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 든 약간 씁쓸한 생각

패트리샤 아퀘드의 수상소감을 듣고, 마치 페미니즘이 무슨 욕인 양, 혹은 피해야 하는 집단인 것 처럼 사용되는 우울한 시기에 이런 정치적 소감을 말해준 것에 우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뭔가가 껄끄러운 기분. 생각해 보니 " To every woman who gave birth to every taxpayer and citizen" 이란 표현을 쓴 점입니다. 여성을 어머니로 정의 한거죠. 굉장히 효과적이지만 (누가 엄마배를 통하지 않고 탄생했겠습니까?)젠더 연구자들이나, 페미니즘 입장에서 보면 껄끄럽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숀 펜의 농담도 개인적으로는 정말 끔찍했습니다. 본인은 농담이라고 했겠지만, 우선 그런 말을 하고도 농담이라고 정의 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이 바로  power가 있는 입장이어서 할 수 있는 거겠지요. 농담과 power 에 대한 관계를 여러 흥미로운 사회학적, 언어 사회학적 논문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친구들' 사이에서, 그리고 소위 리버럴이 이런 말을. 


두 사람 다, 그 말 중에 어떤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뭐 스노우든에 대한 농담은 그냥 넘어가죠. 


    • 이냐리투 감독과 무척 친한 사이인가 했네요..그래도 웃기엔 좀 지나친 말 같아서 당시 반응엔 안 드러났어도 나중에 말 나오지 않을까 했죠. 잔치 마지막이라 집에 가기 바빠서 신경을 껐는지.

      어찌보면 뭐 관대하고 쿨한 분위기 같아서 부럽기도...


      아퀘트 수상소감은,영화 속 캐릭터에 몰입해 육아를 힘들고 고귀한 작업으로 새삼 선언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암튼, 패트릭해리스가 예상한 시상식 진행표에,메릴스트립이 돈을 충분히 못 받고 있음에 격하게 공감함, 뭐 이런 말이 나와서 빵터졌습니다.
      • 친하다고 들었어요. 예전에 영화를 하나 같이 했었죠. 

        • 아..21그램이겠네요.

          친한 척인가봅니다.썰렁~
    • 숀 펜의 농담은 권력이라기 보다는 평소 그의 '소위 리버럴'한 스탠스가 그것을 반어로 받아들여지게 만들기에 성립되는 것이죠. 


      모든 농담은 어느정도의 끔찍함을 내포하고있습니다. 누군가 불편해지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구요. 불편해지는 사람이 다수면 나쁜 농담이고 소수면 좋은 농담으로 여겨질 뿐이죠. 이 경우엔 이민자를 추방하자는 말을 평소에 하고다니던 사람들, 그리고 원래 의도를 오해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불편해할만한 농담이기에 그리 성공적이진 못한것같네요.


      인간이 여성으로부터 태어난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전체 여성을 어머니로 정의하는거라는 생각은 안드네요. 

      • 숀펜이기에 용서될 수 있었다..그거군요.대단한 양반 ㅎㅎ

        곧이곧대로 듣고 부르르하는 분위기보단..괜찮아보입니다
      • 숀 펜의 농담은 반어라는 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럼에도 그걸 시상식에서 농담이라고 하는 것이 한계를 보여준다고 생각된다는 거죠. 그리고 그의 농담이 '재미있었다', '괜찮았다'라고 느껴진데는 바로 이어진 이냐리투의 더 정치적인 농담과 진지한 이야기 덕이 많았다고 봐요. 


        아퀘드의 연설은 인간이 여성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죠. 그 문장이 불편한건 혹은 씁슬한 건, 여성과 남성의 같은 노동 같은 인금이란 평등을 주장 하면서 이때 여성을 부를 때 누군가의 어머니인 그룹으로 정의해서 부른데 있는 거죠. 위에 쓴 것 처럼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효과적이지만 여전히 헤게모니적 젠더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생각이죠. 

    • 연예인들 끼리 예능 나와서 수상소감에 내 이름 빠졌다고 삐침 하는것 같은 글이네요. 

      • 으잉? 그런 거랑 차원이 같습니까? 당연히 할 수 있는 지적이지요. 댓글 읽다가 뜨악했네요.
      • 삐침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글 같은데요

      • 너무 뜬금없는 내용으로 딴지를 거시네요.
    • 숀 펜의 농담은 남미계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반발을 받았지요. 잘 안알려졌지만. 


      http://www.huffingtonpost.com/2015/02/23/sean-penn-green-card_n_6733238.html

    • 본문에 동감합니다. 저도 아퀘트의 수상소감이 여성의 정체성을 어머니로 한정짓는다고 느껴져서 마음이 썩 좋지 않았어요.


      근데 스노든에 대한 농담은 어떤 거였나요? 제가 이 부분은 미처 못 본 것 같네요;;.  

      • Citizenfour가 다큐멘터리로 수상한 뒤 Neil Patrick Harris가 "Edward Snowden couldn't be here for some treason"라고 했습니다. Edward Snowden 본인은 보고 웃었다는군요. http://www.politico.com/story/2015/02/edward-snowden-oscars-joke-115423.html

    • 아퀘트의 발언은 여성이 '어머니'이기 때문에 가치 있는 존재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말이라서 저도 좀 그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이지만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은 존중할 필요가 없는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죠.. 숀 펜의 농담은 뭔지 몰라서 찾아봤는데 어이가 없군요.;; 농담이라고 다 웃고 넘어가는 이런 분위기 안 좋습니다. -_-

    • 저는 실시간으로 시상은 보지 못 했고 편집된 영상만 봤습니다.

      응? 내가 영어가 짧긴 짧군했는데 (감동했다는 사람이 많이서요)대충 제대로 알아들은 모양입니다.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 중 제일 싫어하는 방식의 하나예요.


      숀 팬 발언은 아직 못 찾아봤습니다.
    • 영어 잘해야 합니다. 가끔 뭘 잘못 이해하고 혼자 크게 감격해하다 나중에 그게 아닌걸 알고 몹시 뻘쭘했던 기억이 있는데, 거기에 또 행간을 읽기란 쉽지 않군요 또 하나 배웠습니다.

    • 수상 소감은 잘 모르겠는데 백스테이지에서 소수자 그룹에 대해 연대를 종용(?)한 것에 대해선 이런저런 논란이 있나봐요.


      첫문단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훌륭한 연설이었고 더이상 과격하게 말하기도 어려운 자리였습니다만, 여성을 누구의 어머니, 누나, 여동생, 딸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저도 좀 불편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또 이런 류의 언설이 효과적인 측면도 있으니 마음이 복잡하네요.

    • 숀펜은 안봐서 모르겠고 말씀하신 아퀘트에 대한 서운함(?)에 공감합니다. 어머니야말로 위대하고, 그러기에 어머니가 됨으로써만이 여성의 존재가 승격된다는 듯한... (후자는 좀 오바겠습니다만 끙.)
    • 아퀘트의 소감은 보이후드에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와 연결되어 있다고 봤습니다.

      • 아퀘트가 연기한 캐릭터는 더 적절하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데요. 전 여전히 이 사람이 이렇게라도 말해준데 감사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왓슨 같은 배우가 페미니즘은 남성 증오가 아닙니다 란 말을 아직도, 여전히 해야하는 시기에 같은 노동 같은 인금이란 당연한 말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아니까요. 그렇지만 아퀘트가 당의정을 입힌 사실, 또 그런 선택을 하는 데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게 또 저의 감상입니다. 특히 제니퍼 로렌스 같은 배우도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별로 놀랍지 않은 사실이) 걸 알려진 배경에서는요. 

    •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들은 '세금을 내는 시민들'에 들어가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 아퀘드가 한 표현은 every woman who gave birth to every taxpayer and citizen 이죠. 


        그럼에도 누군가 계속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들을 상기시켜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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