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콘 사토시 Satoshi Kon

주연
에모리 토루....긴
Toru Emori....Gin
오카모토 아야....미유키
Aya Okamoto....Miyuki
우메가키 요시아키....하나
Yoshiaki Umegaki....Hana
이이즈카 쇼조....오오타
Shôzô Îzuka....Oota
카토 세이조....어머니
Seizô Katô....Mother
이시마루 히로야....야스오
Hiroya Ishimaru....Yasuo
사이카치 류지....노인
Ryûji Saikachi....Aged Man
야라 유사쿠....미유키의 아버지
Yûsaku Yara....Miyuki's Father
테라세 쿄코....사치코
Kyôko Terase....Sachiko
노토 마미코....키요코
Mamiko Noto....Kiyoko, Gin's Daughter

긴, 미유키, 하나, 키요코

콘 사토시의 경력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스테레오타입화된 전형성을 탈출하는 과정입니다. 그의 첫 극장용 장편 [퍼펙트 블루]는 사이코 스릴러였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엔 비교적 드문 선택이었지만 여전히 고도로 형식화된 장르물이어서 아주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50년대 일본 배우의 삶과 경력을 되짚는 스토리였던 [천년여우]는 그런 기성품 장르의 틀을 완전히 벗어던진 영화였습니다. 탈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도쿄 갓파더즈]에서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고정된 습관까지 던져 버립니다. 특유의 과장된 더빙은 거의 사라졌고 캐릭터 디자인도 전작들에 비해 훨씬 덜 양식화되었지요. 그가 일본 애니메이션 장르의 틀에서 벗어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독립된 하나의 영화'를 의도했다면 [도쿄 갓파더즈]는 거의 성공했습니다.

[도쿄 갓파더즈]라는 제목은 존 포드의 서부 영화 [3인의 대부]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존 포드가 사막으로 달아난 세 명의 무법자들이 갓난아기의 대부가 된다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면, 콘 사토시는 그 이야기를 도쿄 시내를 떠도는 세 명의 노숙자들이 버려진 아기를 구출한다는 설정으로 옮겨놓고 있죠.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정뱅이 긴, 전직 드랙 퀸인 하나, 가출소녀 미유키는 크리스마스날 밤에 쓰레기 속에 유기된 아기를 발견합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지만, 하나는 아기에게 키요코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직접 엄마를 찾아주자고 다른 둘을 설득합니다. 불가능한 일 같아보이지만, 아기와 함께 버려진 열쇠와 거의 기적처럼 느껴지는 일련의 환상적인 우연의 일치 덕택에 셋은 조금씩 조금씩 목표에 접근해 가죠. 그리고 그들의 탐색은 암울했던 그들의 과거를 재방문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튜디오 시대의 전성기에 할리우드에서 만들었던 멜로드라마들과 아주 가깝습니다. 적당히 감상적이고 조금은 어둡지만 전체적으로 낙천적이죠. 세 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개성적이고 재미있지만 그렇다고 관객들의 인내를 시험할 정도로 일탈된 인물들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의 설정은 굉장히 클래식합니다.

이런 안정된 느낌을 깨트리는 것은 작품 전체에 묻어 있는 현대적으로 살짝 일그러진 건조한 유머입니다. 영화가 필요이상으로 감상적이 될 위기에 빠지면 반드시 그 감상을 깨트리는 농담들이 나오죠. 그게 일본식 과장법을 놀려대는 것이건, 보다 전통적인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비트는 것이건요. 쉽게 공식적이 될 수 있는 이러한 농담들은 예상외로 유려한 타이밍의 도움으로 완성됩니다. (하나와 미유키가 자살하려는 여자를 지나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인 것 같군요.) 어두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코미디는 활달하고 생기넘칩니다. 덕분에 야쿠자 보스의 결혼식장, 남미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빈민가, 드랙 퀸 전용 클럽들을 종횡으로 누비는 다채로운 모험담은 충분한 에너지를 얻습니다.

영화의 스타일은 [퍼펙트 블루]나 [천년여우]보다 안정되어 있습니다. 아마 현실과 판타지를 멋대로 뒤섞는 콘 사토시의 호사스러운 스타일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이 담담한 영화에 실망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애니메이션의 테크닉과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고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로케이션을 충실하게 따른 도쿄의 모습은 사실적인 느낌과 영화 세계의 꿈과 같은 느낌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2차원의 캐릭터들과 3차원을 모사하며 움직이는 배경의 어긋난 조화는 영화의 회화적 분위기를 강조하고요. 실사 영화로 찍었다면 무미건조하고 살벌했을 대상들이 애니메이션의 추상적 존재들로 전환되자 이야기의 환상적인 기적들은 생명력을 얻습니다.

[도쿄 갓파더즈]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콘 사토시의 영화들 중 가장 절제되고 전통적인 멜로드라마입니다. 아이러니컬한 소리지만, 그건 그의 야심이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작품이라는 뜻도 되지요. 앞으로 그가 이 다듬어진 스타일을 어떻게 유지할지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04/05/06)

DJUNA

기타등등

도입부에 나오는 [퍼펙트 블루]와 [천년여우]의 포스터를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