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9 21:19
올레마켓 웹툰이라고, kt에서 운영하는 웹툰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아는 분들이 별로 없어서 조회수가 아주 미미할 겁니다(직접적인 조회수는 안 나와도 댓글이나 별 개수를 보면 눈물날 정도)
처음에는 김보통 씨의 <아만자>를 주로 봤었는데 지금 가장 빠져 있는 작품은 장마로 씨의 <팬피터>입니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피터 팬이 아이들을 괴롭히는 악당을 응징하고, 아이를 네버랜드로 데려간다'는 건데, 사실 이렇게만 쓰는 건 이 글을 읽는 분들을 속이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여태까지 진행된 두 가지 에피소드는 모두 현대 한국의 학교폭력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건 가해자와 피해자가 뚜렷한 일이지만 피터 팬이 나쁜 놈을 응징한다고 해도 하나도 속 시원하거나 기쁘지를 않아요.
일단 중학생 정도의 피해자가 피터팬의 존재를 믿을리 없으니, 힘든 상황에서 "도와줘 피터팬!" 뭐 이렇게 부를리도 없겠죠?
피터 팬이 모습을 드러내는 건 피해자가 '죽고 싶다'고, 말 그대로 죽도록 간절하게 외칠 때입니다.
피터팬을 따라 네버랜드로 간다는 건 '죽음'을 선택한다는 이야기인 거죠.
(쓰고 보니 이건 확실하진 않네요. 실종 정도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어린 피해자가 죽고 싶어질 정도로 당하는 학교 폭력의 묘사가 굉장히 섬세하고 자연스러워서 보다보면 좀 암 걸릴 것 같습니다...
딱 그 나이대 있을 법한 분위기와 압박감,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일방적인 권력관계가 잘 그려져 있습니다.
가해자의 시점에서도 내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만들어지고요.
기계적으로 중립을 지킨다거나 가해자를 미화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해자의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다가 같은 반 학생, 피해자 부모, 가해자 부모, 학교 선생 등 관련 인물이 얽히게 되는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는데
피터 팬 혼자 명쾌하고 단순하게 행동합니다.
피터 팬은 악당을 응징하고(피해자가 당한 만큼, 혹은 더 심하게 폭력을 가한다) 아이를 네버랜드로 데려갑니다(이 세상에서의 모든 걸 놓으라고 종용).
너무 순수하고 천진하게 이 일을 해치워서 참 잔인해요.
오래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고, 심리를 묘사하는 연출이 다양한 것도 독자로서는 큰 기쁨입니다. 스크롤도 길어요...
적극 추천합니다.
http://webtoon.olleh.com/main/times_detail.kt?webtoonseq=39×seq=892
2014.04.09 22:00
2014.04.09 22:05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에 와서도 잘못을 쉽게 뉘우치지 않고 괴롭힌 이유를 합리화하는 부분도 굉장히 현실적이고 좋았어요
2014.04.09 22:12
스포일러라서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저도 그 부분이 좋더라고요. 최근 전개도 흥미진진합니다.
2014.04.09 22:26
맞아요 요즘 기정이가 ㅠㅠㅠ 아오 말하고 싶다 여러분 팬피터 보세요 두번 보세요
2014.04.10 01:00
2014.04.10 09:08
2014.04.10 02:31
아 훌륭합니다. 눈물이 나네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주변에 추천해야겠어요.
2014.04.10 09:09
2014.04.10 02:39
이 글 보고 정주행하고 왔어요. 으아아...괴롭다...
2014.04.10 09:11
사실 지난 주 화를 보고 이번 화 보기가 진짜 무서웠어요...
2014.04.10 03:10
2014.04.10 09:16
2014.04.10 04:08
대단하네요...
2014.04.10 09:17
저도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항상 압도당하는 기분입니다. 학교 폭력의 부조리한 구석, 가해자의 미성년자다움(왜, 정말 평면적인 '악인'이라서가 아니라, 괴롭히는 이유나 그 전개양상에 그 나이 또래 특유의 느낌이 묻어나는.... 이 부분은 설명을 못 하겠네요.), 그리고 연출과 작화까지 모두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폭력을 이렇게 잘 표현한 작품도 없을 것입니다.
결론은 팬 피터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