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대화들...

2016.10.16 00:09

여은성 조회 수:1007


 1.나와 친구는 서로의 관점에 대해 지적하곤 해요. 지적하고...지적당하고 뭐 그러는 거죠. 지적하고 지적당하다 보면 약간의 현실 분석에 도움이 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요. 갇혀 있는 감옥의 창살이 얼마나 어떻게 어떤식으로 단단한지 잘 알아봐야 탈옥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요.



 2.친구가 말했어요. 지구의 어떤사람들은 자네를 부러워할 거라고 말이죠. 그건 나도 알아요. 그리고 하나 더 아는 게 있죠. 사람들은 자신이 뭘 부러워하는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실제로 부러워하는 누군가와 비슷한 처지가 되보고 나면 더이상 부러워하지 않게 될걸요. 그래서 친구에게 말해줬어요. 인생의 나쁜점들에 대해서 말이죠.



 3.이번에는 내 차례였어요. 최근에 친구에게 돈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물었거든요. 대답은 적금이었어요. 적금! 적금이라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서 미켈란젤로 얘기를 해줬어요.


 미켈란젤로가 말했잖아요. 자신이 조각해낸 조각상들은 자신이 만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원형이 된 돌 안에 있었던 형상이라고요. 자신은 그저 돌 안에 있었던 가능성을 끌어냈을 뿐이라고요. 그야 이건 너무 겸손한 말이긴 해요. 하지만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돌들은 미켈란젤로든 누구든 손대지 않았다면 여전히 돌덩어리였을 거라는 거예요. 피에타가 될 수도 있었던 돌덩어리와 그냥 돌덩어리에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사람들은 그걸 알아봐주지 않을거예요. '넌 피에타가 될 수도 있는 돌덩어리야. 너는 다른 돌덩어리들보다는 좀 나아.'라고 말해주지 않을거라고요.


 돈도 마찬가지예요. 투자되지 않은 돈은 그냥 돈일 뿐이거든요.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이 시간에 의해 풍화되고 열화되가는 것처럼 돈도 매순간 가치가 깎여나가고 있어요. 연 1%정도의 이자로는 막아낼 수 없는 정도로요. 그런데 돈을 그냥 그렇게 놔둔다?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러자 친구는 어딘가에 투자했다가 이 돈이 0원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어요. 그래서 충분한 돈을 가지지 못한 것과 0원을 가진 건 어차피 똑같지 않느냐고 물어봤어요. 어느 쪽이든 비참한 기분이 드는 건 같지 않냐고요.


 

 4.휴.



 5.친구는 어쨌든 검소하게 오래 살아갈 수는 있는 돈과 아예 돈이 없는 건 큰 차이가 있다고 했어요. 역시 이해가 안 되어서 검소하게 오래 사는 인생보다는 아예 인생을 살지 않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 물어봤어요. 물론 이런 말은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말도 질문도 아니예요. 그냥 관점의 차이가 심각하게 다르다는 걸 드러내는 말일 뿐이죠.



 6.뭐...하지만 돈을 어딘가에 투자하는 것과 돌을 조각해내는 건 다르긴 해요. 돌은 피에타가 될 수도 있고 그냥 조악한 습작으로 변형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돈은 돈 이외의 무언가로 변형될 수는 없는 거예요. 돈을 어딘가에 투자하면 더 많은 돈이 되거나 더 적은 돈이 되거나 둘 중 하나뿐이니까요. 달라지는 건 덩치뿐이예요.


 하지만 그것이 돈이든, 굴러다니는 돌멩이든 품고 있는 가능성을 끌어내줘야 행복의 총량이 상승한다는 점에서는 역시 같은 거예요.



 7.어제는 기분이 별로 안좋았어요. 서울은 엄청나게 넓고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듯이 말하곤 하지만 정말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날 진짜로 반겨주는 곳 같은 건 사실 한군데도 없어요. 어제는 새로운 곳에 가보려고 이리저리 다녀봤지만 당연히 그런 곳은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를 진짜로 반겨주는 척을 잘 하는 곳에 또다시 갈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낯선 사람이 될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아내는 건 기분이 좋아요. 문제는, 그런 곳을 찾아내 봤자 내가 낯선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처음 가는 날 하루뿐이라는 거예요. 


 

 8.하지만 지금은 기분이 괜찮아요. 헬로 아이비아이를 보고 평행우주에 대해 상상해 봤거든요. 어쩌면 아직도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었던 이해인이나 이수현, 윤채경, 한혜리, 김소희가 무한도전과 같은 시간대에 주인공으로 예능프로에 나오고 있다니...하고요. 


 다음 프로듀스101은 정말 치열할 것 같아요. 본방이 아니라 일단 101명 안에 뽑히는 과정부터가요. 아무도 몰랐던 돌멩이가 돌멩이 이상의 무언가로 조각되어지는 기적을 실시간으로 보여준 프로그램이잖아요. 그야 애초에 프로듀스101은 조각가들이 뛰어났다기보단 원석의 수준 자체가 높았기 때문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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