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 월러스 Chris Walas

주연
에릭 스톨츠....마틴 브런들
Eric Stoltz....Martin Brundle
대프니 주니가....베스 로건
Daphne Zuniga....Beth Logan
리 리처드슨....안톤 바톡
Lee Richardson....Anton Bartok
존 게츠....스태티스 보랜스
John Getz....Stathis Borans
프랭크 C. 터너....셰퍼드
Frank C. Turner....Shepard
앤 마리 리....제인웨이 박사
Ann Marie Lee....Dr. Jainway
게리 초크....스코비
Gary Chalk....Scorby

마틴과 바톡

이 영화의 감독 크리스 월러스는 크로넨버그 버전 [플라이]의 특수효과 전문가입니다. 그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았고 [그렘린]이나 [에너미 마인], [네이키드 런치]에서도 일했었죠. 능력 있는 전문가지만 영화감독은 아닙니다. 훈련도 안 받았고 경험도 없었죠. 그런 그에게 제작사에서 감독직을 맡긴 이유가 뭘까요? 그건 아무도 이 속편이 의미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잽싸게 스토리가 연결되는 시리즈 영화를 하나 찍어 현금을 챙길 생각이었겠죠.

[플라이 2]는 [리턴 오브 더 플라이]와 여러모로 설정이 비슷합니다. 둘 다 첫 편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과학자의 아들이 다시 과학자가 되어 아버지의 연구를 물려받는다는 내용이죠. 결말이 상대적으로 밝고 주인공에게 노골적인 악의를 품은 악당이 등장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심지어 [리턴 오브 플라이]의 광고 멘트까지 그대로 따와 쓰고 있지요.

차이점은 물론 존재합니다. 커트 뉴먼의 영화와 크로넨버그 영화의 설정이 다르니까요. 50년대 [플라이] 시리즈에서 주인공 과학자 앙드레의 아들 필립은 아버지가 전송 실험을 할 무렵에 이미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월러스 버전에서 주인공 마틴은 전송 실험 이후 세스 브런들과 베로니카 사이에서 잉태된 괴물입니다. 몸 속에서는 깨어날 날만을 기다리는 파리 유전자가 숨어 있고 성장 속도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른 천재 소년이죠. 이게 시대를 미래로 옮기지 않고 성인 주인공을 등장시키기 위한 술수라는 건 말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그냥 평범한 범죄자들에 불과했던 50년대 악당들과는 달리 월러스 버전의 악당들은 1편에 이름만 잠시 비추었던 바톡이라는 대기업이죠. 마틴과 바톡 회사의 직원 베스 로건의 로맨스도 80년대 식 틴에이저 로맨스로 변형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최종 각본을 쓴 사람은 프랭크 다라본트입니다. 아마 이 이름값 때문에 어느 정도 희망을 품을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미안하지만 [플라이 2]의 각본은 결코 그의 대표작이 될 수 없습니다. 꼭 그의 탓이 아닐지도 모르죠. 완벽하게 종결되어 더 이상 이야기를 끌어낼 수 없는 영화를 기반으로 어정쩡한 속편을 써야 했으니까요. 영화의 내용은 흐릿하고 종종 어디로 이야기를 끌어가야 할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마틴과 베스가 연애를 할 때는 그냥 틴에이저 로맨스 같고, 마틴이 괴물 파리가 되어 사람들을 공격할 때는 그냥 B급 괴수 영화 같죠. 그의 각본엔 하나의 통일된 드라마를 꾸려낼만한 동기도 에너지도 없어요.

많은 의미없는 속편들이 그렇듯, 이 영화는 원작의 기억을 작정하고 망칩니다. 베로니카의 죽음부터 그래요. 1편의 캐릭터가 죽어서 문제가 아니라, 그 캐릭터를 죽임으로서 1편의 의미를 날려버린 게 문제죠. 마틴을 낳다가 죽는다는 설정은 원작의 악몽을 무의미하게 반복한 것에 불과하고요. 마틴이 세스의 이야기를 비슷하게 반복하는 동안 원작의 이야기는 점점 물을 탄 것처럼 이전의 힘을 잃어갑니다.

그래도 이 영화에 좋은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특수 효과의 수준은 높아요. 원작보다 더 많이 쓰였고 창의적인 부분도 많습니다. 예산을 고려해보면 프로덕션 디자인도 괜찮은 편이고 크리스토퍼 영의 음악도 좋습니다. 악명 높은 개 에피소드는? 글쎄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틴과 친구가 된 개가 전송기 실험으로 괴물이 된다는 그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정서적 영향력이 강한 부분입니다. 그건 인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사디즘과 감상주의가 너무 노골적이라 칭찬해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06/11/15)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에는 지나 데이비스가 나오지 않습니다. 데이비스는 아기 낳는 장면은 다시 안 한다면서 빠졌지요. 프롤로그에서 베로니카 역을 맡은 배우는 샤프론 핸더슨. 이 사람은 비디오 테이프 장면에 나오는 베로니카의 목소리를 더빙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