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에의 강요

2016.07.23 09:58

Belovedbear 조회 수:1990

제게는 취준 마지노선 나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취준생 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저보다 기억력도 좋고, 어릴 때는 저보다 빠릿하고 부지런했어요. 

가족이어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능력이 없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여리고 소심한 막내아들 취급을 많이 당하기는 했지만, 

저는 늘 잘 할 수 있을거라고 믿어왔거든요. 


근데 시간이 지날 수록 동생의 무기력하고 답답한 행동들이 너무 이해가 가지않습니다. 

제가 느끼는 답답함은, 너무 시도를 안하고 핑계가 많다는 겁니다. 


제 동생은 아르바이트를 한번도 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자기는 돈 안버니까 안쓰는거래요. 뭐 이걸 양심 있다고 좋아해야 되는건지. 

편의점에서 싸구려 음식 사먹고, 스벅 50% 할인 받았다고 자랑하는데 복장이 터집니다. 

피부도 점점 개판이 되어가는데, 돈 아깝다고 피부과도 안가고요. 

밤12시에 라면 끓여먹고, 게임에 인터넷에 시간 허비하고 낮까지 집에서 자면서 빈둥거립니다. 


제가 취준생이라면, 진짜 더럽지만 한국에 태어난걸 어쩌겠습니까. 

하나라도 먼가 더 쌓아보려고 노력할 것 같아요. 

누나와 가족들이 지원해 준다고 하니 땡큐 하면서 학원 다니고, 영어 성적을 올리든 학원을 다니든지요. 


근데 이것저것 해보는게 어떻냐고 하면, 정말 구구절절 안하는 이유를 댑니다. 

영어는 단기에 한다고 느는게 아니다. 학원은 비싸다. 

정부에서 하는 무상교육 그건 너무 멀고, 기간이 너무 길고, 교육 받으면서는 이력서 쓰기가 힘들고, 

자기는 성격 상 두개를 동시에 하기가 힘들고, 피곤하다.

스터디같은거 하는게 낫지 않겟냐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거랑 딱 맞는게 없대요. 

상반기에 이력서 10개도 안썼습니다. 왜 안쓰냐고 물으니 그것도 자기가 하고 싶은 데랑 맞는게 없대요. 


진짜 홧병이라는게 왜 생기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렇게는 생각 안하려고 했지만, 안되는 애들이 왜 안되는 지도 알거 같고요. 

꼰대들이 도전해라 뭐라 하는거 저도 짜증나긴 하는데요. 

현실적으로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이라는걸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헬조선이니 뭐니 할 자격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해도 안되면 저도 같이 마음 아파 할 것 같아요. 예전에 인턴들이 진짜 열심히 사는데 잘 안되는거 보면 정말 사회에 문제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제 동생은 공대 나왔거든요. 실력은 쌓기 나름이고, 실력만 있으면 취업문 자체가 그리 좁은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동생 욕 하는거 다 누워서 침뱉기인거 아는데. 

제가 이렇게 성실함을 강요하는게 폭력적인건가요. 진짜 너무 열받습니다. 

우울증인건지..뭐 병원에라도 끌고 가야되는건지. 

온 가족이 스트레스네요. 잔소리 안하려고 해도, 인간적으로 저러면 잔소리 안할 수가 없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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