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케프 David Koepp

주연
케빈 베이컨....톰 위츠키
Kevin Bacon....Tom Witzky
캐스린 어브....매기 위츠키
Kathryn Erbe....Maggie Witzky
일레나 더글러스....리자
Illeana Douglas....Lisa
재커리 데이빗 코프....제이크 위츠키
Zachary David Cope....Jake Witzky
케빈 던....프랭크 맥카시
Kevin Dunn....Frank McCarthy
코너 오페럴....해리 데이먼
Conor O'Farrell....Harry Damon
리자 웨일....데비 코작
Liza Weil....Debbie Kozac
루지아 스트러스....스텔라 매카시
Lusia Strus....Stella McCarthy
스티븐 유진 워커....바비
Stephen Eugene Walker....Bobby
메리 메이 쿡....바네사
Mary Kay Cook....Vanessa
래리 뉴만 주니어....래리
Larry Neumann Jr.....Larry
제니 모리슨....사만다 코작
Jenny Morrison....Samantha Kozac
스티브 리프킨....커트
Steve Rifkin....Kurt
샬론 윌리엄즈....애덤
Chalon Williams....Adam

1.

[스터 오브 에코]는 여러 면에서 불공정한 대접을 받은 영화였습니다. 우선 비슷한 시기에 나온 비슷한 분위기의 호러 영화 [식스 센스]의 유명세에 눌릴 수밖에 없었고 (사실 나오기 전에는 [식스 센스]보다 더 장래가 유망한 작품이었답니다) 마땅히 지원을 해주었어야 할 아티산 영화사의 마케팅부에서도 회사에서 밀고 있던 [블레어 위치]에 정신이 팔려 이 영화에는 제대로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거든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을 이런 때 쓰는 게 아닐는지.

그러나 영화 자체를 떼어놓고 본다면 [스터 오브 에코]는 꼭 그렇게 밀려야 할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블레어 위치]의 독창성과 모험 정신도, [식스 센스]의 반전과 드라마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고유의 장점이 없는 영화도 아니었고, 못 만든 영화는 더더욱 아니었으니까요.

2.

간단한 소개부터 하죠.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은 리처드 매서슨의 [A Stir of Echoes]입니다. 매서슨은 이미 우리가 다룬 꽤 많은 영화들의 원작자지만, 그중에서도 우리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작품은 [헬 하우스의 전설]입니다. [스터 오브 에코]도 결국은 '귀신들린 집' 이야기거든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블루 칼라 계급의 평범한 노동자인 톰 위츠키는 최면술사인 처제의 실험에 자원하는데, 그 뒤로 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눈 앞에 이상한 환영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아무래도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여자 유령의 이미지가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하는 거죠. 서서히 톰의 정상적인 삶은 붕괴되기 시작하고 그는 필사적으로 해결책을 찾아 헤맵니다. 그러다 그는...

참 고전적인 이야기죠? 영적 능력이 생긴 한 평범한 사람이 원한 품은 유령을 돕는다는 영화니까요. 기둥 줄거리만 따지만 거의 원형적이라고 할 수 있죠. 어떤 사람들은 이런 원한 품은 유령 이야기가 '동양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만, 세상 어딜 가도 가장 흔한 유령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지요. 유달리 동양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긴 매서슨이라는 작가의 재능은 아주 독창적인 이야기를 꾸며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간단하고 가끔은 공식적인 설정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있죠. [스터 오브 에코]도 예외는 아니지 않을까요? (자세히는 말할 수 없답니다. 원작을 읽은 적 없으니까요.)

하여간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까 뻔한 호러 트릭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것만으로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런 이야기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정교한 분위기 창출과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데이빗 케프는 꽤 성공했습니다. 그가 살려낸 노동자 계급의 평범한 가정의 이미지와 초자연현상의 대립은 적절한 것이었습니다. 초자연현상은 평범한 배경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니까요. 영화는 종종 이런 대립을 이용해서 등골 오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특히 영화 초반에 톰이 아내와 아들의 모습에서 낯선 공격자의 이미지를 읽어내는 부분을 보세요. 이건 "아직도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식 원초적 공포를 상당히 세련되게 표현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가까운 곳까지 침입해왔기 때문에 영화가 주는 공포와 불쾌감은 꽤나 직접적이지요. 배우들 역시 이런 이야기에 잘 어울립니다. 그 중에서도 점점 광기에 휩싸여가는 보통 남자를 연기한 케빈 베이컨은 가장 설득력이 있고요.

단지 후반부의 해결이 지나치게 완벽하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영화가 열심히 쌓아왔던 사실적인 공포와 황금시대 추리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와 같은 매끈한 결말이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폭력적인 방식으로 결말을 내기 위해 인간 악당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최선책은 아니지요. 하지만 이건 매서슨의 원작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하더군요. 무리해서 결말을 바꿀 생각까지는 하지 않은 것이겠지요.

3.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식스 센스]와 비교할 겁니다. 영화가 뒤늦게 개봉된 우리 나라 사람들에겐 이 영화가 거의 표절처럼 보이지요. 특히 죽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톰의 아들 제이크의 묘사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매서슨의 소설은 [식스 센스]가 나오기 몇 십 년 전에 쓰여졌으니 절대로 표절은 아니겠죠? 영화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고요. 오히려 [식스 센스]가 매서슨의 영향 아래 있다고 하는 게 옳은 생각일 겁니다. (00/03/29)

DJUNA

기타등등

1. 영화 속에서 베이비시터는 매서슨의 SF 소설 [줄어든 사나이]를 읽고 있습니다.

2. 중간에 한국인 아줌마가 한 명 나와서 유창한 한국어로 길안내를 하고 사라진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