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피터 잭슨 & 코스타 보테스
Peter Jackson & Costa Botes

주연
피터 잭슨
Peter Jackson
샘 닐
Sam Neill
레너드 말틴
Leonard Maltin
하비 와인스타인
Harvey Weinstein
존 오시어
John O'Shea

1.

역사가 짧은 나라에 사는 개척자들의 후손들은 허풍이 센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폴 버니언이지요. 광활한 미국의 대자연이 그 거인 나무꾼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짧은 역사를 스케일로 커버하려는 서글픈 속셈도 상당히 큰 이유였을 겁니다.

피터 잭슨과 코스타 보테스의 이 흥겨운 가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을 때, 그 노골적인 유머와 힌트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뉴질랜드 팬들이 이 영화의 개척자 주인공 콜린 맥킨지를 진짜라고 믿고 잊혀진 뉴질랜드의 영웅을 예찬하려 덤볐다는 에피소드도 아마 그걸 증명하는 또다른 예일 겁니다. 믿고 싶으면 믿게 되는 법이죠. 자기네들의 삭막한 초기 영화사에 이렇게 기가 막힌 인물이 존재했다고 우기는데 어찌 믿지 않을 수 있겠어요? 게다가 거짓말이라면 어떻게 텔레비전에 나오겠어요?

2.

[포가튼 실버]는 폴 버니언 이야기와 같은 장르입니다. 영어 쓰는 사람들이 tall tale이라고 부르는 거죠. 이 tall tale에서 피터 잭슨과 코스타 보테스는, 콜린 맥킨지라는 뉴질랜드인이 영화사 초기에 등장해서 유성영화, 컬러 필름, 몰래 카메라, 클로즈업, 심지어 로드니 킹 사건 비디오의 선례까지 먼저 만들어냈다고 주장합니다. 와우!

영화는 제프리 토머스가 심각한 목소리로 꼭 진짜처럼 읊어대는 나레이션을 통해 콜린 맥킨지의 삶을 따라갑니다. 하비 와인스타인, 레너드 말틴, 샘 닐, 존 오시어와 같은 진짜 유명인사들이 역시 시침 뚝 떼고 나와 그 거짓말에 무게를 보태고요. 상당히 정교한 특수효과로 만들어진 맥킨지의 가짜 영화들도 또다른 무게 추입니다.

물론 잭슨과 코테스는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에서 시작된 가짜 다큐멘터리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다큐멘터리의 심각한 어조를 황당한 코미디를 강화시키는 데에 사용하는 거죠.

분명 독창적은 아니지만 그 재미는 상당합니다. 이 지나치게 시대를 앞선 발명가인 콜린 맥킨지의 삶은 그 자체로 재미있고 각각의 에피소드는 배꼽잡는 유머 안에 녹아 있습니다. 영화사 지식이 풍부한 관객들에게 그 재미는 두 배가 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맥킨지의 대하 서사극 [살로메]는 그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짜 무성영화는 다양한 패러디와 빈정거림 때문에 정말 우습지만 그 틈 사이에 배어있는 애정 때문에 가끔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3.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중심은 콜린 맥킨지라는 인물입니다. 이 좌절한 천재는 단순한 어릿광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잭슨 자신의 모습(열광적인 발명정신, 테크닉 집착)이 느껴지는 이 발명가는 정말 사랑스러운 인물이며 그 때문에 그의 우스꽝스러운 몰락에는 고전적인 비극에서 느낄 수 있는 처절함에 가까운 어떤 감정이 추가됩니다. 저희라도 '콜린 맥킨지는 진짜다!'라는 피켓 카드를 들고 뛰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저희는 정말 그가 진짜라고 믿고 싶습니다. (98/12/19)

D&P

기타등등

1. 이 영화는 엔드 크레딧까지 철저한 가짜입니다. 그 때문에 콜린 맥킨지와 다른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 이름들이 그만 묻혀 버렸어요. 다른 데이터베이스에서라도 밝혀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2. 98년 부천 영화제 상영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