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은 예를들어 이런거죠

2015.06.24 23:42

메피스토 조회 수:2707

* 회사에 있는데 부장이나 차장쯤 되는 직위의 사람이 술자리에서 이런 얘길 툭 던져요. 


"요즘 여자애들은 말야, 근무시간에 카톡으로 수다나 떨고..."


거기에 맞장구치는 부하직원들. 


근무시간에 카톡으로 수다떠는건 사실 남자라고 다를게 없지만 어쨌든 이런 얘기-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죠.

별거아닌 중년남성의 개인의 여혐일까요? 일단 맞아요. 개인의 여혐이죠.


그러나 개인의 여혐은 개인의 여혐이 아닙니다. 그 개인의 위치에 따라 사회의 여혐이 되기도 하죠.

어떤 개인의 사회적 위치가 그냥 저냥 별 위치가 아니라면, 그 자체적으론 별 문제가 안될겁니다.

허나 그 개인의 위치가 어느정도의 권력, 혹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사실 어떤 개인이나 조직의 행위라는거 자세히 살펴보면 별더군요.

합리적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에 맞춰 짜여진 규칙대로만 움직이게끔 시스템화된 구조라면 부분적으로 예외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개입되는 일에는 결국 그 사람의 가치관과 편견이 어떤 방향으로건 반영될 수 밖에 없죠. 


저 위의 상급자가 가진 여혐성향은 개인의 편견에 불과하지만, 

그 개인의 편견은 결국 그 조직 구성원의 인사고과 평가라던가, 직무배정 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여자는 근무시간에 카톡으로 수다나 떤다'라는 찌질한 편견 하나지만 

동일한 업무성과를 놓고도 남사원에게 더 높은 평가를 줄 수도 있으며, 

같은 실수라도 여직원에게 더 패널티를 줄 수도 있다는거죠. 

이런식의 불공정한 편견에 근거한 평가는 당사자가 멍청할정도로 드러내지 않는 이상 그 부당함을 지적하거나 어렵습니다.

어차피 털어서 먼지가 나오지 않는 사람은 없거니와, 거세게 부당함에 저항할 보통사람은 흔치 않으니까요. 



* 여혐은 아니지만 다른 사례. 지난번에도 언급했었는데, 

메피스토의 친구가 모회사에 면접을 보러갔는데, 친구의 면접탈락사유가 '법대출신'이라서 였습니다.

전년도에 법대 출신을 하나 뽑았는데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퇴사를 했다나요. 이젠 자세한 이야기가 가물가물하지만 대충 이런 맥락이었죠.

그럼 서류는 어떻게 통과했냐? 서류에는 그런 편견을 가진 대표가 개입하지 않았거든요.

해당 회사는 높으신분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아주작은 회사도 아닌, 업계에서 나름 잘나가는 중견기업입니다.


정말 별것도 아닌 '나는 법대출신 안믿는다'라는 편견하나가 개인의 입사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회적으론 일개 개인이지만, 어찌되었건 그 개인의 삶에 아주 막대한 영향을 끼쳤죠.

 

여혐을 비롯, 사회적 약자를 둘러싼 혐오 정서도 이런거죠. 

뜯어보면 별것도 아닌 것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응집해서 견고한 성벽을 쌓은겁니다. 

일상에서 정말 별거아닌 식으로 사용되는 '김여사'라는 단어가 그렇고, 된장녀니 김치녀니 같은 말들이 그렇고요. 


p.s : 갑자기 이것도 '밈'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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