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날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냐고 묻는 건 무의미한 질문일까요?
꽤 오랜 기간 연애를 하고, 상대방의 마음이 식었다는걸 느끼면서도 몇달을 견디고, 그렇게 견디다 결국 이별통보를 받은 경험이 있는데요
그게 벌써 6개월도 지났는데 여전히 마음의 상처가 됩니다.
불현듯 머릿속에서 왜 내가 싫어졌을까? 왜 차갑게 변해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갈 때도 있고요
여전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 진지하게 연애할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대방과 헤어지면서 왜 날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건지 듣지 못했어요. 그냥 몇개월 동안 차갑게 식어버린 상대방의 모습을 보며
그 당시에는 더이상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싶어서 알았노라고 힘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지금에 와서는 자꾸 머릿속에서 이런 질문들이 떠나지 않아요. 오랜 기간 만나면서도 날 그저 참아왔던걸까?
도대체 내가 왜 싫어졌을까? 그 때 사랑했던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사실 제 친구가 저런 고민을 상담했다면 저는 "야, 사랑이 식었다는데, 이유가 중요할까? 사랑 그 자체가 식어버렸다는게 중요할뿐, 이유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 그만 잊어버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주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사자가 되어 보니, 도저히 그렇게 생각이 들지가 않아요. 왜 날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헤어진 제 모습을 보면 다시 사랑할 자신이 없어요.
이런 질문을 헤어진 상대방에게 묻는건 무의미한 질문일까요?
듣게 되면 더 상처이고, 미련만 남을 뿐, 내가 성장하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척 잘 살아가고 있지만, 벌써 몇개월째 헤매는 제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고, 울적하기도 해서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그렇지요 무의미합니다. 애초에 사랑한 적도 없는 것을. 사랑이 식는다는 게 웃긴 표현이네요. 관심이 식고 성욕이 식는 거지... 그러니까 지겨워진 것뿐.
상대의 이유를 듣고 싶은 건 자신을 떨어트린 인사면접관에게 이유를 묻는 것과 같은 거겠죠. 듣는다고 시원해질 것도 아니고, 탈락 통지를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장점을 들자면 다음 면접 시에 조금 도움이 될 뿐...이려나?
익명님의 어떤 모습 때문에 상대방이 변한게 아니고, 그냥 상대방의 마음이 변한거죠. 벌써 6개월이나 지났다면 상대방 또한 스스로가 왜그랬는지 희미해졌을 수 있어요. 묻지 않는 편이 익명님에게 훨씬 나을 것 같네요. 물어봤자 상대편에게 더 빛나는 훈장을 달아줄 뿐.
더 이상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의 모습이 초라해보이시나요? 그건 너무 수동적인 거 아닌가요? 이미 헤어진지 오래인 지금에 와서는 글쓴 분이 상대방에게 가졌던 감정, 그때의 기억, 그리고 경험을 통한 자기 성찰과 성장 이런 게 더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오랜 연애라면 더더욱 단순히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오래 누적된 관계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이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세요. 육개월이면 충분히 오래 뭉적거렸어요.
살다보면, 사람이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간혹 나 스스로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
고민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래도 우리 두뇌는 뭔가 해결책을 찾으려고 계속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 노력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나'는 이미 알고 있지요. 결론이 나지 않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면 사람이 미칠 것 같이 되어요. 두뇌는 계속 지식 속에 있는 경험에 비추어 해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데 원래부터 답이 없으니 결론이 안나는거죠. 이걸 한국적인 표현으로는 '오만가지 잡생각이 든다.'라고 하고, 저는 그게 불교에서 말하는 '백팔번뇌'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해결책은? 딱 끊는 겁니다.
생각을... 관계를...
......
하지만
어렵죠. 우리는 구도자가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지 않습니까.
......
앞에서
친구의 예를 드셨듯, 저는 지금의 당신이 아니기에 이렇게 쉽게 이야기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내시고, 기운 내시길 기원합니다.
살다보면 나는 변하지 않는다/않을거야 같은 말처럼 허망한게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도 변하는것이지요.
이건 덤으로...
알랭 드 보통 책에서 본 생각이 나는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대한 답이 없는 것처럼 '왜 나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가'에 대한 답도 없다고... 사람 마음이 변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그분 자신도 그 이유는 모를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의 조언에 힘입어 혼자서 해결하려 했지만, 바보같게도 상대방에게 연락을 하게 됐고요. 꽤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상대방은 저에 대한 아무 미련이 없었고, 제가 이 시간들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응원해줬습니다.
왜 날 사랑하지 않게 되었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요. 수긍이 갔습니다.
이미 제가 다 알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확인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던지도 모르겠네요.
그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하네요. 저도 좋은 사람을 꼭 만날 수 있기를 바라더라고요.
이렇게 긴 시간 이야기를 하고 나니, 그래도 지난 시간동안 마음에 쌓였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젠 저도 더이상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편해진 것도 있습니다.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은 행복했었고, 잊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전 계속 삶을 살아가고, 성장해야죠.
아직은 마음의 상처가 있지만, 곧 아물 거라고 생각합니다.
봄이 오면, 어쩌면 새로운 사랑도 찾을 수 있을 거구요.
귀한 조언 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