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올 파커 Ol Parker

주연
파이퍼 페라보....레이첼
Piper Perabo....Rachel
레나 헤디.....루스
Lena Headey....Luce
매튜 굿....헥
Matthew Goode....Heck
실리아 임리....테사
Celia Imrie....Tessa
안소니 헤드....네드
Anthony Head....Ned
다렌 보이드....쿠퍼
Darren Boyd....Cooper
수 존스턴....엘라
Sue Johnston....Ella
부 잭슨....H (헨리에타)
Boo Jackson....H (Henrietta)
샤론 호건....베스
Sharon Horgan....Beth

루스와 레이첼

[이매진 미 앤 유]는 고전적인 '소울메이트' 이야기입니다. 하늘이 짝지어주어서 만나기만 하면 영혼과 육체를 평생동안 나눌 절대 사랑에 빠질 두 사람이 있는데, 그 만나는 타이밍이 별로 안 좋았던 거죠. 첫 번째 주인공은 막 결혼하려는 중이고, 두 번째 주인공은 그 결혼식의 꽃을 담당한 플로리스트였으니 말이에요. 여기에 두 번째 장애물이 첨가되는데, 그건 두 사람이 모두 여자라는 것이죠.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 같다고요? 물론 그렇겠죠. 지금까지 인간들이 만든 로맨스 소설의 절반 정도가 이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는 걸요. 게이 문학이나 영화라고 특별히 사정이 다른 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흔하다면 흔했죠. 장애가 크면 그에 맞서는 추진력도 커야하니까요.

[이매진 미 앤 유]는 여기에 어떤 새로운 것을 첨가하고 있을까요? 어림반푼어치도 없습니다. 이 영화는 새로운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어요. 차분하게 남들이 다 했던 이야기들을 이미 수억 번 사용된 공식을 통해 반복할 뿐이죠. 동성애라는 것이 이 설정에 약간의 차별성을 부여하긴 하지만 그것도 대단치 않아요. 위에서 제가 말했잖아요. 게이 영화에서도 흔해 빠진 게 이런 설정이라고. 오히려 절대 사랑과 소울메이트의 설정을 순수하고 절대적인 무언가로 묘사한 것이 더 튄다면 튑니다.

영화를 볼 때 가장 걸리는 건 등장인물들이 동성애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영화에 나오는 리버럴한 런던 중상계층 인텔리들이라면 이 이슈에 대해 비교적 관대할 겁니다. 하지만 자신이 이성애자라고 평생동안 믿고 있던 우리의 새댁 주인공 레이첼이 어떤 의심도 없이 루스에게 빠져드는 걸 지켜보면 뭔가 중요한 게 빠졌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가끔 등장하는 레즈비언 포르노 장면이나 동료들과의 대화로는 충분히 커버가 안 돼요. 물론 진짜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성이 아니라 사랑 자체라는 선언은 로맨틱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쿨하게 보이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세상과 우리가 정말로 그렇게 쿨한가요? 흠... 글쎄요.

이 영화의 가치는 오히려 부수적인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워킹 타이틀에서 만들지 않았으면서도 노골적으로 워킹 타이틀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의 그 편안한 영국 중상층의 분위기는 참 좋아요. 조연배우들의 질은 좋고, 레이첼의 부모인 테사와 네드 커플의 역학 관계의 경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을 정도죠. [상실의 시대]와 [댈러웨이 부인]을 본 뒤로 파이퍼 페라보와 레나 헤디에게 필이 꽂혔고 [케이브]의 결말이 영 맘에 안 들었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의 예측가능한 스토리 전개가 오히려 즐겁게 느껴졌을 거고요. 전체적으로 독립된 극장용 장편 영화보다 BBC 드라마 한 에피소드를 본 것 같다는 느낌이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나쁜 경험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06/10/02)

DJUNA

기타등등

감독/작가인 올 파커는 탠디 뉴튼의 남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