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영화는 아니야]는 [밸리 걸], [넝쿨 장미], [사랑에 미쳐서]의 감독 마사 쿨리지의 첫 장편 극영화입니다. 그 전까지는 주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다고요. 이 영화도 어느 정도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긴 합니다만. 하여간 얼마 전에 아카데미필름아카이브에서 이 작품을 복원했고 지금은 영화제를 돌고 있습니다.

데이트 성폭행을 당한 16살 여자아이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성폭행으로 이어지는 과정 그리고 이후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당하는 2차 가해까지를 꼼꼼하게 따라가요. 영화 속 캐릭터들이나 벌어지는 사건에는 선명한 고유의 개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데, 그런 식으로 드라마를 푸는 건 이 영화의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중요한 건 데이트 성폭행이라는 범죄의 일반성입니다.

실화 기반입니다. 이 영화가 그리는 사건은 마사 쿨리지 자신의 경험입니다. 그리고 극 중 마사를 연기하는 배우 미셸 마넨티 역시 데이트 성폭행의 경험이 있습니다. 하나 더. 마사의 룸메이트를 연기한 배우 에이미 먼드스턱은 당시 실제 쿨리지의 룸메이트였던 진짜 친구입니다.

결정적으로 쿨리지는 극 중 마사의 경험담을 다큐멘터리의 틀 안에 넣습니다. 마사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관객들은 극영화를 찍는 촬영현장에서 감독인 마사 쿨리지가 배우들의 연기지도를 하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촬영은 종종 중단되고 감독과 배우들의 긴 토론이 이어집니다. 모두 각자의 경험이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감독과 주연배우는 모두 성폭행 피해자입니다. 강간범을 연기한 남자배우 짐 캐링턴은 (범죄자와 거리를 두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남성관점을 제공해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먼드스턱은 감독이 기억하는 사건에 대한 조금 다른 관점을 제공해주죠.

이런 형식적 시도는 예술적 도전 이상의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감독 쿨리지는 아직도 자신이 당시 경험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과거의 감옥에서 자신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건 중요하기 짝이 없는 일이고, 이 영화에서 택한 형식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죠. 물론 여기에는 다른 목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영화 속의 성폭행이 선정적으로 소비되는 걸 막는 것 말이죠.

짐 캐링턴은 이 영화가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남자애들에게 교육영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분명 영화는 이 상황에 대한 이상적인 교육영화의 틀을 갖고 있습니다. 단지 이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은 처음부터 이런 영화를 볼 생각이 없겠죠. (24/05/12)

★★★☆

기타등등
영화 속 마사는 브로드웨이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데, 실제로도 그게 그 사람의 꿈이었는지, OST엔 쿨리지 자신이 부른 노래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감독: Martha Coolidge, 배우: Michele Manenti, Jim Carrington, Anne Mundstuk, Reed Birney, John Fedinatz, Diana Gold, Stephen Laurier, Lillah McCarthy, Janet Morrison, Melissa Murdock, Hal Studer, Amy Wright 다른 제목: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73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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