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호텔을 좋아해요

거기에 나온

사람들은 두려우면 화를 낸다는 말을 정말 좋아해요


저는 제 모교 중 하나를 싫어해요. 명문이지만 천박한 마인드를 갖고 있는 그 학교와 그 학교의 게시판을 싫어해요.

대학생인데도 칼같은 말들이 난무해요.

여기에다가 자신의 졸업 후 위치를 확신하고, 학벌에 호감을 느끼는 몇몇 이성이 촉발시킨 오만함때문에 걸린 정신적 혼수상태에서 써제낀 글들을 보면 배꼽이 빠질 것 같아요

제가 꽤나 끝내주는 넷잉여인데
여자나이에 대한 평가글을 이 커뮤니티에서 제일 많이 봤어요.

다른 커뮤에서 좀 나이가 된 연예인이나 자기 주변 얘기를 하면서 여자나이얘기하는건 애교 수준이에요.

그곳에서는 남자들이 주로 여자나이에 대해서 글을 쓰는데 나이많은 여성을 내가 선택할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라는 함의가 들어있어요. 내가 고를 여자의 조건 중 하나다 라는게 전혀 감춰지지 않은 상태로 오픈되죠. 왜냐하면 자신들은 여자들을 줄세우고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요. 이 들은 이쁘고 젊고 어리고 착한데 수입과 학벌이 낮은 여성들이 자신들에게 호감을 가져줄거라 생각해요.그리고 거기에서 큰 쾌감을 가지는 것을 전 목격해요.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온 대학의 학문적 성취로 인한 명예를 활용할 때 여자를 자신앞에 줄세울 수 있다는 것에서 가장 보람을 얻는 듯 해요. 점수를 매길 수 있는 대상이라 그런지 여자들에 대한 막말도 심해요.


그래서 학교커뮤니티에 한동안 안들어갔는데, 우연히 어제 갔다가 학내 여시유저가 여시에 대해 설명하고 거기에 대한 600플이 달린 글을 봤어요.

여시쉴드글이었는데 조금 여성집단에 대한 해맑은 순수함이 보이는 글이었어요. 그분 생각과 달리 여자는 결코 착하지 않죠. 여자는 조직적이기도 하고요. 여자는 서열을 곧잘 따지기도 해요. 여자는 비열하기도 하고요.

이 사실에 대해서 모르는 여자. 혹은 아는데 그게 너무 싫은 여자. 이 사실을 아는데 아무렇지 않은 여자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남자. 저걸 실감할 때마다 격렬하게 여성집단에 대해 분노하는 남자, 저 사실을 모르는 남자. 저 사실을 모르고 싶어서 분노하는 남자 등등이 있겠죠.

댓글들은 해맑은 여시유저에 대한 비난, 쌍욕, 그리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잘 봤다는 예의있는 글들, 쌍욕을 성토하는 글들로 뒤덮였어요.

전 댓글 중에서 주목한 건

계속 화를 내는 남자들이었어요

무엇들이 저 남자들을 저렇게 화를 내게 했을까.

저는 부다페스트의 말을 떠올렸죠

두려운거에요.

항상 느낀건데 남자들은 여자들을 두려워했어요

사실 그보다는 권력적우위를 누리는 남자들도 많긴 하죠

그런데 남자들은 여자들의 비합리성을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거 같아요.

바꿔 말해서 남자들은 여자들의 비합리성에 가장 화를 내요.

김여사에도 된장녀에도 루저녀비난에도 집값혼수 부담에도 데이트비용에도
분노를 잠재우지 못하는 기저에는

비합리성. 납득이 안되는 상황에 계속 직면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있어요.

그런데 비합리성의 총체인 군대에는 왜

아무 욕을 안하는지. 왜 네티즌 수사력을 발휘하지 않는지. 왜 시위하고 욕하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남자들은 남자의 비합리성보다 여자의 비합리성에 대해서 거의 무조건적인 반사적 거부감을 표출해요.

이제 이 길고 무의미한 글에 종지부를 찍어야할 때가 왔네요.

그건 제 생각에 다른 남성과는 세계를 공유하지 않지만

특정 여성과는 세계를(ex 가정) 공유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들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성의 비합리성은 나 자신의 손해로 이어지니까요.

자신이 선택한 비합리성과 손해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기에 거부감도 없고 그리고 다른 남성의 일도 다른 세계의 일이니까 거기에도 거부감 없고요.

비약적으로 말해서 여성은 내 소유물
좋게 말해서 여성은 내 가정의 공동 책임자
뭐 그러니까 다른 것들에 비해 비합리성을 용서못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한국내 열악한 여혐속에서 여권을 신장시키는 방법은 여성이 할 수 있는 또 하고 있는 합리적 행동과 논리를 계속 알려주는 것이에요.

여성이 합리적으로 움직인다고 느끼는 순간 여혐은 잦아들 것이고, 또 여권도 신장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순간은 오지 않을거에요.

비합리적으로 움직이는 1%의 행동만 봐도 그게 여자의 치명적 약점인 것 처럼 공격할테니까요

전 남자의 공격본능이 엄청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의미론 대단해요.
만물의 영장은 인간이 아니라 테스토스테론이 흐르는 인간 남성이라고 생각해요. 존경하는 의미는 아니고요


암튼 한국의 교육이
여자들에게 여자다워야지라는 말 이전에 사람들에게 네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시킬 수 있어야지 를 어릴때부터 하는 문화가 정착되기 전까진

엄두도 못낼 여권신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는 그냥 간단하게 어머니에 대한 불만이 다른 여자에게 전이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남성세계의 비합리성은 권력, 서열, 폭력적인 관계를 통해 체화됩니다.

      그런데 여성에게선 그런 폭력성을 남성이 느낄수 없으니 멈춰있던 이성이 다시 작동, 이런 프로세스 아닐까요?
    • 상당히 공감합니다. 사족인데 이 게시판이 여성을 외모나 나이로 칭송(또는 암묵적 비하)하는 글들이 꽤 자주 보여서 싫더라구요. 우리사회야 오죽하겠습니까만.. 그래도 이미 아시겠지만 여성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남성들도 아주 없는 건 아니예요. 다행히 제 삶의 반경안에선 많은 편입니다.. 교육과 문화가 중요하다는 점 동의하고요. 이런 글도 아주 반가워요. 부다페스트호텔 또 보고 싶네요. 

    • '여성은 내 소유뮬'이기 때문에 비합리성을 용서 못한다는 부분 정말 공감 가네요. 여성이 비합리적으로 돈을 쓰면 마치 '자기 돈'을 여자가 헤프게 쓴다고 느끼는 남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여자랑 본인이랑 아무 상관조차 없는데;; 정말 강력하고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에요.

    • 공감합니다. 저도 이제껏 저런 폭력적인 상황에 무감하고 무지하게 살아왔는데, 몇년전부터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하게 되더라구요. 그건 제가 나이가 먹어서 일수도, 제 머리가 굵어져서 일수도, 제가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간 별 생각 없이 봐왔던 영화들에서 남성중심적인 폭력성을 발견하고 정 떨어지기도 하고, 점점 공감가는 평론가들의 글을 찾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리고 그건 제가 이 피로도를 견디면서 듀게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듀나님이 떠났다고 하지만 이곳이 듀나님의 글이 올라오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전 남자들의 저런 단순한 논리의 폭력성도 싫지만, 그것에 대해 무지하거나 알고 있지만 암묵적으로 침묵하고 살아가는 이전의 저와 같은 많은 여성들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건 말씀하신대로 한국의 교육이 바뀌지 않는 한 힘들 것이라 생각되네요. 이미 남성의 사고방식을 체화한 많은 여성들이 시스템에 순응하며 살아가니까요. 그리고 저처럼 나이먹고 정신 차려서 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남자들은 물론 같은 여자들이 싫어하기도 하죠.

    • 헷 댓글이 많이 달려서 기분 조으네요.




      /선인장3: 저도 글쓰면서 남자들이 자라면서 느낀 어머니세대의 불합리성에 대한 불만이 있는데, 그걸 남자들이 존경스런 어머니란 이름때문에 공론화 할 수 없어 뒷단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 끊임없이 혐오하는 무엇이 되버린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skelington : 흥미로운 분석이네요. 저는 사실 그래서 여자들이 좀 더 과감하고 통제할 수 없는 느낌을 주도록 자라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에 거는 기대와 감정의 수위가 다르니까요.


      /짜이, Nico, miniJ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짜이님 사실 저희회사가 좀 그런 회사입니다. 대표가 특히 여권에 대한 사상이 꽤나 올곧습니다. 그렇지만 이 회사안에서도 주체적으로 말하는 것을 상습적으로 겁먹는 여성들은 존재하더군요.


      miniJ님 맞습니다. 여성들의 문제입니다. 저는 어느순간에 여성과 남성이 같은 종족이고, 그러므로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좀 벗어나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속한 집단이 자의건 아니건, 다른 집단에게 여러모로 억압당할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구나 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이럴 땐 정말 각개격파밖에 답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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