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별 생각없이 무슬리라고 부르곤 했는데 뮤슬리나 뮤즐리에 더 가까운 발음이군요. 아무튼 간에

눌린 귀리에 견과와 건과를 섞어 만드는 씨리얼의 일종이죠. 

맛있는데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시판 상품은 비싸고, 또 너무 달아서 늘 선택의 고민을 하게 했지요.

예전에 우연히 직접 만들어 먹은 블로그 포스팅을 본 기억이 있어서 직접 만들기를 시도했습니다.


눌린 귀리 구하는 게 예전에는 쉽지 않았는데 요즘은 코스트코 같은 데에서도 팔고 있다고 하고

저는 전에 멕시코 여행 갔다가 올 때 수퍼에서 한봉에 천원 남짓에 싸게 파는데 궁금해서 사봤다가 아직 남은 걸 썼습니다. 

오트밀 재료도 눌린 귀리인데 시판되는 플레인 오트밀이 눌린 귀리 100%인지, 거기에 다른 게 들어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귀리 100%에 가깝지 않을까 싶군요.

원래는 스위스 쪽에서는 거의 백년 전부터 아침식사로 먹었다고 하고 아무튼 미국의 콘플레이크를 대신할만한 유럽식 씨리얼이죠.

콘플레이크가 환자식에서 유래했던 것처럼 뮤슬리도 스위스의 Maximilian Bircher-Benner란 의사가 다이어트 처방식으로 처음 개발했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헬렌 니어링은 자신의 책에서 미국 사람들은 Bircher-Benner의 발음도 제대로 못 한다고 투덜거리죠.  


아무튼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1) 귀리를 쪄서 식힌 다음에 밀대로 밀어 눌린 귀리를 만듭니다. 전 눌린 귀리 상태의 것을 썼으니 생략

2) 두꺼운 팬에 귀리를 볶습니다. 깨 볶을 때처럼 타지 않게 저어주면서 중간불 정도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고 표면이 약간 노릇해질 때까지 굽습니다.

어차피 한번 찐 거라 굽지 않는 레서피가 많은데, 생 귀리의 약간 비릿한 맛이 싫어서 그냥 볶아서 썼고 결과적으로는 이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식감이나 여러 면에서

3) 볶은 귀리가 약간 식도록 내버려두고 그 사이에 다른 재료를 준비합니다. 

견과류와 건과류를 취향대로 섞으면 되는데 저는 견과류로는 아몬드와 호두를 잘게 다지고 해바라기씨도 좀 섞었습니다. 

해바라기씨가 씨리얼에 들어간 거 굉장히 좋아해요. 견과 또한 고소한 맛이 한층 강해지도록 살짝 볶아서 쓰는 게 좋습니다.

건과는 별 거 없어서 건포도와 말린 망고 조금, 둘 다 설탕이 거의 안 들어가고 과일 비율이 높은 거라서 적당한 당도를 냅니다. 

4) 모든 재료를 큰 그릇에 한데 넣어 잘 섞습니다.

5) 단 걸 좋아하시는 분은 여기에 메이플시럽이나 꿀을 조금 부어서 섞어도 좋습니다.

끈적끈적한 시럽을 섞는 게 어떻게 될지 몰라서 조금 덜어내어 실험해봤는데 많이 쓰는 게 아니라 그냥 곡물에 스며들 듯 사라지더라고요. 

6) 마지막으로 플레인 요구르트나 우유 등에 섞어서 드시면 됩니다. 냠냠냠. 

사실 만드는 과정이 길게 써서 그렇지 세 줄 요약도 가능한 수준이에요.

눌린 귀리, 견과류를 볶는다. -> 견과와 건과류를 잘게 다진다. -> 잘 섞어서 우유를 부어 먹는다. 끝.

그래서 과연 파는 것보다 맛이 괜찮을런지 걱정도 되고 해서 만들기를 차일피일 미루었었는데, 막상 만들어보니 아주 괜찮네요.


만들어서 즉석에서 먹는 음식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마른 것들로 구성된 거라 보관성도 어느 정도는 있을 거라 기대하며 일부 맛 보고 나머지는 통에 담아두었습니다.

오리지널 레서피나 헬렌 니어링의 레서피에는 사과를 갈아서 넣으라고도 되어 있어요. 이건 나중에 먹을 때 추가로 넣어서 한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말린 귀리라면 역시 씨리얼바를 만들어 먹는 게 또 묘미죠. 이 두가지를 더 시도해보고 잘 되면 사진 첨부해서 다시 올리겠습니다.

오늘은 소소한 성공에 기뻐서 기념적 게시글을 올려봅니다. 뮤슬리 좋아하는데 저처럼 비싸서 엄두 못 내셨던 분들 한번 시도해보세요.

매우 간단하고, 생각보다 훌륭합니다.


아 그런데 그래놀라(granola)랑 뮤슬리의 차이점을 찾아봤더니

양자를 직접 비교한 경우는 별로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래놀라는 롤드 오트를 구운 거고, 뮤슬리는 생으로 쓰는 정도의 차이가 있대요. 

그래놀라는 1894년에 미국에서 James Caleb Jackson란 의사가 역시 다이어트 치료를 위한 처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해당 회사의 제품을 의미하는 고유명사 Granula였다가 상표권 때문에 granola로 일반명사화 되었고 

1960년대 히피무브먼트의 영향으로 많은 미국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고 위키피디아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다이어트 식품이라, 글쎄요. 씨리얼은 기본적으로 고칼로리일 텐데, 대체 당시 구미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있었길래. 


결국 제가 만든 건 어쩌면 뮤슬리가 아니라 그래놀라?? 

그러나 시판 제품을 사봐도 그렇고, 재료 구성을 봐도 그렇고 실제로는 양자 간에 큰 차이는 없는 듯 합니다. 혹시 좀 더 자세한 걸 아시는 분이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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