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주연
샘 닐....앨런 그랜트
Sam Neill....Alan Grant
로라 던....엘리 새틀러
Laura Dern....Ellie Sattler
제프 골드브럼....이언 말콤
Jeff Goldblum....Ian Malcolm
리처드 어텐보로....존 해몬드
Richard Attenborough....John Hammond
조셉 마젤로....팀 머피
Joseph Mazzello....Tim Murphy
아리아나 리처즈....렉스 머피
Ariana Richards....Lex Murphy
밥 펙....로버트 멀둔
Bob Peck....Robert Muldoon
마틴 페레로....도널드 제나로
Martin Ferrero....Donald Gennaro
B.D. 웡....헨리 우
B.D. Wong....Henry Wu
새무얼 L. 잭슨....레이 아놀드
Samuel L. Jackson....Ray Arnold
웨인 나이트....데니스 네드리
Wayne Knight....Dennis Nedry
제랄드 R. 몰렌....게리 하딩
Gerald R. Molen....Gerry Harding
미구엘 산도발....후아니토 로스타뇨
Miguel Sandoval....Juanito Rostagno

듀나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마이클 크라이튼은 SF 작가로서 일급은 아닙니다. 그는 많이 알고 부지런하며 늘 시류에 앞서 갑니다. 하지만 그의 SF들은 아이디어 면에서 결코 독창적이라고 할 수 없고 그의 지식은 스토리에 잘 녹아들지 않습니다. 차라리 저널리스트로 나갔더라면 더 나았을 걸 그랬어요.

[쥬라기 공원] 소설만 봐도 그래요. 그 책은 크라이튼 책 치고는 드물게 잘 짜여지고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일단 아이디어와 스토리의 결합을 슬쩍 들여다보면 결코 매끄럽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공룡 창조'의 매커니즘은 과학적 사실이야 어찌 되었건 그럴싸합니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혼돈이론을 끄집어 내서 상황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주제를 설명하려고 할 때는 "과연 이 친구가 뭐하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죠. 사실 혼돈 이론은 이 스토리에 전혀 쓸모가 없거든요. 크라이튼은 있다고 생각했겠지만요.

파프리카 글쎄요, 난 크라이튼 팬은 아니지만 크라이튼이 주류 SF 독자들이나 작가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인기가 지나치게 많아서인지, 돈을 지나치게 많이 벌어서인지 모르겠군요.

듀나 작품의 가치가 인기의 정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파프리카 [쥬라기 공원]은 스필버그에게 어느 정도 절실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올웨이즈]와 [후크]가 실패로 돌아가자, 그는 어떻게든 화끈한 작품을 하나 터뜨려서 자신의 상업적 가치를 증명해야했습니다. [쥬라기 공원]이라는 선택은 그 자신도 인정하다시피 철저하게 상업적인 것이었습니다.

사실 [쥬라기 공원]은 아주 스필버그다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소설은 하드 SF에 50-60년대 B급 괴물영화의 플롯을 뒤섞은 구성을 하고 있는데 어느 쪽이건 진짜 스필버그의 취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듀나 하지만 [쥬라기 공원]은 낯선 대상에 대한 경외감이라는 매우 스필버그적인 정서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이미 [죠스]라는 훌륭한 괴물 영화를 완성해낸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어떤 게 한 감독의 취향이라고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어요?

파프리카 좋아요. 그럼 [쥬라기 공원]은 기성품 스필버그 영화라고 해두죠.

듀나 [쥬라기 공원]은 원작의 복잡한 구성과 장광설들을 잘라내고 간단하게 공룡을 잔뜩 보여주는 액션물로 만들었는데 사실 전 이게 훨씬 솔직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은 크라이튼의 다른 소설들이 그런 것처럼 좀 위선적인 데가 있습니다. 스필버그의 영화는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공룡들이 나와 신나게 난장판을 만드는 것입니다.

파프리카 공룡은 그렇게까지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원작보다 훨씬 조금 나오죠.

듀나 대신 초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쥬라기 공원]의 진짜 주인공은 벨로시랩터입니다. [엑소시스트]의 메린 신부가 이라크의 발굴지에서 악마와 첫대면을 하는 것처럼 그랜트(샘 닐)는 배드랜드에서 벨로시랩터의 화석과 마주칩니다. 그리고 [엑소시스트]에서 그런 것처럼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것은 바로 랩터죠. 사실 [쥬라기 공원]은 공원 유람 영화치고는 꽤 잘 짜여진 편입니다. 물론 유람영화 '치고는' 말이죠!

파프리카 하지만 역시 시각적으로 가장 그럴 듯한 장면들은 역시 티라노 사우르스가 만들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티 렉스는 스타입니다.

듀나 [쥬라기 공원]의 진짜 스타는 특수효과입니다. 스탠 윈스턴식 고전적인 특수효과도 훌륭했지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공룡들은 특수 효과의 세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난 아직도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갈리미무스 무리들이 달려가는 장면들을 처음 보았을 때 받았던 인상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런 장면이 가능할 거라고는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지요.

파프리카 하지만 [쥬라기 공원]의 특수 효과는 완벽하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그 영화의 낮 장면들은 문제가 많습니다. 갈리미무스 질주 장면은 걸작이긴 합니다만 랜더링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주변 환경과 공룡이 따로 노는 부분도 있습니다. 브라키오 사우르스가 등장하는 첫장면도 아름답긴 하지만 특수효과를 커버하려고 흐릿하게 찍어놓은 게 아무래도 너무 노골적이지요. :-) 트리케라톱스와 같은 스탠 윈스턴의 모형들과 랩터와 같은 컴퓨터 공룡들이 너무 쉽게 구별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듀나 하지만 티라노 사우르스의 경우 모형과 그래픽의 질감 차이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파프리카 밤인데다가 비까지 내리고 있었잖아요!

듀나 [쥬라기 공원]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죽은 장르를 다시 끄집어 내고 그 장르에 새로운 효과라는 발전을 덧입혔다는 것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이 영화의 특수 효과는 '특수 효과에 의한 경외감'이 이 시대에도 아직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주었습니다. (97/06/27)

D&P

기타등등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