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침몰사건의 재구성

2017.10.02 16:51

세멜레 조회 수:1193

인근에 사시는 분은 아실거예요.

고양시에는 호수공원이 나름 명소랍니다.


토요일 여의도 인파가 부담스러워 피하곤 불꽃놀이를 여기서 여기서 보기로 했거든요.

며칠간 그곳에서는 고양호수예술축제가 열렸고 어제 폐막을 했지요.


나름 10년쯤 꾸준히 하는 축제인데

멀리서 찾아오라고 하기엔 다소 갸우뚱 하겠지만


우연찮게 근처 들를 일이 있다면 

한번 가볼만 하다고는 생각해요.


그 사건이 일어나기 일어나기 전까지는요!

지금은 축제라기보다는 논픽션 체험행사로 추천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폐막식이었습니다.

시장님과 시의회 의장님의 '간결한' 축사로 첫삽은 굉장히 근사했어요.


그러던 어느 순간 비가 조금씩 내렸습니다.

폭우는 아니지만 그대로 보기엔 상당한 열정이 필요한 순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숙련된 진행자는 관객들에게 적절한 순간에 안내를 하였습니다


"고양시는 이런 순간을 위해 충분한 우비를 준비하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서와 안전입니다. 그대로 계시면 우비가 차례대로 전달될 것입니다."


미국에서 온 진기명기 - 아슬아슬한 외발 자전거 유니콘 - 를 보는 동안에

심박수를 올리고 있던 저는 그 침착한 안내를 듣고 상당히 안심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저를 비롯해 진행자의 안내를 받은 

관객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었죠.


제일 그룹, 그들은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최고의 폐막식 관람을 위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가장 먼저 우비를 장착하였습니다.


제이 그룹, 그들은 머리가 좋은 사람입니다.

소를 넘어선 쥐까지는 아니더라도, 안내멘트의 허허실실을 간파했죠.

재빠르게 일점돌파로 우비재고가 있는 곳으로 가열차게 나아갔습니다.


제삼 그룹, 그들은 선량한 사람들입니다. 흔히들 낙오자라고 부르죠.

우비는 그들의 것이 아닙니다. 뒤늦게 최선을 다하려고 하더라도 늦었습니다.

진실은요? 우비는 한정판이기에 더 이상 구할 수가 없지요.


가장 선한 이들은 질서와 안전을 살리고, 그들의 우비를 잃었습니다.

이것이 고양시 침몰사건의 결말입니다.


높은 자들의 말을 들어서는 안됩니다.

어떠한 안전망이 당신을 지켜줄 거라고 생각해서도 안됩니다.

자기 살 길은 각자 스스로 지키는 게 나라의 전통이기 때문입니다.


고양시장이 참석했든지 말든지!

우비가 충분히 있든지 말든지!

시민의 신뢰를 잃든지 말든지!

대한민국은 여전히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지요.


자못 하나의 선언을 듣는 듯 했습니다.

JE SUIS MV Sew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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