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2 18:17
TV 보는 재미로 사는 underground 입니다. ^^
오늘 밤 9시 50분 EBS1 [과학다큐비욘드]에서 '꿈의 과학, 어젯밤 꿈이 가리키는 것'이란 제목의 방송을 하네요.
제목만 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저는 꿈을 거의 안 꾸는 사람이라 제 무의식을 탐구할 수가 없어서 참 슬픈데
꿈을 많이 꾸는 듀게분들은 오늘 방송에서 뭔가 흥미진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과학다큐비욘드는 목요일 밤 9시 50분에 EBS1에서 본방송을 하고, (본방 끝나고 10분 뒤) 10시 55분에
EBS2에서 재방송하는 몹시 신기한 편성을 하고 있는데 본방을 놓치신 분은 1시간 뒤 재방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재방도 놓친 분은 다시보기: http://home.ebs.co.kr/beyond_ebs/replay/4/list?courseId=10027453&stepId=10030459
다음으로 오늘 밤 12시 30분 EBS1 [스페이스공감]에 가을방학이 나온다네요.
듀게에도 가을방학을 좋아하는 분들이 좀 계시는 것 같은데 날씨도 흐리고 으슬으슬한 가을밤에
정다운 느낌의 노래들을 듣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최낙타라는 가수도 함께 나온다는데 이 분은 누구인지 모르므로 생략... ^^)
http://www.ebs.co.kr/space/broadcast
이런 노래들을 부른다고 합니다.
1 | 팔베개 |
2 | 으으 |
3 | Scene#6 |
4 | Grab Me |
5 | 아이보리 |
6 | 이름이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
7 | 취미는 사랑 |
8 | 난 왜 가방에서 낙엽이 나올까 |
9 | 3X4 |
10 | 스톱워치 |
11 | 첫사랑 |
12 | 종이우산 |
13 | 이별 앞으로 |
14 | 근황 |
15 | 사랑에 빠진 나 |
16 |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
2017.11.02 18:40
2017.11.02 18:48
꿈의 '과학'이랍니다. ^^ 과학자들이 꿈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궁금해요.
저는 융의 <기억, 꿈, 사상>을 참 재미있게 읽은 후로 꿈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었는데
꿈 혹은 무의식에 관한 더 발전된 (쉬운) 책을 찾을 수가 없었죠.
오늘 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2017.11.02 19:32
2017.11.02 20:07
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주는 방송이었으면 좋겠어요. ^^
몇 분 전에 발견한 마음에 드는 시 한 편 적어보아요.
아득한 한 뼘
권대웅
멀리서 당신이 보고 있는 달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달이 같으니
우리는 한동네지요
이곳 속 저곳
은하수를 건너가는 달팽이처럼
달을 향해 내가 가고
당신이 오고 있는 것이지요
이 생 너머 저 생
아득한 한 뼘이지요
그리움은 오래되면 부푸는 것이어서
먼 기억일수록 더 환해지고
바라보는 만큼 더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꿈속에서 꿈을 꾸고 또 꿈을 꾸는 것처럼
달 속에 달이 뜨고 또 떠서
우리는 몇 생을 돌다가 와
어느 봄밤 다시 만날까요
2017.11.02 23:12
꿈이 몹시 흥미로운 연구대상이라는 건 알겠는데 아직 연구가 많이 되진 않았네요.
꿈이 신경자극의 우연한 부산물이든 학습의 저장 과정이든, 꿈꿀 때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연구해서 그 꿈을 영상으로 재생할 수도 있다 해도
왜 그런 특정한 꿈을 꾸었는지 밝혀내지 못한다면 꿈에 대한 설명을 해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골치 아프네요. ^^ 아까 발견한 시 한 편 더~
햇빛이 말을 걸다
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2017.11.02 23:53
순한 마음이 옅어지면 시 속으로 잘 못들어가요 그래도 오랫동안은 밤과낮으로 반반은 들어가지니까.
2017.11.03 00:09
독해하기 힘든 댓글이네요. ^^
오랜만에 좋은 시들을 발견해서 기분 좋으니 한 편 더~
제비꽃
권대웅
근심도 전염인 것이어서
그대 앓던 병 내게로 오고
내가 앓던 병 다시 그대에게로 가
붉게 뜬 황혼이나 철새 날아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서로를 닮아가는 저녁
깊은 물그늘을 흔들며
강은 하늘을 닮아가고
하늘은 더 큰 그림자를 물들이는데
안개 젖은 풀섶이나 낮은 샛터로 나가
아무도 부르지 말고
少少히, 少少히
우리 그렇게 한 번 웃어볼까
2017.11.03 01:20
오늘 가을방학의 노래는 어쩐지 제 마음 속으로 들어오질 못하는군요.
다큐도 보고 시도 읽고 딴짓을 많이 하면서 설렁설렁 들어서 그런지...
휘어진 길 저쪽
권대웅
세월도 이사를 하는가보다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할 시간과 공간을 챙겨
기쁨과 슬픔, 떠나기 싫은 사랑마저도 챙겨
거대한 바퀴를 끌고
어디론가 세월도 이사를 하는가보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
기억 속에는 아직도 솜틀집이며 그 옆 이발소며
이빨을 뽑아 지붕 위로 던지던 기와의 너울들
마당을 지나 아장아장 툇마루로 걸어오던
햇빛까지 눈에 선한데
정작 보이는 것은 다른 시간의 사람들뿐
지금은 빌라가 들어선 자리
그 이층 베란다쯤 다락방이 있던 자리
엄마가 저녁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가슴에 초승달처럼 걸려있다.
몇 년 만에 아기를 업고 돌아온 고모와
고모를 향해 소리를 지르던 아버지는
말없이 펌프질을 하던 할머니는
그 마당 그 식솔과 음성들 그대로 끌고
모두 어디로 갔을까
낯설어 더 그리운 골목길을 나오는데
문득 내 마음 속에 허공 하나가 무너지고 있었다
허공의 담장 너머 저기
휘어진 골목 맨 끝
기억의 등불 속에 살아오르는 것들
오, 그렇게 아프고 아름답게 반짝이며
살고 있는 것들.
권대웅 시인이 그림도 그리는군요. 이 시인도 달을 무척 좋아하는 듯...
전 꿈도 미신 같이 안믿습니다 개꿈만 꿔서.
스페이스 공감 출연자들을 쭉 봤더니 노래하는 사람들 정말 많데요.