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곳의 살인 초대]는 브릿 말링과 잘 배트맹글리 콤비가 만든 7부작 리미티드 시리즈입니다. 제목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장르팬들이라면 안도의 한숨이 나올 정도로 고전적인 추리물의 설정으로 시작하는 작품입니다. 일단 주인공이 아마추어 명탐정이에요. 눈보라로 고립된 저택이 배경이고요. 당연히 그 안에서는 살인이 일어나겠지요?

우리의 명탐정은 다비 하트입니다. 인터넷에서 만난 전남친인 빌 패라와 함께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한 적 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도 한 권 썼지요. 다비는 괴짜 억만장자 앤디 론슨의 초대를 받고 아이슬란드의 고립된 저택으로 갑니다. 론슨은 다양한 영역에서 명성을 떨친 여러 사람들을 초대했는데, 지금은 정보사회를 비판하는 예술가가 된 빌도 그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가 빌을 모르핀으로 살해해요. 그리고 그건 앞으로 이어질 여러 죽음의 첫 번째에 불과합니다.

설정만 읽으면 '요새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아니, [나이브즈 아웃] 시리즈도 있으니 새 유행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아마추어 명탐정 설정은 보기만큼 인위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실제로 인터넷은 미해결 사건을 해결하는 아마추어 탐정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제공했지요. 다비는 생각보다 있을 법한 사람입니다.

다음으로 이 작품은 생각보다 SF입니다. 근미래스릴러라고 할 수도 있고요. 이미 인류는 달에 다시 갔다왔고, 인공지능과 로봇기술도 막 특이점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묘사를 보면 '아, 이건 챗 GPT 이전에 쓰였구나'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게 아니지만요.

당연히 이 시리즈가 다루는 이야기도 현대인들이 두려워 하는 미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공포,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 그리고 여기엔 이미 우리 삶의 일부인 것에 대한 공포도 있어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은 이 작품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중간중간에 삽입된 다비와 빌의 연쇄살인범 추적 이야기는 그 주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단서들을 수집해 범인을 맞히는 이야기로서 아주 치밀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최종 단서인 다잉 메시지는 너무 늦게 주어지고요. 보다 보면 종종 이야기가 전통 추리소설의 형식을 모방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SF적 고찰을 할 때 조금 가볍다는 느낌이 안 드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진상을 알아낸 명탐정의 강연 장면에는 익숙한 만족감이 있습니다. 그 결말이 주는 종말론적인 분위기도 좋으며, 그와 연결된 주제는 여전히 묵직하죠. 그리고 엠마 코린이 연기한 다비 하트는 정말 성장을 구경하고 싶은 탐정입니다. 다시 말해 같은 주인공이 나오는 시리즈를 보고 싶다는 말이죠. (24/01/16)

★★★

기타등등
제목 번역을 조금 성의있게 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세상의 끝과 외딴 곳의 차이는 큽니다.


크리에이터: Brit Marling, Zal Batmanglij 배우: Emma Corrin, Brit Marling, Harris Dickinson, Raúl Esparza, Ryan J. Haddad, Louis Cancelmi, Clive Owen, Joan Chen, Jermaine Fowler, Pegah Ferydoni, Edoardo Ballerini, Christopher Gurr, Kellan Tetlow, Alice Braga, Britian Seibert, Daniel Olson, Javed Khan, Neal Huff,

IMDb https://www.imdb.com/title/tt15227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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