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에 대한 불만, Underdog Complex, 보다 더 나은 좌파가 되기 위한 우파의 당부
1. 이명박이 집권한 후 "공기업 선진화"란 슬로건으로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공기업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계획의 하나로 인천공항공사의 지분을 해외에 (인터넷 커뮤니티엔 이명박의 인척이 있는 모 IB란 얘기도 떠돌았죠) 매각한다고 했습니다. 공기업 선진화란 주제로 매각을 하려는 인천공항은 공항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 최우수공항상을 4년 연속 수상하였습니다. 이명박이 얘기하는 선진화는 도대체 어느 나라를 벤치마크하자는 걸까요? 이명박은 집권전에 우리나라의 공기업들이 이렇게 훌륭한지 과연 알았을까요?
2. 2007년 한미 FTA에 반대했던 정태인교수는 한겨레와의 긴 인터뷰에서 FTA에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지금 현기차가 좀 잘 나가는 것 같아도 원천기술 등을 고려하면 GM이나 Ford가 훨씬 더 우위라고 언급하면서 FTA는 제조업에서도 우리가 얻을 이익이 별로 없다고 주장하셨습니다. 금융위기후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확 줄어들었고, GM, Ford는 파산의 직전(GM은 파산까지)까지 회사가 망가졌고, 전 세계 제조업의 교과서였던 도요타 조차도 실적이 급적직하하였습니다. 현기차는 폭스바겐과 더불어 금융위기후 전세계에서 유이하게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자동차메이커입니다. 그리고 현기차가 만드는 양산차는 사실상 세계 최고의 수준에 도달하였습니다. 어떤 국가의 어떤 차가 수입되더라도 현기차가 시장을 뺏길 일은 없어 보입니다. 소비자들은 현기차가 자꾸 가격을 올린다고 불만이지만 실상 현기차 가격에 동일한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수 있는 자동차 메이커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3. 이명박과 정태인은 우리 사회의 극단에 있지만 1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Underdog Complex" 우리는 작고, 상대는 크고 거대하다는 피해의식. 좌파들은 사회 경제 부분에, 우파들은 외교 국방쪽에 아주 심한 이러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극우에 계신 분들의 논리와 가치는 매우 허접하기 때문에 논의의 가치가 없습니다만,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저는 좌파(한나라가 말하는 친북좌파 말고 진짜 좌파)가 지금보다 사회적으로 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좀더 좌편향 되기를 바랍니다.
4. 우리사회가 보다 좌편향되기 위해서는 그 사회를 살아가는 인민들에게 분명한 비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단편적인 비판이 아니라 변화된 사회가 갖게되는 총체적인 그림이요. 그러한 그림이 없다면 좌파의 집권은 난망할 것입니다. 아까 한참 떡밥을 날렸던 진중권의 언급도 그러하지만, 저 역시도 지금의 왼쪽에 계신 분들이 지금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지점으로 이끌어 갈지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와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입니다.
5. 듀나게시판을 통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왼쪽에 계신 분들(주로 노회찬 전의원을 포함한 진보신당원들)을 만나보고 얘기할 기회를 가졌습니다만 개인적으론 4번과 관련하여 상당부분 실망스러웠습니다. 저는 좌파적 입장에 계신 분들중 2000년대에 왜 그렇게 집값이 올랐는지? 어떻게 원화환율이 결정되고 왜 지금 오르거나 내리는지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하는 분들을 뵌 적이 없습니다. (그 분들은 집값이 오른 것은 모두 투기 때문이며, 환율이나 금리를 정부의 정책으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단지 현상의 파악이겠습니다만, 정확한 현상의 파악이 없이 정확한 대책이 나올리 없기 때문에 현재 한국 사회에 벌어지는 사회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책은 그 효과와 함께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경제정책은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 어떤 상황 모두를 만족시키는 경제정책은 존재하지 않고, 좋은 정책의 경우 기존 이익집단의 반대를 누르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한 어려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좌파를 별로 본적이 없습니다. 이 게시판 몇개의 질문에서도 보여지지만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른 사회경제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별로 안 보입니다. 좌파에 속하시는 분들이 즐겨 예시하시는 서유럽이나 북유럽의 사례는 그 사회가 가진 역사적 지리적 환경과 특수성을 먼저 상정하여야 합니다. 사실 좌파들이 자주 말하는 복지의 수준이 달성된 국가는 그 문화권에 속하는 일부 국가들에 불과합니다. (저는 그러한 사회의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매우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7.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마르크스 시대와 달리 노동자의 레이어가 복잡해졌습니다. 어떤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만국의 노동자가 단합할 일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인도네시아나 방글라데시의 봉제노동자의 이익은 일본이나 미국 일반 노동자의 이해와 정반대입니다. 수천킬로 떨어진 생면 부지의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위해 당장 나의 삶의 질(모든 공산품의 가격 상승)을 기꺼히 포기할 천사같은 선진국 노동자가 결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선진국 내부에서도 이제 점점 줄어드는 소규모 자본가(자영업자)와 고임금 노동자(금융업 종사자등),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고려할 때, 좌파 정부는 누구를 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취해야 할까요? 쌍용자동차 파업에 진보정당들은 모두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감원에 결사 반대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가 파산해서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것은 매우 흔하게 (비록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일어나는 일입니다. 정치와 법률로서 어디까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해 줄 수 있을까요? 지금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이 여당이라면 쌍용자동차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모두 보장해 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다른 망한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모두 보장해 줄 수 있습니까? 과연 좌파들은 노사관계에 있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요?
8. 소규모 자영업자가 무지하게 많은 것은 우리나라 만의 특징입니다. 아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까 글의 세간티니님 말씀대로 정부가 지원을 좀 하면 치킨집 사장님들이 체인없이도 영업이 잘 될까요? 그게 가능한데 왜 체인치킨에서는 무려 "소녀시대"같은 빅모델을 기용해서 브랜드를 알리려고 애쓸까요? 머리가 나뻐서 그냥 헛돈쓰는 건가요? 이태리의 예를 드셨지만 이태리의 경쟁력있는 자영 소규모 요식업소들은 이태리만의 오래고 고유한 미식문화의 전통과 역사가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좌파가 대대로 집권한 북유럽조차도 우리나라 정도의 자영업자들은 전무합니다. 미국 식당업자들은 모두 멍청해서 미국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들만 존재할까요? 최소임금을 대폭 올려 버리면 우리나라의 빈부격차가 쉽게 해소될까요? (전 그렇기 때문에 최소임금을 절대 올리지 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9. 앞서 말씀드린 과제에 대해 제가 과문해서 그렇지 증세나 다른 좋은 복안이 계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장담컨데 그런 정책들은 자본가들의 이익과는 배치될 것이고 그들의 반발이 엄청날 것입니다. 과연 좌파들은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현실에 반영시킬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공산주의도 망하고, 우파정책의 효과가 전세계에서 가장 크게 본 한국에서 좌파적 정책의 관철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노무현 집권 기간동안 우리나라의 진짜 좌파들은 이명박과 뭐가 다르냐며 그를 폄하했지만, 그들이 보기에 우스운 수준의 그러한 개혁을 추진하다가 그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과연 높아진 법인세와 부유세를 부자들이 순순히 내게 할 복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0. 좋든 싫든 집권을 하기 위해선 수도권 40대 직장인들의 마음을 잡아야 합니다. 이들이 서민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좌파정당의 지지계층이 아니라고 판단하는지 모르겠으나, 이 사람들의 지지없이는 절대 집권은 불가능합니다. 90년이후로 바로 이 계층이 지지하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진중권이 비판하는 지점도 과연 수도권 40대들이 볼 때 현재의 좌파들의 현실 인식과 대안이 현실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이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40대 수도권 직장인)에 속하는 저에게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의 정책이나 현실인식이 매력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게 느껴집니다. 20년전 보았던 운동권 학생들의 생각 주장에서 무엇이 발전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40대 직장인들이 매일 부딪치는 주택문제, 사교육 문제, 직장 문제에 대해 그들이 "저건 실현가능할 것이다란 대책"을 전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11. 전 우리사회가 보다 좌편향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증세를 적극 지지하고 세금을 더 많이 낼 용의가 있습니다. 단, 어떻게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을 지, 그리고 더 많이 거둔 세금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사용하여 지금보다 이 사회의 인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청사진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정확한 현실인식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