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 번개

2018.01.10 18:17

여은성 조회 수:714


 1.2016년이니 이젠 작년도 아닌 제작년이군요. 제작년에 듀게 모임을 갔어요. 그야 젊은이들의 모임답게 홍대에서 모였죠. 오랜만에 홍대에 가서 걸어보니 삼삼오오 모여다니는 사람들...뭔가 인생이 즐겁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니는 청년들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 밤거리 풍경을 보고 있자니 왜 나는 이런 것들의 일부가 될 수 없었을까...왜 되려고 하지 않았던걸까...라는 후회가 밀려왔어요. 그래서 모임에 나온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왜 그동안 그렇게 음침한 곳에서 술을 마셨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는 나도 이런 밝은 곳에서 놀거예요.'


 라고요. 뭐 이게 청춘 영화의 엔딩 장면이었다면, 나는 실제로 그렇게 했겠죠. 물론 현실은 청춘 영화가 아니라서 당연히 나는 홍대나 대학로 같은 밝은 곳에 술마시러 가지 않았어요. 혼자서는 단 한번도요. 다시 Q의 가게 같은 곳을 주구장창 가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런 소리를 했죠.  


 '이봐 이 세상엔 두가지 종류의 사람밖에 없어. 내게 굽실거리는 놈들, 내게 굽실거리는 것조차도 하지 않는 놈들. 둘뿐이지. 너희들은 어느 쪽이야?'



 2.그리고 다시 2017년...빈디체와 이태원의 어느 술집에 갔어요. 처음 가는 종류의 펍 같은 술집이었죠. 술집은 시끄러웠어요. 하지만 그 시끄러운 와중에 술집에 온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서로의 목소리를 좀 더 잘 들을 수 있게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의깊게 귀기울이는 모습들이요.


 음침한 술집은 그렇거든요.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가까워지려고 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그 술집에서는 서로에게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커플들,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어요. 그리고 나도 앞으로는 이런 분위기 있는 술집에 와서 칵테일을 마셔야지...라고 주억거렸죠.


 왜냐면 어둠의 술집은 애초에 칵테일을 안 팔거든요. 나는 칵테일을 좋아하는데 정말로 마실 기회가 없어요.



 3.이태원의 어디더라...혼자서는 절대 찾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술집에도 가봤어요. 엄청 공들여 만든 샌드위치와 칵테일을 2인실에서 마셨는데 5만원도 안나왔죠. 5만원이면 어지간한 술집의 착석비...말 그대로 '자리에 앉게 해주는 돈'인데 말이예요. 빌어먹을 과일안주값은 물론 또 따로 받고요. 지금까지 본 과일안주 중 가장 어이없었던 과일안주를 찍어서 빈디체에게 보여주니 '창렬이가 와서 절하고 가야겠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리고 나는 다시는 그런 술집에 가지 않기로 맹세했죠. 


 아무리 나라고 해도 과일안주가 너무 성의없게 나오면 한 소리 하곤 하거든요. 과일은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다시 주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비싼 과일안주인데 처음부터 좀 멋지게 차려져서 나오길 바라니까요. 하지만 거기선 과일안주를 가지고 볼멘 소리를 하면 핀잔으로 되돌아오죠.


 '왜 오늘따라 과일 타령을 하는 거야? 넌 여기에 과일을 먹으러 오는 게 아니잖아?'


 라는 핀잔이 말이죠. 엄청 공들여서 신선한 재료를 꽉꽉 채워넣은 샌드위치를 보니 그런 곳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졌죠. 그러고보니 당시에 듀게에 쓰기도 했네요. 모든 돈을 주식에 넣어버려서 아예 강제로 못 가게 봉인해 뒀었다고요.



 4.휴.



 5.그리고 물론 다시 열심히 어둠의 술집에 가고 있죠. 쳇...하지만 정말 갈 데가 없거든요. 친구가 없어서 말이죠. 그리고 그나마 불러낼 수 있는 친구 비슷한 사람들은 내가 놀고 싶은 시간엔 거기서 일하고 있고요. 그래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6.휴...오늘은 뭘하죠. 누군가는 '어차피 술집에 갈 거면서 왜 저런 소리를 하지?'라고 하겠지만 아니예요. 오늘은 좀 지겨워서요. 너무 많이 갔거든요. 한 이틀만 쉬어도 다시 가고 싶어지긴 할 텐데 오늘은 가도 정말 재미없을 것 같아요.



 7.사실 좀 후회중이예요. 점심쯤에 번개 글이라도 올려볼걸 하고 말이예요. 이제 와선 너무 늦은 거 같은데...하지만 올려 보죠. 라운지에서 번개나 하실 분 있으면 쪽지주세요. 술은 칵테일이나 샴페인 같은 걸로 조금만 마시고 요리를 많이 시켜서 먹는걸로요. 한 9시까지 다른 계획 안 만들고 기다려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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