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선화

(상수님이 지적해 주신 대로 게시판에 글이 너무 없어서 올리는 글입니다.)


영상자료원에서 현재 파월&프레스버거+스코세지란 이름으로 영화제를 합니다. 지난 토요일에 검은 수선화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을 나란히 상영하기에 보러 갔어요.

둘 다 텔레비전 명화 극장에서 본 영화들입니다. ‘블림프 대령직업군인 캔디씨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봤지만요.


사실 흑수선은 좀 걱정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본 동양을 무대로 한 영화를 지금 다시 보면 오리엔탈리즘에 경악하게 되는게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다행히 수녀들이 히말라야의 오지의 수도원을 병원과 학교로 운영하면서 겪는 경험들은 생각보다는 온건한 오리엔탈리즘이었습니다. 진 시몬즈가 얼굴에 검정색 칠하고 인도 처녀로 나오는 부분이 제일 거슬리고요. 뭐 인도 군주의 첩들이 살던 궁전이 수녀원이 된 거야 아이러니한 맛을 살리기에 좋은 배경이긴 하지요. 거기 관리자 역할을 하는 아야에 투사된 동양 노파에 대한 편견들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고요.


제가 생각보다 놀란 부분은 영화의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루스 수녀를 연출한 방식이었습니다. 어려서 보았을 때는 그냥 미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아마 가벼운 조현증인데 치료를 못 받아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여배우가 이 여인을 정신 나간 여자보다는 고통받는 정신병 환자로 잘 그리고 있었습니다. imbd 정보에 따르면 이 해석을 두고 감독과 여배우 간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봉합이 되었다고 하네요.


예전에 영화를 보았을 때부터 검정 수선화가 무엇이고 뭘 의미하는지 궁금했는데, 영화 내용상으로는 허영장이인 인도 왕자의 향수 이름이라는 아무것도 아닌 듯한 내용이거든요. 그런데도 꽤 잘 어울리는 제목인게, 존재할 수 없는 검은 수선화라는 꽃의 이미지가 이 억눌린 감정이 폭발하는 화려한 드라마랑 잘 맞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은 듀나님이 아주 근사한 리뷰를 써 주셨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 The Life and Death of Colonel Blimp (1943) * * * *

 

이번 주말에 예약한 삶과 죽음의 문제내가 어디로 가고있는지 안다!는 파웰과 프레스버거의 아직 보지 못한 영화라 기대가 더 큽니다.

    • 수녀 중 한 명이 뭔가 사람을 붕뜨게 하는 영어로는 exaggerated 분위기가 이 곳에 있다고 한 게 기억나네요. 현지 촬영도 아니고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

      제가 이 게시판에 드라마 버전에 관해 쓴 적 있어요. 디플에서 볼 수 있고 젬마 아더튼 주연. 다이애나 릭의 유작. 여기서는 샤이닝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히치콕의 현기증 결말보다 먼저 수녀가 종 치다 죽는 게 나왔죠. 루스 수녀 역 배우는

      이 영화 이후로 이미지 고정돼 고생. 마이클 파웰을 두고 데보라 카와 신경전한 게 두 배역 관계에도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데미 무어가 자기 딸 이름을 루머로 지은 게 이 원작 소설의 작가인 루머 고든을 좋아해서요.
      • 영화는 여러 번 봤지만 원작자는 눈여겨 안 봤는데..루머 고든, 부엌의 마리아님을 쓴 루머 고든이었군요. 성인용 소설을 쓴 만큼 아동용 작품을 왕성하게 쓴 게 놀랍네요

      • daviddain님이 쓰신 드라마 버젼 글이 궁금해서 한참 찾았는데 끝내 실패했습니다 ㅠㅠ 사라진 듀게에 있는거 같아요
      • 파웰과 프레스버거 스타일이 맘에 드는데 많이 보지는 못했어요. '분홍신'을 좋아해서 크라이테리온 DVD로 가지고 있지만, (지난 주말 두편 말고) 다른 영화 본 거라곤 '호프만의 이야기'가 다에요.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했어야 하는데... 말씀하신 '여호'도 아쉽지만 '피핑 톰'과 '좁은 밀실'은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싶네요.  

    • 게시판에 계속 글이 없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ㅋㅋ 덕택에 잘 읽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영화 관련 글에서 참 자주 접했던 작품인데 정작 보지는 않았어요. 아직도! 


      근데 이 영화 제목이 크게 기억에 남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그냥 어감이 멋져서 그런 것 같아요. 검은 수선화, 흑수선, 블랙 나르시서스.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폼이 납니다...




      ...뻘플 죄송합니다! 하하;

      • 게시판 터주대감님이 안계시니 머슴이 잠깐 나와서 주인행세를 했으나 언제 다시 나올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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