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추천 - <팬피터>

2014.04.09 21:19

페니실린 조회 수:3064

올레마켓 웹툰이라고, kt에서 운영하는 웹툰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아는 분들이 별로 없어서 조회수가 아주 미미할 겁니다(직접적인 조회수는 안 나와도 댓글이나 별 개수를 보면 눈물날 정도)

처음에는 김보통 씨의 <아만자>를 주로 봤었는데 지금 가장 빠져 있는 작품은 장마로 씨의 <팬피터>입니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피터 팬이 아이들을 괴롭히는 악당을 응징하고, 아이를 네버랜드로 데려간다'는 건데, 사실 이렇게만 쓰는 건 이 글을 읽는 분들을 속이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여태까지 진행된 두 가지 에피소드는 모두 현대 한국의 학교폭력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건 가해자와 피해자가 뚜렷한 일이지만 피터 팬이 나쁜 놈을 응징한다고 해도 하나도 속 시원하거나 기쁘지를 않아요.


일단 중학생 정도의 피해자가 피터팬의 존재를 믿을리 없으니, 힘든 상황에서 "도와줘 피터팬!" 뭐 이렇게 부를리도 없겠죠?

피터 팬이 모습을 드러내는 건 피해자가 '죽고 싶다'고, 말 그대로 죽도록 간절하게 외칠 때입니다.

피터팬을 따라 네버랜드로 간다는 건 '죽음'을 선택한다는 이야기인 거죠.

(쓰고 보니 이건 확실하진 않네요. 실종 정도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어린 피해자가 죽고 싶어질 정도로 당하는 학교 폭력의 묘사가 굉장히 섬세하고 자연스러워서 보다보면 좀 암 걸릴 것 같습니다...

딱 그 나이대 있을 법한 분위기와 압박감,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일방적인 권력관계가 잘 그려져 있습니다.

가해자의 시점에서도 내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만들어지고요.

기계적으로 중립을 지킨다거나 가해자를 미화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해자의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다가 같은 반 학생, 피해자 부모, 가해자 부모, 학교 선생 등 관련 인물이 얽히게 되는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는데

피터 팬 혼자 명쾌하고 단순하게 행동합니다.

피터 팬은 악당을 응징하고(피해자가 당한 만큼, 혹은 더 심하게 폭력을 가한다) 아이를 네버랜드로 데려갑니다(이 세상에서의 모든 걸 놓으라고 종용).

너무 순수하고 천진하게 이 일을 해치워서 참 잔인해요.


오래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고, 심리를 묘사하는 연출이 다양한 것도 독자로서는 큰 기쁨입니다. 스크롤도 길어요...

적극 추천합니다.


http://webtoon.olleh.com/main/times_detail.kt?webtoonseq=39&timesseq=89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5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11
126079 마이클 잭슨 Invincible (2001) new catgotmy 2024.04.26 27
126078 [KBS1 독립영화관] 믿을 수 있는 사람 [2] new underground 2024.04.26 31
126077 뉴욕타임즈와 조선일보 new catgotmy 2024.04.26 76
126076 프레임드 #777 [1] new Lunagazer 2024.04.26 23
126075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1] new 산호초2010 2024.04.26 99
126074 한화 이글스는 new daviddain 2024.04.26 63
126073 낚시터에서 들은 요즘 고기가 안잡히는 이유 [2] new ND 2024.04.26 207
126072 토렌트, 넷플릭스, 어중간하거나 명작인 영화들이 더이상 없는 이유 [2] new catgotmy 2024.04.26 177
126071 [왓챠바낭] 전 이런 거 딱 싫어하는데요. '헌터 헌터' 잡담입니다 [5] update 로이배티 2024.04.25 315
126070 에피소드 #86 [4] update Lunagazer 2024.04.25 51
126069 프레임드 #776 [4] update Lunagazer 2024.04.25 50
126068 ‘미친년’ vs ‘개저씨들‘ [1] update soboo 2024.04.25 698
126067 Shohei Ohtani 'Grateful' for Dodgers for Showing Support Amid Ippei Mizuhara Probe daviddain 2024.04.25 45
126066 오아시스 Be Here Now를 듣다가 catgotmy 2024.04.25 85
126065 하이에나같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생각해본다 [2] update 상수 2024.04.25 272
126064 민희진 사태, 창조성의 자본주의적 환산 [13] update Sonny 2024.04.25 1128
126063 3일째 먹고 있는 늦은 아침 daviddain 2024.04.25 124
126062 치어리더 이주은 catgotmy 2024.04.25 194
126061 범죄도시4...망쳐버린 김치찌개(스포일러) 여은성 2024.04.25 320
126060 다코타 패닝 더 위처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악마와의 토크쇼 예고편 [3] 상수 2024.04.25 18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