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8 15:08
전 군대문화라고 뭉뚱그려 지적하면 정확하게 어떤 부분을 말하는 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나마 군대를 갔다와서 이 정도지 그렇지 않았으면 감도 못 잡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찌 되었든 제가 생각하는 "그" 문제를 대략적으로 정의 내려봤습니다. 저는 이 문제의 초점이 권력의 배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분 이전에 "누구에게 권력이 있어야 마땅한가?"라는 선행 가치관이 있어야 겠지만요.
1. 특정 원칙(대부분 체류한 시간)에 따라 세분되는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있다.
2. 특정한 금기와 의무가 존재하며 그 법칙에 대해 특정 원칙에 따라 (대부분 시간이 흐를수록) 자율권 및 입법권을 얻어간다.
(즉, 권력을 배급받는다.)
3. 상위 구성원은 하위 구성원에게 법을 지키도록 강제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4. 다만 그 집단에 들어가기 전에 그 사적 법률에서 제시했던 것들은 이론의 여지없이 필요 없는 것들이다.
이 정도면 적당하겠죠? 전 이 문제가 어떤 역사적인 연원에 의한 것이라고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실제로 그렇다 하더라도 그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거시적으로 직선제가 시작된지도 30년은 훌쩍 넘었잖아요. 그리고 뭣 탓이라고 한들 해결책 만드는 재료와는 거리가 멀어보이고.
단순하게 저는 한국에서 "누구에게 권력(위엄?)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조잡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선후배 사이에서는 선배에게 권력이, 군대 선후임 사이에서는 선임에게 권력이 주어져야 된다는 간단한 이치죠. 조잡하게 위작된 권력 후광 같은 거 말이에요. "사회지도층"이란 단어도 있는데 뭐 이정도야 싶기도 하고.
이런 논리의 심층은 교사가 예전과 달리 힘이 없다, 와 같은 발언에 섞여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의 첫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되는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이해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학생에 대해 권력을 가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생보다 먼저 태어났거나 더 많이 알아서? 왜 대학의 선배는 후배보다 상위에 놓여야 할까요? 사회경험(?)을 더 많이 해서? 달리 말하면 한국의 평등의식 수준 때문인지도 모르죠. 이 문제는 차등, 내가 속한 집단과 상대가 속한 집단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논리를 깔고 있으니까요. 나는 저 꼬꼬맹이들보다 성숙하고 높은 위치에 있어. 그걸 부연하는 것이 내가 누리는 이 권력이지, 와 같은 느낌이랄까요.
선생의 한자 풀이가 먼저 태어난 사람이란건 아이러니하기까지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의 해결책을 심층의 차등 논리를 평등으로 바꾸는데 있다 생각합니다. 나는 그와 다르지 않아. 더 잘나지 않아. 그런거요. 부모와 자식이 평등하고, 스승과 제자가 평등하고, 개인과 개인이 서로 먼저 태어났을 뿐이지 별 다를 바 없이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 거죠. 상당히 황당무계한 방책이긴 합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것들이 늘어나는데 왜 줄어들지 않는가 하면, 뛰어난 자기 유지력 때문이겠죠. 체계가 한 번 만들어지면 체계 자체가 생명체처럼 발버둥치기 시작하는데 이 체계의 단물은 2번 정의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군대에서 체험한 바로는 내재적 법의 입법 및 자율권이란게 외재적 법(대한민국 헌법)의 울타리를 넘나듭니다. 즉, 내적 집단 내에서는 심하면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합법인 자유(?)를 즐길 수 있죠. 간단한 예로 초병 근무를 정상적으로 서지 않는 등의 자유 말이죠. 그리고 다른 단 맛은 권력이 점층적으로 배급된다는데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어디서도 이제 연공서열제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지금 그와 흡사한 형태의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커지는 이득은 이 체제 내 뿐입니다. 조금씩 얻어가는 권력 안에서 (개 중에는 자기가 굳이 원하지 않아도 억지로 주어지는) 그것이 없는 세계를 재구현하기란 매우 힘든 일일 것입니다.
전 이 문제의 현실적인 해결책은 잘 모르겠습니다. 혁명을 일으키든, 위에서부터 변화를 추구하든 해야 할 터인데 개인으로서는 무지 힘든 일이고, 외집단은 전혀 힘써 볼 도리가 없는게 사실이겠죠. 게다가 독버섯처럼 잘 퍼지기도 하고. 일종의 강력한 밈인거죠. 뭐, 다른 임시 방법으로는 집단 구성원의 100% 아싸화가 있긴 하겠습니다만.. (요샌, 아싸를 지향하기도 한다니까 뭐..)
2014.03.18 15:14
2014.03.18 15:16
막연히 제가 생각하던 명칭이랑 비슷해요. 군대문화라기보다는 권력게임같은.
점점 사회는 평등을 향해 갈텐데 그것에 대한 낡은 형식들의 총 궐기같은걸 보는 기분이더라고요. 이걸 행하는 사람들도 머리에 뭔가 인식되 한다기보다 그냥 다 하니까 한다 뭐 이렇더군요. 그래서 쓸데없이 더 잔인해지고 극도로 형식적이 되는것같고요.
2014.03.18 15:19
2014.03.18 15:34
쇠부엉이_ 저도 외면은 했을지언정 타파 해 본 적은 없어서 말려들어가는 사람들을 마냥 비난하기 힘들더군요.
비파_ 현명이란 표현은 가치주관적안가 봐요. 표현하시는 노쇠한 분들이 꽤 현명(?)하단 느낌인지라.. 평등이란 단어의 경우, 너무 많이 쓰여 무슨 최종 무기처럼 보이는데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기 힘드네요. 동일한 권력을 가질 권리가 있다 정도일까요.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이 자연적이라고 보긴 힘드니까 부자연스럽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죠..
2014.03.18 15:49
경험이 쌓여 요령이 생기고 노련해지는건, 전체를 조망하거나 뜻을 품는 것관 다르죠. 후자에 비해 전자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단지 나이를 먹는 것 만으로 점차 성장하는 능력입니다. 생태적으로 볼때 나이든 축이 더 노련하고 어린축이 더 어설프기 때문에 노련한 쪽이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뜻을 품고 실현하기 위해 전체를 조망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자연적으로 노련한 쪽이 어설픈 쪽을 휘두르고 착취하게 되는게 당연하다. 는 말이었습니다.
평등이 인간의 머릿속에만 있는 개념이란 점은, 그것이 정말로 부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사랑은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발생하는 것이죠. 비록 형태는 없지만 그것만으론 사랑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평등은 없죠. 그건 배워지는거고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며 이루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누군가가 평등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걸 실현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단거죠. 또 애써 평등이라 부를 수 있는 균형을 만들어 봤자 그걸 유지하는 힘이 사라지면 흔적도 없이 와해되고요. 사람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애초에 생태계의 모든 존재는 제각기의 위치에 있는거라는 겁니다. 그게 어쩌다 같은 선상에 놓일 순 있겠지만 그건 일시적인 균형일 뿐이고 언제고 변할 수 있는거죠. 서로 묶여 있는게 아니고 각자의 궤도를 갖고 있으니 말 그대로 동일선에 놓이는건 우연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보면 평등을 이루는게 힘들고, 사회에 불평등이 만연한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자연스러운거라고 느껴지네요. 물론 그 불평등에 수긍하겠느냐, 는 다른 문제고 말입니다.
덧붙입니다. 애초에 평등이란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불평등의 원인을 찾으려는건 잘못된 전제란겁니다. 지금 만연한 권력 구조의 문제가 무엇인가, 를 따져봐야 제 기준에선 애초에 문제가 없어요. 그건 그냥 자연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거든요. 오히려 그걸 깨고 사람들의 위치를 동등에 가깝게 만드는게 부자연스러운 것이죠. 뭐 그러니까 본문을 읽으면서 중간 과정엔 별 이견 없는데(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식이든 상관없는데) 출발점이 다르네? 그런 생각을 해서 댓글을 달았습니다.
2014.03.18 16:46
비파_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평등이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이상이 아닌 당위와 노력을 통한 단기간의 균형이라 생각하시는 거군요. 흐르는 강처럼 끊임없이 그 균형의 모양새가 변화하구요. 유지하는 것조차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단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이건 저도 동의하는 바이고..
엇갈리는 부분은 권력에 대한 선행 가치관 부분일까요? "선배가 후배보다 권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체계가 조작되는게 아닌 평등을 고려하지 않는 상태가 저 상태 그대로라는 걸루요. 바뀐다 해도 논지의 진행에는 큰 차이는 없지만 어려운 지점이네요. 자연 상태의 차등을 인정하면서 평등을 추구해야 하니 말이죠. 애초에 문제는 살 발라서 일반론적인 현상으로 만들어놓고 해답을 자주 쓰는 폭넓은 단어로 눙친 제 잘못이네요.
2014.03.18 17:03
이르키다 -> 일으키다
모바일에선 한 번 작성하고 나면 수정을 눌러도 입력창에 커서가 나타나지 않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