당해 자존심이 다쳤을 때뿐이다.
닐 세다카의 You mean everything to me? 김소월의 진달래?
그들은 남자지만, 여성 화자로 말한다.
반면 여자 작가가 남성 화자로 말하는 작품은 별로 없다.
남자는 두 영역을 모두 오갈 수 있지만 여자는 그럴 수 없다.

이런 세상을 상상해 본다.
남자에게도 사랑이 관계, 생존, 돈, 자아 실현, 인생의 목표여야 한다.
남자들도 친밀감에 목숨을 걸고 관계 유지를 위해 생의 모든 자기 가능성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여자의 출세를 위해 헌신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성폭행 당한 후 그녀가 결혼을 거부하자 자살한다.
여자는 배, 남자는 항구가 되어 남자도 여자를 기다리다 지쳐 썩어 문드러져 돌이 된다.
사랑과 친밀감, 섹슈얼리티의 정치경제학에 혁명이 오기 전까지는
그 어떤 남자들의 혁명도 부분적이거나 자기 만족일 뿐이며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여성이 자기 몸을 소유하는 것은 노동자가 생산 수단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그것은 인류의 가장 거대한 타자성(他者性)이 일소되는 것이다.


/정희진. 여성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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