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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가상의 시간은, 기록된 인류 최초의 역사와 기록된 역사적 문명의 발흥 직전에 있는 신화의 시간이다. 그것은 공기와 빛에 둘러싸인 평면의 행성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창조 신화에서 시작한다. 그곳에는 신에 해당하는 발라와, 요정, 난쟁이, 그리고 엔트와 오르크들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인류가 나타나기까지 이 세계의 역사는 30,000년이나 지속된다. 그리고 다시 3,900년이 흐르고 난 다음에 아틀란티스와 같은 누메노르 문화가 지각 변동으로 파괴되면서 이 신화의 세계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있는 구형의 세계로 변한다. 톨킨의 연대기에 남아 있는 이후 4000년 동안의 사건들은 그 시점에서 '마침내 그리고 필연적으로 정규의 역사'로 이어지도록 계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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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창작과 재단은 톨킨의 세계에 대한 세번째 명백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왜? 톨킨은 왜 가상의 시간 속에 새로운 역사 ( 혹은 신화적 전사)를 부여함으로써 우리 세계를 근본적으로 재창조 하려고 하였을까?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다시 그의 개인 서신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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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는 내 조국의 빈곤이 슬펐습니다. 그곳에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내가 추구하는 수준의 이야기, 다른 나라의 전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던 것입니다. 희랍어와 켈트어, 로망스어와 그리고 독일어, 스칸디나비아어, 핀란드어로 된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싸구려 책자에 나오는 초라한 것을 제외하면 영어로 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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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톨킨 필생의 야심이었다. 이에 대한 집념은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톨킨의 서사소설 <반지의 제왕>이 이룩한 의심할 바 없는 문학적 성과도 부차적인 관심사였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소설도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톨킨의 생애와 작품을 조금만이라도 분석해보면 그의 최고의 열정과 최상의 야망은 영국인을 위한 완전한 신화 세계의 창조에 모아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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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거대한 우주 기원에 관한 것에서부터 낭만적인 동화의 차원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서로 연결된 전설의 체계를 만들 생각이었고……이것을 오로지 영국, 나의 조국에 바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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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의 규모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호메로스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쓰기 전에 먼저 그리스의 신화와 역사 전체를 창조해야 하는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특히 기억할 만한 것은 톨킨이 실제로 자신의 야심을 놀랄 만큼 달성해 냈다는 점이다. <호빗>이 출판된 지 겨우 50년이 지난 오늘날, 톨킨의 호빗은 레프리콘이 아일랜드인들에게, 노움이 독일인들에게, 트롤이 스칸디나비아 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확실한 영국적 유산의 일부가 되었다. 사실상 이제는 호빗이 톨킨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호빗이 언젠가부터 항상 우리곁에 있어왔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the lord of the rings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하지만 우리의 세계에 들어온 톨킨의 창조물은 호빗만이 아니다. 오르크와 엔트, 발록이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분명한 것은 애매하게 인식되어오던 수 많은 신화속의 존재들을 톨킨이 쉬지 않고 재정의를 내리고 또 정형화했다는 점이다. 요정과 난쟁이는 이제 톨킨 때문에 매우 다른 인물이 되었고, 갠달프는 천 년째 신화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멀린 만큼이나 완전한 마법사가 되었다.






----- 데이비드 데이 <톨킨 백과사전> 중에서, 
           김보영, 이시영 옮김, 해나무,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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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빗 그리고 반지의 제왕, 이 영화들의 원전을 쓴 톨킨의 창작 신화에 대한 해설서를 읽다가 인상깊어서 가져왔습니다.

여러모로 놀랍습니다. 고대사와 신화가 없는 조국을 위해 스스로 역사와 전설을 만들 생각을 했다니!@.@

사실 톨킨은 언어를 가르치는 대학교수이고 역사와 고전에 능한 학자로서, 고대사가 없는 나라의 사람으로 지난 세기를 살아나간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을겁니다.

왜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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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의 조국 잉글랜드의 역사가 중세사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웃한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는 원 거주자들이었던 켈트인들의 후예라 고대사와 켈트 신화가 있지만 잉글랜드 인들은 5세기 게르만족 이동기부터 영국에 정착한 게르만 족의 후예라 그래서 역사가 중세부터 시작하거든요;; 물론 신화도 없구요. 지금의 독일 작센주가 원주지인 이들로서는…그렇다고 독일의 신화와 전설을 자기것으로 삼기도 그런 것이…이미 바다 건너 이주한 이후부터는 다른 역사와 언어를 갖기 시작했으니까요. (오늘날 영국인과 독일인으로 완전히 분리됨) 종족이 같다고 같은 민족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우기는 인간들이 있긴 있습니다. 바로 나치들입니다. 게르만족 우월주의가 여기서 나온겁니다. 온 북방계 유럽 종족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거지요. 이들 논리는 이렇습니다. 5세기 게르만 족 이동으로 하나였던 우리가 지금 갈라진 것이니 다시 합치자...그래서 다시 민족의 영광을 구가하자...(어디서 많이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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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는 19세기와 20세기 전반기를 살았고, 이 시절 유럽의 민족주의는 최고 절정기에 달한 상황이었습니다. (나치즘이 비단 독일-오스트리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 시절을 사는 유럽의 보수 우파 지식인들 중 민족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하나도 없었죠. (막말로 나치 아닌 민족주의 우파 지식인 찾기가 더 힘듬...심지어 좌파 사회주의자들 조차도 유대인 비하 발언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출현하기 시작함...대표적으로 독일 사민당 지도자 아우구스트 베벨...) 특히 이들 민족주의자들은 자국의 민족문화 발전을 위해 저마다 민족의 역사와 언어를 연구하고 신화와 전설을 수집하여 자국 문화와 역사의 유구성을 증명하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독일의 그림형제에 이어 이러한 연구가 전 유럽에 퍼지는 상황이었고 - 이들이 만든 그림동화의 대중적인 성공까지 따져 본다면 - 그 성과도 곳곳에 보이고 있었죠.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그리고 스웨덴과 덴마크 지역에서는 스노리 에다의 전승을 다시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북유럽 신화에 대한 실제적인 연구가 본격화 되기 시작했고 하다 못해 당시 러시아에 예속되있던 핀란드에서도 민족 서사시 칼레발라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독자적인 민족문화의 기원을 찾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핀란드나 노르웨이처럼 인구도 적고 가난하고 - 당시 기준으로 그랬다는 얘깁니다. 지금 북유럽 국가들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 여튼 이런 약소국들 조차도 독자적인 민족 신화와 전승과 고대사가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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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때 잉글랜드 학자들은 대신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그리고 아일랜드의 켈트 신화 연구에 몰두합니다. 19세기에는 이들 나라들이 모두 같은 영국으로 통합되었던 참이었으므로 이들의 신화와 전설을 함께 연구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었죠. 당시 이들이 남긴 연구서를 보면 자신들을 로마인에,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웨일즈 인들을 그리스인에 비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 논리는 이겁니다.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했지만 수준 높은 그리스 문화를 통합하면서 -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게 생겨났죠 - 얼마나 문화적으로 융성했었는지 강조하는 발언들을 하고 있죠. (로마제국을 정신적으로 계승한 대영제국의 자뻑 진심 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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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나 통용되는 얘기고, 20세기의 초반 한층 더 강화되는 민족주의의 물결속에 톨킨은 이런 조국의 신화상, 역사상의 빈곤함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은 역사창조의 길로 나아가게 된 것이죠. 완전히 새로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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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절박한 심리 상태는 실은 역사나 신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긴 합니다. 한 나라의 역사란 것이 - 고대사가 없다는 것이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건 뭐랄까...마치 머리가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애국심 강하고 세계최강대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 강한 지난 시대의 전형적인 영국인으로서, 톨킨이 겪은 심리적인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건 비단 그가 강대국 국민이라서 그런것만은 아닙니다. 현재 한국에서 환단고기 유행하는 거 보세요. 거기 정말 엄청난 고대사가 숨겨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거 신봉하시는 분들 진짜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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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는 학자이기 때문에 - 역사와 고전문학에 정통한 - 이 문제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있지도 않은 고대사를 만드는 것은 범죄행위니까 그 보다는 더 앞선 시대의 유산인 '신화'를 창조하기로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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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나라의 역사에서 '신화'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냐면, 이는 그 나라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가 생생하게 증언하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입니다. 역사가 오랜 나라 치고 신화, 특히 건국 신화가 없는 나라는 없고 더 나아가 창세신화까지 있으면 뭐... 그 오랜 전통과 권위는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다른 유럽 국가들은 모두 자기들 나라의 신화가 있는데, 영국만 그런게 없으니 이 애국심 강한 분께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 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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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는 아예 자기가 스스로 영국인을 위한 신화와 전설을 창조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게 참 그럴듯한 작업인게, 역사란 실제 있었던 옛날의 일들이지만 신화는 어차피 그 시절에도 인간들이 지어낸 '창작'이거든요. 물론 신석기 시대부터 청동기를 거쳐 초기 철기 시대까지의 시대 상이 담겨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긴 합니다만, 그렇더라도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거든요. 그러니 뭐 현대에 누군가가 신화를 만들어도 되는 겁니다. 어차피 신화란, 사람이 지어내는 이야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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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국인들도 이런 작업들을 하고 있더군요. (16세기에 유럽인들의 신대륙 발견으로 새롭게 태어난 나라니까) 서부개척 시대를 베이스로 <스타트렉 시리즈>를 - 미국의 창세신화, 남북전쟁을 모티브로 <스타워즈>시리즈를 - 미국의 건국신화 - 만들고 있죠. 이것이야 말로 고대 인류가 어떻게 신화와 전설을 만들어냈는지 생생히 목격할 수 있는 현장이죠. (물론 인류학적 관점에서 그렇다는 얘깁니다. 문화인류학자들도 오지의 원시 부족들 연구하면서 그 옛날 석기 시대가 이랬을 거라고 추정하지 않습니까...그러니 그 반대도 가능한 것이죠.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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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이라는 것이 단지 한 사람의 창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 영국과 미국의 신화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그 만들기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미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고(SF 프렌차이즈) 개인적으로는 톨킨의 저작들도 그렇게 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실마릴리온이 있지 않습니까...요걸 기반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해서 톨킨의 더 많은 판타지 버전들을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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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우리의 세계에 들어온 톨킨의 창조물은 호빗만이 아니다. 오르크와 엔트, 발록이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분명한 것은 애매하게 인식되어오던 수 많은 신화속의 존재들을 톨킨이 쉬지 않고 재정의를 내리고 또 정형화했다는 점이다. 요정과 난쟁이는 이제 톨킨 때문에 매우 다른 인물이 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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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저는 이런 데이비드 데이 선생의 지적에 따라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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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들 요정과 난쟁이들이 톨킨의 창조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실제 유럽 신화와 전설에서 이들의 성향은 톨킨의 세계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아름다운...성정을 지닌 존재들이 아닙니다. 북유럽 신화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 동네 신들은 무슨 동네 깡패들 같고..-_-;; 요정들은 반은 무슨 괴물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하는 짓을 보면 난쟁이들은 거의...시커멓고 못생기고 탐욕스런...이런 캐릭터 성향 때문에 19세기 독일에서는 이들 난쟁이들의 추한 일면만 부각시켜서 이를 유대인에게 빗대는 예술 작품이 큰 성황을 이룰 정도였죠.(예, 여러분이 아시는 바그너의 오페라 말입니다. 니벨룽겐의 반지...)



 이런 점을 생각해봤을 때 톨킨이 자신의 저작에서 반유대주의를 제거하여 난쟁이 종족을 영웅서사시의 당당한 일원으로 그려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건 <반지의 제왕>에만 해당되는 얘깁니다. 전후에 쓰여진 <반지의 제왕>과는 달리 전전의 작품인 애들 동화 <호빗>은 기존의 민폐 캐릭터 난쟁이들이 그대로 그려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비판의 소지가 있습니다. (이 문제가 신경이 쓰였는지 피터 잭슨은 호빗의 영화화 과정에서 난쟁이 캐릭터에 많은 공을 들였죠. 그래도 예민한 분들은 쟤들 유대인 아니냐...고 알아보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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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을 든 용맹한 기마전사처럼...보이는 아르웬.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잭슨 감독은 아르웬 캐릭터를 여전사로 만들고 싶어했는데, 원작파괴라고 주위에서 말리는 바람에 그만 두었답니다.(하지만 나중에는 호빗에서 진짜 대단한 요정 여전사 캐릭터를 만들어서 그 소원을 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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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이 있죠. 제가 딱 그랬습니다. 어린 시절에 <영국 동화집>이라는 책을 읽고 자란 저로서는 사실 저 요정들의 실체를 잘 알고 있었거든요. <영국 동화집>, 실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잉글랜드 학자들이 켈트의 신화와 전설을 모아서 출간한 책들이 국내에 아동용으로 번역된 것이었죠. 거기 보면 요정들 대단합니다. 특히 요정 왕과 요정 왕자들...! 이들에 기억나는 건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명예살인...말입니다.



진짜 기가 막히는데, 여튼 그랬습니다. 켈트 신화나 전설 보면 그런 얘기가 종종 나옵니다. 인간 남자와 사랑에 빠진 요정 공주의 이야기 말입니다. 그런데 참 딱하게도 이 여인들은 언제나 인간 남자들에게 버림을 받는단 말입니다. 그런데 언제 아이까지 낳는 바람에...그만 아버지와 형제인 요정왕과 요정 왕자들에 살해되는 끔찍한 이야기들이었죠.



이게 채 열살도 되지 않은 초딩 꼬맹이인 제게 얼마나 충격적인 이야기였겠습니까...그런데 재수가 없으려니 티비 사극에서는 조선 시대 여인들이 수절 못한 죄로 명예살인 당하는 이야기가 드라마로 막 쏟아지고...


그런데 톨킨의 세계에서는 이 아름다운 반신께서 무려 영생을 포기하고 인간 남자와의 사랑을 선택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지더군요.....아니 이 양반이 나도 아는 켈트 요정들을 이렇게 바꿔놓다니...뭐 창작은 작가의 자유지만 진짜 헛웃음이 나와서 영화에 몰입도 안되더라는. 진짜 모르는게 약입니다. 이럴때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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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요정 캐릭터의 극적 변신에는 아무래도 톨킨 선생 개인이 가진 기독교 신앙 - 독실한 카톨릭 세계관이 깔려 있다고 다들 얘기합니다. 영국은 종교개혁 이후 성립된 신교도 - 성공회의 나라라 사실 카톨릭 신앙을 지니고 그 시절에 산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차라리 무신론자면 속이라도 편하지) 톨킨은 자신이 지닌 카톨릭 세계관과 무려 이교도 세계관인 켈트 - 북유럽 신화를 통합하여 조국의 신화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톨킨의 판타지 세계는 선과 악이 분명한 세상이고 요정들은 선하다 못해 아예 성스런 존재들입니다. 이는 카톨릭 신앙의 천사와 성인들을 베이스로 만든 캐릭터들이기 때문이죠. (듣자하니 요정 여왕 갈라드리엘은 성모 마리아가 모티브라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진짜 대단한 겁니다. 이런 우상 숭배와 이교도적인 캐릭터를 아무렇지도 않게 혼합하여 상상하고...여튼 워낙 이지적이고 냉철한 학자여서 가능했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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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결국 이것도 시민혁명의 유산이죠. 절대적인 신분제와 종교 지배체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그 자리를 (같은)역사와 (같은)언어가 메우고 있으니, 기저에서 끊임없이 외치는 내면의 소리를 외면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영국이 일찍 입헌군주제를 수립했다고 해서, 바다 건너 대륙으로부터 불어오는 시민혁명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죠. 끊임없이 도전하는 노동운동 세력과 여성해방을 외치는 민중들의 움직임은 거세졌고, 이를 통해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내내 영국은 거듭된 개혁작업을 통해 대륙에서처럼 전면적인 혁명의 상황은 피해갔지만 - 상당한 개혁 작업을 이루면서 나름 시민국가로 무사히 안착했습니다. 이건 이거대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처럼 완전한 민주 공화국은 이루지 못했지만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나 러시아 보세요....제 때 개혁 안하고 버티다가 나치정권과 스탈린 체제라는 최악의 사태가 오지 않았습니까....









the lord of the rings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언제봐도 근사한 조상들이네요. 중세 전사들이 고대 로마식 경례를 하고 있는게 재밌긴 한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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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도르나 로한이나 인간족들의 왕국이 그 무서운 오크에게 시달리는 끊임없는 전란의 상황은 중세 유럽의 동로마제국 - 콘스탄티노플 함락 사건을 연상케 한다고 많은 분들이 지적하더군요. 1453년 오스만 투르크의 메메트 2세가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면서 동쪽에 있었던 중세의 천년 왕국 하나가 마침내 그 역사의 막을 내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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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영화 볼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그 얘기 듣고 원작 소설을 읽어보니 확실히 그 오크들의 정체를 알겠더군요. 특히 반달이 그려진 깃발이라든가 둥글게 휘어진 오크들의 언월도라든가...2편 <두 개의 탑>에서 벌어진 공성전은 오스만 투르크와 오스트리아 제국 사이에 벌어진 두 차례의 빈 포위전(1529년, 1683년)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데, 일단 그런 역사적 사실을 염두해 두고 이번에 확장판을 보니 맥락이 이해되서 좋더군요.




 사실 그냥 괴물들이 꽥꽥거리면서 싸우는 게 무슨 재미랍니까...여튼 저는 그랬습니다. 오크들이 모습이 분명 끔찍하긴 하지만 중세 유럽인들에게 동쪽에서부터 무섭게 밀려드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군대가 저렇게 보였겠구나 싶어서 그냥 쓴 웃음이 났습니다.(뭐 여튼 두 차례의 포위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건 사실이니까요. 덕분에 커피도 전래됐고.




옛 북유럽 신화에서 신과 영웅들은 보물을 찾아 긴 모험길을 떠났죠. 그 보물 때문에 엄청 싸우기도 하고 끔찍한 저주에 걸리기도 하고...그런데 톨킨의 세계에서는 어찌됐든 그 보물을 버려야 세상을 구할 수 있군요. 보물을 버리러 떠나는 머나 먼 여정.



진짜 이런 상상력 하나는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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