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방문, 렛잇비, 성공적

며칠 전에 자취집에 부모님이 오시게 된 얘기- 그 후기입니다.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page=3&document_srl=12371605


부모님과 데면데면한 사이라 걱정이 좀 됐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댓글 달아주셨던 것처럼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냅둬라,

요 말씀이 정말 맞더라고요.


식사는 과하지 않은 걸로(1~2만원) 맛있는 거 사드렸어요.

(한정식(이건 뻔하죠), 주꾸미 볶음, 고르곤졸라 피자&크림소스 리조또(제 취향 강요))

시골에 사시니까 안드셔 보신 새로운 거 사 드리고 싶어서, 딸네 집에 왔으니 딸이 먹는 거 먹어봐야 한다고 우겨서 동네 이태리 식당 갔는데 은근 좋아하셨어요.

엄마는 신맛을 별로 안좋아 하셔서 토마토 베이스는 피하고, 아빠는 장이 예민해 소화 잘 안되시는 거 고려해서 파스타는 빼고 메뉴 골랐는데

아부지 입맛에 고르곤졸라 치즈 딱이었고, 크림소스 리조또 참 고소하다고 좋아하셨어요ㅎㅎ

물론 주꾸미볶음 드실 때는 원래의 아버지로 돌아가셔서 맛있게 매운 게 아니라 자극적이기만 하다며 재료 질 나쁜 거 숨기려는 상술이다, 

이런 평을 하셨지만요... 엄마가 드시고 싶어하셨으니까(집이 강릉인데 강릉에선 주꾸미 많이 안 먹어요) 그냥 듣고 흘려버렸어요. 

글구 집에 밥솥 고장나서 밥 못한다고ㅎㅎ 아침엔 씨리얼 드렸는데 평소엔 안드시니까 재밌어 하셨어요. 

바나나도 썰어 넣고, 하루견과도 올리고 나름 영양의 균형을 고려했다며 막 맛있는 거라고 영업하고요.


마사지도 엄만 좋아하셨는데 아빠는 뭐 그냥저냥...그러셨는데 그냥 가볍게 듣고 넘겨버렸습니다.


가만히 계시라고 했지만 역시 부모님의 집안 검사는 빠질 수 없었는데요,

엄마가 구석구석 막 닦으셨는데(잔소리는 기본이고요) 여러분의 조언대로 그냥 하시게 뒀습니다ㅎㅎ

아빠가 나무 문 흔들리는 거 목공본드 사서 붙여서 고정시켜 주셨고, 커튼 봉 떨어진 것도 달아주셨고요(여긴 많은 우여곡절이...) 

해머드릴과 그냥 전동드릴의 차이, 석고 앙카와 칼브록의 세계(!), 공구 대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마트 가서 공구와 DIY 재료의 세계에 대한 아빠의 네버엔딩 강의...도 들었고, 자동차 휴대폰 거치대도 망가져서 새로 사서 달아드렸어요

쉬는 날인데 하루 종일 움직여서 좀 힘들긴 했는데 여튼 두분 덕분에 삶의 질은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엄마아빠도 자식한테 뭘 해 주는 걸 좋아하시는 거 같았고요.


밤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 어색할까봐 걱정했는데...의외의 방향으로 좋게 풀렸어요. 이번 방문에서 제가 가장 뿌듯한 일이었어요.

집안 검사를 하시던 아버지가 제 기타를 보시다가 악보책에서 내사랑내곁에를 보신 건데요...

아빠가 좋아하시는 김현식, 김정호, 김광석 노래들을 스트리밍으로 하나하나 들려드리면서

아빠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 20곡 정도를 핸드폰에 담아드렸어요.

김현식, 김광석은 저도 좋아해서 노래도 같이 부르고요

제가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아빠랑 같이 가서 산 테이프가 김현식 6집이었는데(그시절 가요톱텐 1위곡이었어요)

아빠의 첫 차에서 테이프 들으면서 드라이브 했던 그 시절 얘기도 하구요.

음악은 참 그 시절을 한꺼번에 환기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지요. 

뭣보다도 너무 오래되어서 제목을 기억 못하셨던는 김정호의 <보고싶은 마음>을 찾아 드린 게 젤 효도인 거 같아요.

불끄고도 여러번 반복해서 듣다 주무셨어요.

고향 집에선 그냥 티비보면서 보냈을텐데 티비도 없고, 인터넷만 되는 제 집에서 해 드릴 수 일이었던 것 같아요. 


댓글 달아주신 27hrs, 침엽수, 해삼너구리, Neo 님, 제 글 읽어주셨던 많은분들 
덕분에 부모님과의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었어요. 감사드려요!






    • 글 읽으면서 아침 피로가 가셨어요. 기분 좋은 글 고맙습니다.

    • ^_______^ 아빠얼굴 하고 글 읽었어요. 노래 같이 들어요.





    • 아이고 1박2일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하셨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는 좀 덜 걱정하고 좀 더 편안한 시간 될 거에요. 

    •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요. 저도 가끔 아빠가 좋아하시는 옛노래들 찾아서 핸드폰에 담아드리고 뿌듯해 해서... 뭔가 공감도 가고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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